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부사정 악화로 강온전략 반복
北, 내부사정 악화로 강온전략 반복
  • 미래한국
  • 승인 201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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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한 체제 급변사태 대비하는 부흥 계획 마련
 
새해 벽두에 발표된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지난해만해도 우리 정부에 대해 “북남공동선언을 전면부정하고 파쇼독재시대를 되살리며 북남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집권세력의 무분별한 책동”이라며 ‘미친듯’ 비난했던 북한이 올해에는 남한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삼가고, 남북화해와 협력을 적극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월 4일 신년사를 통해 “남과 북 사이에 상시적인 대화를 위한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 북한도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서길 기대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 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이 신년사설을 통해) 서로 욕을 안 하는 것만 해도 오래간만이고 긍정적 변화의 일부분”이라며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남북정상회담이 북한에서 개최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콘텐츠가 문제이지, 나머지는 협상하기에 따른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은 늘 우리 쪽에서 목매여 하던 상황에서 이제는 여건이 바뀌었으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우리 언론들은 이러한 남북한 신년사와 분위기를 바라보면서 올해 남북관계에 적지 않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진보성향의 일간지는 1월3일자 사설에서 “지난해 여름 이후 조성돼온 대화·협상 국면이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적어도 15일 북한이 갑작스레 ‘보복 성전’을 선언하며 주특기인 대남협박을 퍼붓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본 기사는 협박선언 일주일 전부터 기획, 작성됐다.)

이러한 국면에서 지난 1월 11일 북한 외무성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회담 개최를 제의하면서 “정전협정 당사국들에게 ‘정중히’ 평화협정 회담을 제의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들어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이 성명이 발표된 다음날 증시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남북한 경협주가 상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지난 1월 14일 통일부에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 접촉을 제안하면서 이러한 시각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유화적 제스처’라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이 진정성이 있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다기보다는 북한 내부 사정이 그만큼 절박한 것이 이유라는 것이다.

북한의 유화적 반응, 전술적 입장 표명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최근 행보는 금년에 대외관계,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개선보다는 내부적인 문제에 역량을 쏟아야 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술적인 입장 표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당시 북한 사설조문단의 청와대 방문 및 정상회담 제안 등 2009년 중반 이후 북한이 보여왔던 유화적인 모습들은 북한이 더욱 강경하게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취하는 일종의 관리 차원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 관련기사 11~15면

북한 외무성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제의한 것에 대해서도 유 교수는 “북한의 이번 제의는 과거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북한이 과거와 다른 입장으로 나올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해서 핵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6자회담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키면서 시간을 버는 전략으로 나올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는 등 북한 내부 사정이 어렵다”며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북한의 도발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종환 명지대 초빙교수(북한학)도 “이번 신년 공동사설에 북한이 경공업과 농업 발전을 통한 주민생활 개선을 국방공업 앞에 배치한 것은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취해진 화폐개혁에 대해 심각해진 주민들의 분노를 무마하고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 세습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한이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기초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해가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이 동 선언들을 대남전략과 통일정책인 자주(주한미군철수), 민주(공산당 활동 자유화를 위한 국가보안법 철폐), 통일(북한식 연방제 통일)을 문서화한 것으로 해석해 왔기 때문에 우리 대통령을 비난만 하지 않았을 뿐 적화통일을 하고자 하는 목표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겉으로만 유화적으로 보일 뿐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관련기사 7면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 접촉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로 보기보다 ‘달러가 필요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측의 태도를 시험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과 관련한 남한 일부 언론 보도에 반박해 북한 국방위원회 명의로 ‘보복 성전(聖戰)’을 다짐하는 강도 높은 대남성명을 발표한 것도 최근의 ‘유화설’을 일축하는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국방위원회는 북한의 국방 및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이다.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 ‘급변사태 대비 계획’을 ‘반공화국 체제 전복 계획’으로 규정하고, 통일부와 국정원의 해체를 요구했다. 또 남한에 대해 ‘혁명적 무장력’까지 동원할 것임을 밝혀 향후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암시하며 향후 6자회담, 평화협정 논의 등 외교무대에서 남한을 제외할 뜻도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확인되지 않은 일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해서 우리 측에 대해 위협적 언동을 하는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한편 올해 북한이 6·25전쟁 발발 60주년, 6·15공동선언 10주년과 남한의 6월 지자체 선거에 임박해 국지적, 제한적 해상무력도발과 함께 휴전선상에서의 무력시위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내부 결속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전망 또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고 비교적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대화를 추진해가면서 6자회담이나 비핵화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북한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대화를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하나의 통로로 간주하지 않게 한 점 등이 북한을 스스로 나오게끔 했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의제 제한할 필요 없어

또 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북한과 대화를 통해 북한에 묻혀 있는 국군 용사들의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미리 정상회담 의제를 제시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의제에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은 북한인권 개선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키라는 요구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관련기사 49면

이에 대해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인권 문제가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며 “정상회담을 단순히 정치적인 자산으로 삼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측에 줄 수 있는 임팩트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유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굳이 의제를 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시시각각 변하는 북한의 태도에 어떻게 대응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정부, 북한 체제 급변사태 대비하는 ‘부흥’ 계획 마련

김정일 급사·쿠데타 등 다양한 상황 맞춰 대응책 담아


정부가 지난해 말 ‘부흥’이라는 코드명으로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준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비상계획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이 공동 참여하는 정부 차원의 ‘통합 매뉴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통일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까지 동원해 작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언론들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한·미간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작전계획 5029’가 군사적 작전이라면, ‘부흥’은 행정적 조치에 해당하는 차이점이 있다. 이번 ‘부흥’ 계획에는 김정일의 급사나 장기간 투병, 군부 쿠데타, 주민소요 확산 등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북한 주민의 이동과 임시 수용 등을 포함한 급변 사태 시 행정조치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 김영삼 정부 시에는 북한체제 붕괴에 대비한 ‘충무’계획이 마련되었었다. 코드명이 ‘부흥’이라는 점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이라는 북한 개발 계획을 상징화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를 진전시키면 10년 내 북한 주민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를 달성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북한 개발’이 핵심이다.

한편 한미 양국은 김정일의 건강 악화 등 북한 내부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도 지난해 완성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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