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독교계, ‘종교의 자유’위해 오바마에 반기
美기독교계, ‘종교의 자유’위해 오바마에 반기
  • 미래한국
  • 승인 200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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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지원·혐오방지법 등 ‘세속적 진보정책’에 반발 / 시민 불복종 등 일사각오로 신앙 사수 선언
▲ 로버트 조지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11월 20일 워싱턴 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맨하탄 선언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미국 건국의 기틀인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오바마 정부에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미국 내 복음주의 기독교, 로마 가톨릭, 정교회 등 기독교계 대표들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독교인 양심의 소리, 맨하탄 선언’(Manhattan Declaration: A Call of Christian Conscience)을 발표했다.

미국 내 기독교계 지도자 149명이 서명한 이 맨하탄 선언은 기독교계가 생명의 신성함, 전통적 결혼,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시민 불복종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다. 선언은 낙태를 합법화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사건 이후 불완전하고 미성숙하며 불편한 생명은 버려질 수 있다는 ‘죽음의 문화’가 만연해졌고 결혼제도가 무너져 쉽게 이혼하고 혼음과 간통이 매력 있게 비쳐지고 있으며 동성결혼이 인정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선언은 특히, 기독교 교회나 단체들이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것 때문에 박해를 받는 등 미국 건국 기틀인 종교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다며 이는 시민사회의 분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폭정의 서곡’이라고까지 지적했다.

선언은 수세기 동안 기독교는 시민 불복종을 허용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고 가르쳐왔다며 합법적인 불의를 따르기보다 감옥에 가기로 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대표적인 예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낙태, 배아줄기세포연구, 자살과 안락사 지원 및 그 외 반(反) 생명적 행동에 참여하라고 하거나 부도덕적인 동성애자들에게 축복하라는 어떤 규칙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가이사의 것은 분명히 가이사에게 바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것을 가이사에게 바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편집자 주. 예수께서 한 말을 인용한 것으로 가이사는 로마 황제 시저를 말하며 세상 국가, 권력을 상징)

▲ 복음주의 기독교, 정교회, 로마 가톨릭 등 기독교계 대표들이 맨하탄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9월 뉴욕 맨하탄에서 기독교계 지도자들이 모여 마련한 이 맨하탄 선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전개되어온 세속적 진보정책들에 대한 반발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 정부의 재정을 받는 국제 비영리단체는 각 나라에서 가족계획으로 낙태를 권장하지 말라는 정책인 이른바 ‘멕시코 도시 정책’(Mexico City Policy)을 폐기했다. 이 정책은 1984년 공화당 레이건 정부 때 신설되었는데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 때 폐기되었다가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부활됐으나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다시 폐기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금지한 부시 전 대통령의 정책을 폐지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배아를 죽이면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이 연구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생명을 죽이는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반대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를 역대 미 대통령 중 처음으로 백악관에 초대했고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합법적 결합으로 정의한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 폐지, 동성애자들이 군대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히지 못하게 한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정책 폐지를 거듭 약속해왔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성적 성향 및 성 정체성이 추가된 혐오방지법에 서명한 후 이 혐오방지법의 단초였던 매튜 세파드의 어머니(가운데 백인여자)와 인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28일에는 상하원에서 국방예산안에 묻어 통과된 혐오방지법에 서명했다. 동성애자들의 숙원이었던 이 혐오방지법은 인종, 피부색, 출신국을 이유로 어떤 사람을 혐오해 피해주는 것을 금지한 기존의 혐오방지법에 성적 성향, 성 정체성을 추가한 것으로 동성애자, 성전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또 오바마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안에는 연방정부 돈으로 낙태를 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이 결정들은 전통적으로 낙태, 동성애 및 동성결혼 등을 반대해온 미국 내 복음주의 기독교계를 한숨 쉬게 해왔고 특히, 혐오방지법 채택으로 기독교 신앙을 지키면 처벌받는 기독교박해 시대가 도래했다는 우려를 낳았다.

복음주의 기독교계에서는 성적 성향 및 성 정체성이 추가된 혐오방지법에 따라 목사가 성경대로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하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 혐오방지법과 유사한 법을 가진 스웨덴, 캐나다, 영국 등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내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맨하탄 선언을 주도한 유명한 기독교지도자 찰스 콜슨 감옥휄로십 대표는 “이 선언은 교회를 깨우는 소리다. 미국에서 종교의 자유가 공격받는 데 대해 수수방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내에서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지켰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사례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뉴저지에서 한 감리교회 운영 캠프가 동성 간 결합식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세금면제 지위를 박탈당했고 캘리포니아에서 기독교인 의사들이 레즈비언 커플에게 시험관 수정 시술을 거부해 고소당했으며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매사추세츠 보스턴의 한 가톨릭 자선단체는 주에서 동성커플에게 고아들을 입양시키라고 할 것을 우려해 입양사업을 중단했다.

맨하탄 선언 서명자인 유력한 기독교지도자 토니 퍼킨스 가족연구위원회 의장은 “맨하탄 선언의 핵심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미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움직임을 마냥 기다리지 않고 이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는 것”이라며 “십자가의 그늘에 서서 기독교 지도자들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문화. 정치적 선을 모래 위에 그은 것”이라고 말했다.

맨하턴 선언에 서명한 149명의 기독교계 대표들은 15명의 로마 가톨릭 대주교를 비롯, 남침례신학교, 달라스신학교, 고든콘웰신학교, 칼빈신학교 등 신학교 총장들과 교수들, 전국복음주의협의회(NAE) 회장인 리스 앤서슨, 포커스온패밀리 설립자인 제임스 돕슨 등 기독교단체 대표들, 리디머장로교회 팀 켈러 목사 등 교회목사들, ‘World’, ‘Christianity Today’ 등 미 기독교언론 대표들이다.

온라인(www.manhattandeclaration.com)으로 맨하탄 선언에 대한 지지서명을 받고 있는데 선언발표 후 하루만에 12,073명이 서명,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다.

맨하탄 선언은 “기독교인들은 성 어거스틴의 말처럼 ‘사람의 도시’(City of man)이냐 ‘하나님의 도시’(City of God)이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며 시대의 급박함을 지적했다.

기독교 정신으로 건국된 미국에서 이제 기독교 지도자들이 처벌받을 각오로 국가에 불복종하면서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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