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 개편, 2014년 지방선거 전 마무리에 박차
지방행정 개편, 2014년 지방선거 전 마무리에 박차
  • 미래한국
  • 승인 2009.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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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 개편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 개혁 과제의 하나로 ‘지방행정체제개편’을 언급한 이후 이에 대한 논의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8월 26일 정부에서 ‘자치단체 자율통합지원계획’을 발표한 이래 지난 9월 7일 남양주시가 구리시와의 자율통합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지난 10일에는 수원시 의회가 오산, 화성과의 통합건의안을 의결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통합 자치단체에 대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우선순위를 주고, 국고보조율을 10% 상향하는 등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입법을 해서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임기가 끝나는 2014년 5월까지 행정체제를 개편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지방행정체제개편’을 3대 정치개혁 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하면서 입법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도 졸속 추진에는 반대하지만 행정구역개편 및 자율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논의는 사실 1994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내무부가 중심이 되어 일부 논의가 있었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이전의 중앙집권적 체제의 행정구역을 자치구역으로 바꾸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편논의가 결실을 이루는 듯했지만, 실행에는 이르지 못했었다. 당시 여당과 야당 사이에 대체적인 합의를 본 지방행정체제개편론은 크게 도를 폐지하고 시·군을 통합하는 것이었다. 50~70개의 광역시 또는 통합시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정치권, 사실상 시·도 폐지, 시·군 통합 추진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가 2006년 2월에 채택한 보고서를 보면 행정구역 개편의 기본 방향으로 ▲행정계층을 1단계 감축하기 위해 도를 폐지 ▲수개의 시·군·구를 통합해 적정한 규모로 광역화 ▲읍·면·동을 준자치단체화 ▲현재의 도의 영역을 넘는 대권역별로 지방광역행정기구(가칭 국가지방광역행정청)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실행되지 못한 행정체제개편논의는 지난해 2008년 8월 28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 제정을 9월 정기국회 핵심과제로 선정하면서 다시 불거져 나온다.

박병석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현행 시·도(광역지방단체)-시·군·구(기초지방단체)-읍·면·동 체제에서 16개 시·도를 없애고 시·군·구를 몇 개씩 묶어 234개 기초자치단체를 65개 전후로 만들자”면서 “이로 인해 시간과 예산의 절감, 행정서비스 편의성 증대 외에 경상도, 전라도가 없어지면서 지역감정 해소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2008년 10월 정부는 지방행정체제개편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현재 국회에는 총 6개의 관련 법률안이 상정되어 있다. 국회는 이에 대한 심의를 위해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위원장 허태열 의원)를 구성해 활동 중에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의 안으로 특별시의 경우 자치구를 대폭 줄이고 광역시는 자치구를 전부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광역도는 산하 시군의 2/3가 통합되면 국가광역행정기관으로 전환해 중앙정부가 지사를 임명한다는 것이다. 도를 폐지하고, 시·군은 통합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 안 역시 전국적으로 시·군·구의 3분의 2 이상이 통합·광역화될 경우 국가는 시·도가 수행하는 사무와 기능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도의 지위와 기능을 재조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안 역시 사실상 도를 분할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에선 우윤근 의원과 노영민 의원의 안이 있는데 우 의원의 안은 특별시와 광역시는 유지하되 광역도를 폐지해 현재 230개의 기초지자체를 70~80개로 통합한다는 내용이며, 노 의원의 안은 특별시와 광역시, 광역도를 유지하되 기초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의 안은 특별시와 광역시·도를 6~7개 권역으로 재편해 광역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기초 지자체를 유지하되 행정구역만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도폐지 및 분할에 반대하고, 도를 통합해 더 광역화하고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 지방분권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자유선진당이 당의 중요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는 ‘강소국 연방제’이다.

그러나 정부는 특별시와 광역시, 도가 포함되는 광역 지자체는 그대로 두고 기초 지자체를 자율 통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26일 정부가 발표한 ‘자치단체 자율통합지원계획’에 구체화되어 있다.


정부, 기초 지자체 자율통합 시 인센티브 지원

행정안전부는 통합 건의를 받아 지방의회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12월 말까지 통합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에서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통합자치단체법’이 통과되면 통합 자치단체는 내년 7월 1일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지방 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인구 2만 명에서 인구 100만 명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의 시·군이 모두 기초자치단체라는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경찰서, 소방서,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행정기관이 일률적으로 설치되어 있어 국가 전체적인 낭비가 심하다는 것이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당위성

현행 행정체제로는 자치 단체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도 행정체제 개편의 당위성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농촌의 군 지역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해 평균 인구가 5만5,000명에 불과하고, 전체 군의 77%가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 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행정체제가 주민의 불편을 야기한다는 점도 행정체제 개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민들은 원거리 통근·통학 등으로 확대된 생활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치단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이 세계를 상대로 하는 세방화(glocalization)시대에 행정체제 개편을 통해 지방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이번 개편 논의에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국가와 지방정부간의 역할 재배분에 대한 뚜렷한 방향의 제시 없이 현재의 기능을 기준으로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는 것은 임시적인 미봉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16개의 시·도를 60~70개의 광역시로 축소하겠다는 정치권의 논의는 결국 도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며, 이는 중앙집권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시·도의 기능이 취약해 진 것은 시·도가 수행해야 할 일을 중앙정부가 특별지방행정기관을 만들어 집행적 사무까지 직접 수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앙정부가 시·도에 권한을 제대로 부여한 적이 없으면서 고유기능이 없으니 자치단체인 도를 폐지해야겠다고 억지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논의는 중앙집권화 추진 위한 논리?

물론 허태열 의원의 안에서는 통합자치단체에 대해 현재 지방분권촉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이관, 교육자치권, 자치경찰권, 재정권, 조례제정권 등 다양한 권한의 이양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개편에 비판적인 학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서울, 경기, 부산, 인천 등 인구가 300만~1,000만인 광역자치단체에도 분권을 해주지 않는데 이 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통합시에 분권을 해 준다는 것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논의하기에 앞서 먼저 중앙과 지방의 사무 재배분,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 국세와 지방세 조정 등 실제적인 지방분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의 시스템을 개조하는 만큼 충분한 여론 수렴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 남양주시의 경우 통합에 대한 사전 여론 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구리시와의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의 연내 자율통합추진 선언에 박영순 구리시장은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성급하게 통합 논의가 추진되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비교적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기·인천 지역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경인일보의 전화설문조사결과를 보면 광역 자치단체인 시·도는 그대로 존치 혹은 기능·규모 조정을 전제로 시·군끼리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50.9%를 차지했다. 그러나 3명 중 1명이 행정구역개편 내용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나 주민 투표를 실시할 경우 최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행정체제개편은 지방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인 현안’일 뿐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과 맞물려 있는 ‘정치적인 현안’이라는 점에서 9월 정기국회에서 어떻게 논의가 이루어질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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