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변하고 있다
러시아가 변하고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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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풍향계 - 유럽
암브로즈 에반스 프리처드 영 텔레그라프 국제경제부장
The Times 12/17 The Financial Times 12/16

(경제적 측면)

러시아의 경제학자 이골 가이다르는 1991년 공산주의 몰락 직후 러시아 부총리로 러시아의 자유시장경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그가 12월 16일 53세로 사망했다. 그는 러시아 정치에서 권외의 인물이고 자유시장세력, 소득격차와 부패의 무정부적 사회의 아버지라고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잘못이다. 가이다르의 개혁과 시장경제의 힘이 크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가 이룬 자유자본주의 성과는 2008년 경제위기로 손상됐지만 러시아 경제를 자유시장과 글로벌 차원의 자유무역체제로 결합해 경제를 향상시켰다.

공산주의 몰락 후의 러시아는 입헌민주국가는 아니었다. 정치 지도층은 대외정책에서 반서방 입장을 취했고 경제는 자유롭지 못했다. 시장은 인위적 규제, 부패와 공존했다. 그러나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사실은 러시아가 20년 만에 경제적 폐허에서 일어난 것이다. 가이다르의 규제 철폐, 공기업 민영화, 재정 안정 등의 경제개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에너지 가격의 회복과 수출 증가가 강력한 효과를 나타냈다.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는 2002년과 2007년 사이에 25억 달러에서 80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공산주의 몰락 이후 통치 초기에는 경제적 성과가 별로 없었으나 미래의 번영을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 가이다르와 그의 동료 개혁론자들이 러시아 경제 운용에 착수했을 당시 예산 적자는 GDP의 20%를 넘었다. 통화정책은 관리가 불가능했고 인플레가 심했다. 보리스 옐친은 에너지 가격 자유화를 거부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경제 발전이 되면서 세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 자유화는 비록 부분적이긴 하지만 중산층을 강화하고 보다 큰 민주주의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정치적 측면)

러시아에서 최근 10년 이후 가장 큰 권력집단은 과거의 공안요원, 군인 그리고 정보원들로, 이들은 과거 KGB 요원으로 대통령을 중임하고 현재는 총리인 블라디미르 푸틴 덕분에 국가 권력구조 내부로 유입했다. 그러나 2008년 푸틴이 대통령에서 물러나면서 이들도 2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고위직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 ‘강자’들은 2007년에 푸틴 정부 요직의 3분의 2를 차지했지만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이 된 후 현재 겨우 절반 밖에 안 된다. 이러한 변화는 러시아가 점차 시민정부로 되고 권력 엘리트층은 보다 자유로운 시대정신을 갖게 되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다. 이들 강자들이 꾸준히 물러가며 이들의 영향력이 약화하면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이른바 ‘권력의 수직화’ 기간인 2000~08년 보다 점점 커지고 있다.

푸틴은 대통령을 그만두었지만 러시아 정치 분야에서는 가장 강력한 인물로 간주되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 그는 공안요원을 정부 요직에 다수 유입시켰다. 그가 메드베데프를 후계자로 선정한 것은 이 강자들이 권력을 남용할 것으로 보고 이들의 영향력을 깎아 내리려고 한 것이다.

메드베데프는 점점 자신감을 갖고 정치적 해빙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는 온건한 선거개혁을 달성했고 푸틴이 당수이며 지방선거를 부정 조작한 ‘러시아 통일당’을 격렬히 비난했다. 한 인권 변호사가 감옥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그는 내무성의 고위직 인사를 숙청했다. 푸틴은 훨씬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메드베데프의 대통령직은 헌법상의 권력을 부여 받고 있다.

푸틴의 추종자들은 러시아의 정치 발전에 상당한 자취를 남겼다. 그들의 권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러시아를 신생민주주의에서 권력서열과 가족주의에 바탕을 둔 국가로 전락시킨 ‘연성(軟怯) 쿠테타’에 비유되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나 토론이 없는 권위주의적 구조에서 성장했고 오직 명령을 받고 이 명령에 토를 달지 않는 데 익숙했으며 통치의 민주적 방법을 원하지 않았다. 권력중심이 분산되고 대량전달 매체 시대인 지금 이들의 방법은 소련과 같이 밀폐된 독재국가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

 

 

정리·정 철 객원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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