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독립 빙자, 독선적 판결로 신뢰 실추”
“사법부 독립 빙자, 독선적 판결로 신뢰 실추”
  • 미래한국
  • 승인 2010.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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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주영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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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의원 무죄판결, 용산사태 수사자료 공개결정, 전북 전교조 간부 시국선언 무죄선고, PD수첩 광우병 관련보도 무죄판결 등 최근 법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잇따랐다. 이에 판사들의 치우친 이념적 성향과 자질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래한국>은 판사 출신의 이주영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과 역시 판사 출신인 이재교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만나 최근 사법부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부의 판결(강기갑 무죄, 용산사태 수사자료 공개,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 PD수첩 광우병보도 무죄 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 이주영 의원
“국민의 일반적 보편적 법감정에서 동 떨어진, 상식 밖의 판결을 한 것입니다. 아직 1심 판결이고 2심과 3심이 있어 결과가 바뀔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이해하고 관용해줄 수 있는 한계마저 넘어섰다고 봅니다. 상급심에서 바로 잡으면 된다고 넘기기에는 1심 판결의 중요성과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큽니다. 법률은 상식의 결정체입니다. 국민의 건전한 법 감정에도 부합해야 하죠. 하지만 이번 상식 밖의 판결들은 ‘기교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을 무죄 쪽으로 맞추다 보니 무리한 논리 전개로 억지스러움이 있습니다.

국민의 법 상식에 맞게 재판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는데 사법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단독판사들의 경력이 일천해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법관들이 재판을 했고 또 하나는 1988년부터 사법부 내에 존재하는 우리법연구회가 일정한 이념지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 판결은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가 내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조직처럼 세력화된 우리법연구회가 법원 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법원을 자기들이 지향하는 나름대로의 이상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 일부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검사가 기소했다고 해서 법원이 모두 유죄를 판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고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너무나 상식 밖으로 판결을 하니까 법원에 대해 존경과 신뢰를 보낼 수 없는 거죠. 사법부 독립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지켜가야 할 소중한 가치이지 법관 개인을 위한 원칙이 아닙니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이념을 가지고 국민이 받아들여야 할 법 가치를 무시한다면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죠. 저희들이 사법부를 길들이거나 흔드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지향적인 단체에 영향을 받아 흔들리는 사법부를 바로 잡아 진정한 사법부 독립을 지켜주기 위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법원 내 사조직, 사법부 신뢰 위기 초래

- 우리법연구회와 같은 법원 내 사조직의 존재 의의를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법연구회 같은 단체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습니다. 우리법연구회 홈페이지, 논문집, 회장을 맡았던 판사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지향하는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2002년 8월 박시환 당시 변호사가 게재한 글을 보면 ‘우리 모임은 법원 내 여러 연구모임처럼 각 회원의 실력 향상이나 역량 증진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사법운영에 참여하여 법원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법연구회 전 회장인 문형배 판사의 블로그에도 법원 내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면서 편 가르기를 하거나 개인숭배 하듯 특정인의 정신을 받들자는 식의 표현이 나옵니다. 그리고 사법부에 중요한 이슈가 발생하면 암암리에 세력화 행동을 해왔습니다. 자신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기 위해 운동성향을 드러낸 거죠.

물론 판사 개개인의 성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 내에서 이념적인 잣대로 공공연히 편 가르기를 하고 또 집단화 세력화를 도모하는 건 문제입니다. 위법이 없으니 해체를 요구할 수 없다고 하는데 위법과 불법이 있다면 형사입건 되고 해직되어야 하겠죠. 그런데 이는 위법과 불법 차원이 아닙니다. 이런 조직이 사법부 내에 있어서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고 사법부 전체에 신뢰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념지향의 단체로부터 독립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사법부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법연구회가 해체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판결 중에서 문제가 된 사례가 있습니까.

“대표적으로 지난해 우리법연구회 소속 마은혁 판사가 국회 폭력사태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 12명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마 판사는 노회찬, 조승수 등과 오랜 친분을 맺어 왔으며 1987년 결성된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 ‘인천지역 민주노동자 연맹(인민노련)’의 핵심 멤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후원회에 참석해 후원금을 내는 등 판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됩니다. 그럼에도 마 판사는 해당 법원장으로부터 구두경고 정도만 받았죠.”

- 이용훈 대법원장이 우리법연구회를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대법원장 성향에 대해 개인적으로 말하면 공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다 알려진 것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당시 인사청문회를 통해 우리법연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념적인 사조직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에 부장판사 이상은 가입하지 말라고 해서 고법 부장판사들은 다 탈퇴했죠. 그런데 고법부장판사 이상은 안 되고 일반 평판사는 남아 사법부 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허용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대법원장이 그런 문제점을 인식한다면 우리법연구회 스스로 해체하도록 직접 설득하고 나서야 합니다. 하루 빨리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 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할 당시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나요.

“제가 95년까지 판사 생활을 했는데 그때는 우리법연구회가 암암리에 끼리끼리 모였기 때문에 가입 권유 등은 없었습니다. 당시 군부독재 속에 사법부가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었는데 우리법연구회가 일정부분 사법 민주화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젠 그런 시대도 아닌데 법원 안에서 특정 이념을 지향하며 편 가르기를 하고 주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법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파문에도 우리법연구회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사건으로 법원장들이 상당히 위축됐고 단독판사의 발언권은 강화됐죠. 당시 촛불시위 관련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여부에 대해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주도적으로 법원 내부 통신망에 비판적인 글을 올렸기 때문에 촛불재판 이메일 파문의 진원지가 된 것으로 봅니다.”

- 법원 내 운동권 출신 법관들이 ‘판결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 우리법연구회 논문집(2005)
“일부 법관의 정치성과 편향적 행태가 우려할 수준이고 이는 이념성향이 강해진 법조계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법원에서 무슨 이슈가 터질 때마다 판사 개인의 성향이 문제되고 실제로 세력화되어 판사의 이념적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편향돼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 법관의 독선

- 이번과 같은 판결에 대해 젊은 판사들이 단독판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문제라며 자질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근본적으로 현재 법관임용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관료법관제로 빠르면 20대부터 판사를 할 수 있습니다. 학교 졸업 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바로 법관이 되는 거죠. 그래서 대부분 사회 경험도 없고 세상 물정도 모릅니다.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이 우수한 판사들을 뽑고 있지만 그들의 인격이나 덕망은 검증할 자료도 없고 기회도 없습니다. 승진 경쟁도 해야 되니 상당히 관료화돼 있죠. 책임의식보다는 사법부 독립을 빙자해 ‘나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는 의식이 지나쳐 자칫 독선으로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나 변호사, 법학교수, 법률사무 종사 공무원 등으로 10년 이상 경력을 갖춘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사람을 법관으로 임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법관을 추천하는 위원회를 구성해서 덕망이 높고 실력도 갖추고 있는 사람을 선발해 법관으로 임명하면 재판을 받는 국민도 안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5년 이상이면 형사단독판사를 맡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를 좀 더 상향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재판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 항소율과 상고율이 높습니다. 그 결과 대법관 한 명이 1주일에 평균 20건 이상을 처리해야 현상 유지가 될 정도로 사건이 많습니다. 앞으로 경력법관을 임용한다면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져 항소율과 상고율이 낮아질 것입니다.”

- 법조계에서는 20,30대 판사들이 전교조로부터 교육을 받아 좌에는 관대하고 우에는 엄격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적인 재판의 임무를 수행하는 법관은 개인적 주관적 양심이 아닌 법률과 양심에 의해 독립적으로 판결해야 합니다. 사회보편적인 가치체계에 따라 객관적인 양심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판사 개인이 사형제 폐지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극악무도한 살인 범죄자에 대한 사형선고를 기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이처럼 그 형식은 단독판결이라 하더라도 정신만은 합의제가 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상식과 순리에 충격을 주는 만큼 사법부의 권위는 실추되는 것입니다.”

- 이번에 문제된 판결을 계기로 국회에서 사법개혁 논의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3권 분립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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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일련의 판결들이 사법부 전체의 신뢰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 판결 하나하나에 개입해 사법부를 흔들려는 의도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법부 개혁에 힘을 모아야

- 검찰 개혁을 얘기하는 민주당과 사법개혁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길은 없습니까.

“지금 한나라당에서 우려하는 것은 법원 내 정치적 이념과 편향성에 따라 신뢰할 수 없는 판결이 계속 내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판결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판사 개인의 소신으로 포장된 오만과 독선은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념 성향에 따른 개인 편차가 불가피할지 모르지만 최소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와 함께 검찰권 행사에 상당 부분 문제가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것과 압수수색 남발 등 수사권이 오·남용되고 있는 점에 대한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야당 측과도 논의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이번 같은 판결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생각할 때 견제 기능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검찰 외에 사법부 전반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변호사 분야에서는 아직 남아 있는 전관예우와 고액수임료 등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하는 것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법관 임용제도는 현재의 관료법관제에서 경력법관제로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유무죄나 양형에 있어 들쭉날쭉한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시정해야 합니다. 인사제도도 검토해야 합니다.

대법원에 법관인사위원회가 있지만 거의 유명무실합니다.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있는 것인데 사실상 인사권은 대법원장에게 독점화돼 있죠. 피라미드식 수직행정구조 속에서 전국의 모든 판사와 직원을 대법원장이 통제합니다. 그런 것도 이번에 분산시킬 필요가 있고 근무평정 제도도 손을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3자가 모니터링을 한 결과도 반영해 심사하고 그 결과도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조만간 관련 법률들을 정비할 것입니다. 입법으로 할 사항들은 국회의 고유기능이지만 그것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사법부 쪽 의견도 수렴할 것입니다.” #
 
 강시영 편집국장  ksiyeong@futurekorea.co.kr  
 정리 / 김미희 기자 elikim@futurekorea.co.kr
 사진 / 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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