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장례외교’의 의도
김정일 ‘장례외교’의 의도
  • 미래한국
  • 승인 2009.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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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커크 편집위원·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특파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엄숙하게 치러지는 가운데 북한이 갑자기 자신들이 완전히 폐기된 것이라고 주장했던 6자회담에 복귀한다고 결정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이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철수 및 1953년 한국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조약 체결 등을 요청하기 위해 미국과 양자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김정일은 이 전략으로 재미를 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분명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두만강 유역에서 북한 군인에 붙잡혀 140일 동안 북한에 억류되었던 2명의 미국 여기자들을 데려오기 전 김정일과 보냈던 3시간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상세하게 보고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리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의 2차 핵실험 후 채택된 UN 제재 발동을 위해 강력히 압박하고 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를 계기로 마려된 화해분위기가 북한과의 회담으로 이어지는 체면 살리기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 일본, 러시아 및 한국 등 6자회담 다른 당사자들이 계속 쉬고 있는 가운데 (미북 간) 1대1 회담이 열리거나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 간 회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장례는 이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제공했다. 미국 조문단 대표인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국무장관 시절인 2002년 10월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났고 그 후 줄곧 김정일에 대한 글을 쓰고 말을 해왔다. 그녀와 함께 간 웬디 셔먼은 올브라이트의 컨설팅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그녀의 분신이다. 이들은 김정일이 안내한 ‘5월 1일 경기장’(능라도 경기장)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장거리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묘사한 플래카드 쇼 등을 담은 아리랑 축전을 관람했다.

이들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인 스티븐 보즈워스도 이번 미 조문단에 들어 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주한 미대사였고 지난 2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의해 북한 특사로 임명되었다. 보즈워스는 북한특사로 임명되기 전 평양을 방문했지만 그 뒤로는 북한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북한과 양자회담을 할 수 있는 문이 자신에게 열린 것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김정일은 최근 대결 대신 부드러움을 보여주면서 거대한 사기를 벌이고 있다. 그는 북한이 심각한 식량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의 소용돌이에 처해 있지만 개성공단 접근 완화, 개성 관광 및 남북이산가족 상봉 재개, 금강산 관광 합의 등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정일이 클린턴 전 대통령 및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함께 찍은 최근 사진을 볼 때 그는 이전의 땅딸만한 모습에서 훨씬 약해진 것이 분명했다. 그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자신을 그렇게 만든 1년 전 심장마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절호의 때일지 모른다. 그는 자신의 막내아들을 후계자로 공고히 세워가면서 미국 및 한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원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보다 실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김정일이 보이고 있는 유화적인 태도는 북한의 심각한 경제 상태를 반영하는 것 같다. 북한이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면 한국은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재개할지도 모른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지금까지 50여 년 동안 살아남은 수십만 명의 남북이산가족 중 약 1만6,000명만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후 잠깐의 상봉을 가졌고 최근 2년 동안 추가 상봉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분위기에서 이뤄진 김정일의 ‘장례 외교’를 두고 북한이 중대한 양보를 했다는 진정한 표시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김정일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대화하면서 그를 속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빌 클린턴의 아내인 힐러리는 이를 잘 간파해 오바마 대통령이 김정일과 좋은 얘기를 나눴다는 그녀의 남편 말에 속지 않도록 설득하기를 바란다.#

번역·정리/워싱턴=이상민 특파원 genuinevalu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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