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미래 건설 위한 한미전략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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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0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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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박사의 전략이야기]
▲ 이춘근 뉴라이트 국제정책센터 대표


국제정치는 끊임없이 변한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후 61년이 지나는 동안 동북아 및 세계의 국제정치체제는 냉전시대(1945~1989년), 탈냉전시대(1990~2000년), 반테러전쟁시대 (2001년 이후) 등으로 계속 변했다. 각 시대는 독특한 힘의 구조와 국가들의 행동 양식으로 특징지어진다. 냉전시대는 두 개의 막강한 강대국이 세계정치를 지배하는 양극 구조였고, 당시 국가들의 행동은 진영내의 단결(intra bloc cohesion), 진영 간의 극심한 적대감(inter bloc hostility)으로 특징됐다. 냉전의 최전선에 위치한 한국은 같은 진영인 미국과는 완벽한 단결을 유지했고 북한, 중국, 소련은 물론 유럽의 공산권 국가들과도 최악의 적대 관계를 유지했다. 

1980년대 말 냉전이 끝나자 우리는 소련, 중국은 물론 동유럽의 구 공산권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게 됐고 북한과도 냉전시대와는 판이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마음껏 북한과도 밀월 관계를 전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전 세계 국제정치 체제는 탈냉전으로 접어들었지만, 한반도에서는 냉전이 지속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념과 사상이 다르고 남한을 궁극적으로 제압해야 하겠다는 혁명 노선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는 북한과 진정한 밀월이 불가능한데 한국은 그걸 몰랐다. 

미국도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는데 한국이 북한과 관계 개선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이 1990년대 10년 동안 북한과 관계 개선을 이룩한 이유는 북한이 다른 나라들처럼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변혁을 이룩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이 보기에 공산국가 북한이 너무 허약했기 때문이었다. 공산주의 진영의 종주국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마저 체제 개혁을 이룩한 마당에 간신히 살아남은 북한은 미국이 보기에 전혀 전략적 위협(strategic threat)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탈냉전시대 10년 동안 미국은 전략이 없어도 될 정도였고 전문가들 중에는 이 시대를 ‘역사의 휴일’ (Holidays from History) 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가 2001년 9월 11일 단 하루 만에 ‘역사의 휴일’은 종막을 고했고, 완전히 새로운 국제체제가 도래했다. 미국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안전이 보장된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자신보다 힘이 약하고 가난한 다른 나라들보다도 오히려 안보 상황이 더 열악하게 됐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앞에 미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취약하게 됐다는 사실을 보면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테러전쟁시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테러전쟁시대에 당면한 미국은 자신을 위험하게 만드는 세 나라를 악의 축이라고 지목했다. 북한이 악의 축 세 나라 중 하나가 됐다는 사실은 북한과도 냉전이 종식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한국에는 충격이었다. 이념이 다를 뿐 아니라 무력 수단을 통해서라도 남한을 해방(통일)시키겠다는 북한과 밀월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대한민국의 지난 정권들은 당연히 미국과 극심한 갈등 관계로 빠져 들었다. 미국은 북한을 새로운 시대의 주적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북한을 닮아가며 오히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좌파 정권이 지속되는 동안 미국 사람들 중에는 북한을 아예 중국에 복속시키는 해결 방안까지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어차피 대한민국이 미국의 동맹국처럼 행동하지 않는 판인데, 핵을 가진 북한을 중국이 통제할 수 있다면 북한을 중국에 넘겨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유민주주의 통일 따위는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 그다지 시급한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비로소 한미동맹은 다시 복원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학자들은 한국 사람들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몇 가지 원칙들이란 북한과 미국은 결코 한국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통일된 한반도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실히 천명할 것이며,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는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것 등이다. 이명박 정부 수립 후 한미관계가 전략적 동맹관계로 격상되는 과정에서 얻어낸 소중한 결과들이다.

그런데 동맹이란 서로 주고받는 관계여야 한다. 다수의 친한파 미국학자들은 미국이 위에서 말한 원칙을 지킬 때, 한국도 미국을 위해 무엇인가 기여해 주기를 원한다. 미국학자들은 동북아의 미래에 대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미국에 제일 유리한 미래의 동북아와 한국에 제일 좋은 미래의 동북아는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한다.  

다니엘 트와이닝(Daniel Twining)이라는 학자는 아시아의 미래는 다음 네 가지 중 하나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1) 현재와 유사한 국제질서가 계속되는 것- 지역적인 틀 내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조용히 경쟁을 벌이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 체제가 지속되는 아시아 (2) 적나라한 세력균형의 국제정치가 전개되는 국제질서로서,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아시아 지역의 강대국들인 중국, 일본 등이 적나라하게 자국의 안보를 위해 공격적인 경쟁을 벌이는 아시아  (3) 유럽에서 형성된 것과 유사한 민주적 평화 질서를 유지하는 아시아- 이 같은 상황은  중국의 정치적 민주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4) 중국 중심적인 아시아의 국제질서로서, 중국의 영향력이 아시아 전체에 확대된, 근대 이전의 모습처럼 중국이 ‘중화 제국’(Middle Kingdom)으로서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를 위계질서로  구성하는 상황 등이다.

위의 네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한국에 가장 바람직한 것은 1,3일 것이다. 미국 역시 1,3을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와 4의 상황이 전개된다면 한국은 대단히 곤욕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2의 상황이란 미국이 떠남으로써 진공 상태가 된 아시아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일본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군비 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타당한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이다. 한국은 이 같은 상황의 도래를 막아야 한다. 4의 상황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조선이 중국의 명나라, 청나라에 조공을 바쳤던 것과 유사한 모습이며, 이 경우 아시아의 소국들은 미국에 꼼짝 못하는 남미 국가들보다 훨씬 더 자율성이 적은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3번은 바람직하지만 아시아의 경우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선 중국이 민주화를 이룩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며, 3의 상황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막강한 세력(미국 정도의) 이 존재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4의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유럽이 현재 평화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배후에는 막강한 미국 군사력이 질서 유지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장 좋은 아시아의 미래는 1번의 상황으로 귀결된다. 1번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는 막강한 미국의 힘을 통해, 아시아의 강호 중국과 일본을 견제할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한국이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경우 미국은 아시아 국가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으며 아시아의 미래가 1의 상황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략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의 능력, 지정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국이 아시아에서 막강한 균형자로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아시아의 미래다. 미국도 그런 상황을 제일 원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래의 아시아를 바람직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 아시아의 미래를 그냥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곳으로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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