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은 성공할 것인가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은 성공할 것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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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2009년 초부터 북한 언론을 통해 김정일의 후계자를 암시하는 언급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월 초에는 북한군 사상검열을 담당하는 김정각 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후보로 추천하면서 “만경대 혈통과 백두혈통을 총으로 보위하자”는 발언을 했다. 김일성 직계를 의미하는 만경대혈통에 이어 김정일 직계를 의미하는 백두혈통의 강조로 김정일의 후계자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였다.

4월 7일자 로동신문에서 “해와 별 빛나는 혁명의 수뇌부”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래 ‘해와 별’ 표현이 자주 사용되었다. 해는 김정일을 의미하며 별은 일명 ‘샛별’로 후계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5월 말에는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후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전문을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보냈다. 그리고 김정은이 후계자임을 암시하는 표현과 지시들이 일선 당과 주민들에게 내려졌고 ‘영명한 동지’, 심지어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선전포스터까지 나왔다.

이후 김정일이 현지지도 과정에서 김정은을 찬양하는 가요 ‘발걸음’을 소재로 한 그림을 감상하는 장면을 북한 언론이 공개했다. 북한은 이 노래를 북한사회 내 각급 단위에 조직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김정은에 대한 내부용 교양자료에서는 이 노래를 “21세기의 수령 찬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21세기 수령으로 명명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현재 김정은은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일천하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내외정책을 주도해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서 작년에 행한 일종의 노력동원 운동인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전투들은 후계체제와 연관된다. 예컨대 북한에서 처음 등장한 70일 전투는 1974년 10월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일의 주도로 이어져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운동으로 평가된다. 1980년 김정일이 공식적인 후계자가 된 후에는 100일 전투가 전개되었다.

2010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작년의 150일, 100일 전투, 김일성 생일행사, 5.1절 경축야회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김정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운동과 행사들이다. 또한 ‘선군조선의 미래’라든가 올 10월의 당대회를 언급한 것을 보면 올해 후계체제와 연관이 있는 행사들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턱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북한의 의도대로 이루어질 경우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하려 할 것이다.

김정은 후계구도 안정은 김정일 건강에 좌우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체제성격이나 권력구조를 보면 김정일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3대세습을 놓고 권력갈등과 같은 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수령유일체제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을 숙청했기 때문에 70년대 이후에는 어떤 반정부세력도 존재할 수가 없다. 더구나 3대세습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반발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김정일 사망 이후에는 상황이 다르다. 김정일은 74년 2월 후계자로 내정 당시에 이미 당과 행정조직을 장악하여 북한정치 전반을 관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빨치산 원로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각종 운동과 선전활동을 추진하였다. 이에 반해 김정은 후계 내정은 김정일이 주도하고 있다. 김정일이 과거 김일성의 후광 하에 수령우상화 작업을 주도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여 권력을 쟁취했다면, 지금은 아버지 김정일이 아들의 우상화작업을 대신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은 후계체제의 성립과 지속은 김정일의 건강에 달려 있다. 김정일이 장수하고 김정은의 권력이 공고화될 때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권력이양은 성공할 것이다. 김정일로서도 후계자의 권력장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건강할 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바로 그 제도적 장치가 2009년 개정헌법이다. 개정헌법에 따라 국방위원장과 국방위원회의 임무와 권한이 강화되었는데 이는 후계문제와 연관된다. 김정일은 후계 구축과정에서 발생할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후계자가 국방위원회를 통해, 특히 국방위원장직에 취임해서 통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은 헌법기관에서의 위상 확보를 위해 몇 년 안에 국방위원회 위원직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고, 김정일 이후에는 국방위원장을 맡으려고 할 것이다.

김정은이 아직 어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이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이중삼중으로 감시하는 북한체제에서 군부쿠데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김정일 이후 군을 비롯해 당과 정부의 집단지도체제의 등장도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세습 후계자 김정은을 상징적 지도자로 놓고 당정군의 고위간부들이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김정은 3대세습에 대해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2대세습도 비판의 대상인데, 3대세습은 북한이 김일성 왕조국가라는 것을 전세계에 알리는 우스꽝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3대세습을 위해서는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의 암묵적 승인이 필요하다. 최근 김정일 방중설이 나오면서 김정은의 동행 여부가 관심사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이번 김정일의 방중에는 김정은이 함께 갈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김정은을 중국의 지도자들에게 인사시키고, 중국의 발전된 문물을 견학하고, 외교관례를 배우게 하는 등 후계수업을 시키기 위해서이다.

중국 등 국제사회는 3대 세습에 부정적

북한은 3대세습을 통해 정치체제가 안정되기를 바라지만, 김정일 이후 북한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3대세습의 성공 여부는 북한의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 현재와 같은 수령체제로 인해 왜곡된 분배시스템과 시대에 뒤떨어진 중앙통제 계획경제가 고수되는 한, 북한의 경제는 되살아나기 어렵다. 경제난으로 북한주민들의 불만과 체제 충성심이 약화되면 북한 지도부 내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아 3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과 같은 도발행위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3대세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현재와 같은 수령체제를 일방적으로 유지하기는 힘들다. 여러 가지 면에서 3대세습은 많은 난관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이후 북한이 체제혼란을 막고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와야 한다.#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 졸업
(정치학 박사)

현대북한연구회 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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