기로에 선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안
기로에 선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안
  • 미래한국
  • 승인 2009.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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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반대의견 증가, 미국민 42% 반대·36% 지지
▲ 민주당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오른쪽)이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주민으로부터 건강보험개혁안과 관련, 항의를 받고 있다
국가 개입·운영하는 전국민건강보험 회의적 시각

최근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펜실베니아)은 지난 8월 11일 펜실베니아 한 지역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의견을 교환하는 간담회 형식의 이른바 ‘타운홀(Townhall) 포럼’을 가졌다.

주된 의제는 현재 미국 내 최대의 화제인 건강보험개혁안. 이 개혁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함께 추진해오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7월 이 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애써왔지만 재정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한 중도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블루 도그’(Blue dog)’라고 불리는 이 중도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크게 늘린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미 의회가 쉬는 8월 한 달 동안 각 지역구로 돌아가 이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을 듣자고 제안했다.


스펙터 의원의 주민들과의 만남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졌다. 건강보험개혁안을 설명하고 질의 응답시간이 이어졌다. 한 여인이 스펙터 의원에게 “당신은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건강보험개혁안은 우리를 완전한 사회주의로 이끌고 있다. 미국은 자유의 땅이다. 연방정부가 우리의 모든 것을 가져가지 못한다. 정부가 하나님처럼 하려고 한다. 나는 정부가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왔다”고 외쳤다. 지지하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고 스펙터 의원은 굳은 표정이 되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건강보험개혁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간 민주당 의원들은 주민들의 이 반응에 당혹해 하고 있다. 이 반응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과 15일 콜로라도 등 3개주를 돌면서 역시 타운홀 포럼을 통해 건강보험개혁안과 관련, 미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며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는 줄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 건강보험개혁안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미국인들은 동률이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7월 24일에는 건강보험개혁안을 나쁜 생각이라고 답한 사람이 42%, 좋은 생각은 36%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국내정책과제로 강력히 추진해온 건강보험개혁안이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 건강보험개혁안 주민간담회에 참가하기 위해 밖에서 기다리는 미국인들이 정부개입, 건강보험개혁안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건강보험개혁안의 기본적인 내용은 전 미국민들이 건강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는 4,600만 미국인들이 건강보험이 없는데 이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보험회사들의 높은 보험료 등을 시정하자는 취지다.

미국에서는 건강보험이 없으면 병원에 못갈 정도로 의료비가 비싸다. 건강보험 없이 병원에 가 의사의 진료를 받으면 한 번에 10만 원에서 15만 원을 내야 한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해주는 직장보험의 혜택을 받지 않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건강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보험료가 비싸 미국인들은 건강보험에 들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이유로 건강보험에 들지 못해 의료혜택을 보지 못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만들겠다고 선거 때부터 주장해왔고 이를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스펙터 의원의 주민간담회에서 말한 한 여인의 말대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의 기초는 정부의 개입이다. 정부가 현재 보험이 없는 4,600만 미국인들이 보험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건강보험을 국유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개입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는 무능하며 재정적자 폭만 크게 할 것이라고 공화당과 중도 성향의 민주당 사람들은 주장하고 있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5일 콜로라도에서 건강보험개혁안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과거 활동을 볼 때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 정부가 국유화한 철도(암트랙), 우체국을 보라. 둘 다 적자로 운영되고 있지 않는가. 국가 전체 경제 1/7 규모에 해당하는 건강보험 사업을 잘 하리라고 못 믿겠다.” “재향군인인 남편이 도움을 받기 위해 재향군인부에 도움을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의 서류작업 등 관료주의로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남편이 죽었다.”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개혁안에 따르면 향후 10년 간 1조 달러의 빚이 추가로 늘어난다.”

건강보험개혁안에 대한 ‘타운홀’ 포럼이 열리는 밖에서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반대’(Say No to Socialism)라고 써 있는 피켓을 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보험에 들기 전에 아프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이혼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비싼 건강보험료 등으로 건강보험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방식은 정부가 아닌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되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UPS, Fedex와 같은 전문개인택배회사들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국유화된 우체국은 그렇지 않다. 이것을 보라.” “정부의 규제를 푸는 쪽으로 건강보험개혁안이 마련되면 문제는 해결된다. 보험회사 간 자유로운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규제를 풀면 소비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가령, 노인들 자신에게 건강보험에 대한 통제권을 주고 경쟁적인 보험계획을 제공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게 한다. 그러면 노인무료건강보조금인 ‘메디케어’ 비용이 감소할 것이다.”

▲ 건강보험개혁안 반대자와 지지자가 언쟁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안을 둘러싼 미국 내 대립 이면에는 ‘정부가 해답’이라며 일일이 개입하는 ‘큰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과 ‘정부는 문제’라며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큰 정부를 주장하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이상 정부 개입·주도의 건강보험개혁안은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봄 경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마련한 ‘공적자금 투자(Stimulus package)’ 법안이 미 하원에서 공화당 소속 의원 전부가 반대했음에도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몰표로 통과된 것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미국인 유권자의 목소리를 8월 한 달 동안 각 지역구에서 확인한 의원들이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둘 때 계속 밀어붙일지는 미지수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야심을 갖고 강력히 추진해온 건강보험개혁안이 기로에 서 있다. #

워싱턴·이상민 특파원 genuinevalu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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