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가 변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가 변하고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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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20년만에 우파 대통령 선출·남미인 59%, “시장경제가 나라에 좋다”
▲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가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장되자 환호하고 있다.


칠레에서 20년만에 우파 출신 대통령이 선출됐다. 세바스티안 피네라. 칠레에서 세번째 부자인 그는 지난 1월 17일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17년 독재가 무너진 뒤 칠레를 20년간 이끌었던 좌파연합정부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선출로 지난 10여년 간 좌파일색으로 점철되었던 라틴 아메리카가 중도실용으로 바뀌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되고 있다.

▲ 칠레 대통령 당선자 세바스티안 피네라. 그 뒤는 미첼 바첼렛 현 칠레 대통령
피네라 대통령은 말 그대로 우파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칠레 최대 항공사와 TV 방송국, 최고 인기 축구팀을 소유하고 있는 경영자이며 10억 달러 어치의 재산을 가진 부자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내세운 공약 역시 경제다. 100만 개 일자리 창출,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칠레 국영 구리회사의 부분적 사유화, 연 6% 경제성장 등을 약속했다. 동시에 칠레 최초 여자 대통령인 미셀 바첼렛 대통령이 추진한 어린이와 일하지 않는 여성을 위한 사회복지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와 우파의 의제를 실용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당선은 칠레가 우파로 간다기 보다 좌파와 우파를 결합한 실용적 중도주의의 부상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현 바첼렛 대통령의 좌파연합정부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면서 시장경제를 잘 유지하는 것을 통해 나라를 잘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바첼렛 대통령은 칠레 최대 산업인 구리 수출을 통한 이득을 잘 관리해 칠레를 지난해 역사상 처음 순채권국으로 바꿔놓았다.

바첼렛 대통령은 구리 수출로 번 돈을 칠레의 만성적인 불평등을 막는 데 쓰자는 좌파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돈을 저축해 취임 후 지난 3년 동안 350억 달러를 모았다. 이 돈은 전세계 금융위기에서 칠레가 잘 벗어나는 밑거름이 되었고 지금 그 돈을 이혼여성, 저소득층 등을 위한 사회시설 구축에 쓰면서 국민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그녀의 현 지지율은 70%인데 칠레 헌법상 대통령직은 단임제라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피네라의 당선은 20년동안 칠레를 다스려온 좌파연합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싫증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피네라 당선자 역시 우파 이념가라기보다 실용적 사업가로 평가되고 있어 시장경제에 기반한 경제정책과 사회정의를 동시에 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칠레의 이번 대선 결과는 최근 좌파 일색에서 중도실용으로는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의 모습을 보여준 대표적 예로 분석되고 있다. 

18개국으로 구성된 라틴 아메리카는 좌파가 압도적이다. 베네수엘라는 1998년 휴고 차베스가 대통령이 당선된 후 지난 11년 간 사업을 국유화하고 반미를 국가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 좌파국가이다. 우루과이는 전직 막시스트 게릴라를, 파라과이는 사회주의 성직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아르헨티나는 전직 대통령의 부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는데 그녀는 사회주의자로 연금시스템 국유화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들의 반발로 지난해 6월 총선에서 야당에 패했다. 볼리비아는 지난 12월 현 대통령을 재선했는데 그는 광산사업을 국유화하고 미국의 반테러 요원들을 추방하면서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페루, 멕시코, 콜롬비아, 파나마에서 시장친화적인 우파 성향의 대통령이 당선된 데 이어 칠레에서도 우파 출신 대통령이 당선되자 라틴아메리카의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가능케 한 대표적인 이유는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때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전 노조활동가인 룰라 대통령은 집권하면서 자신이 좌파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월스트리트도 인정한 친시장적 경제정책과 혁신적인 반(反) 가난 정책으로 브라질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브라질이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도록 노력, 그는 칠레 바첼렛 대통령과 더불어 금융위기를 잘 극복한 남미 지도자로 칭송받고 있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룰라 대통령은 좌파로 집권했지만 중도실용으로 임기를 끝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브라질에서는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좌파 후보 보다 시장친화적인 중도실용의 상파울로 주지사에 대한 여론조사가 앞서고 있다.

룰라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라틴아메리카 다른 좌파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당선된 우루과이의 호세 페페 무이카 대통령과 엘살바도르의 마리키오 퓨네는 이력이 분명한 좌파지만 집권 후 중도경제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들은 브라질 룰라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며 그를 본받아 중도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칠레 여론조사기관인 ‘라티노바로미터’에 따르면 2008년 자신을 중도라고 보는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43%로 1996년 29%보다 증가했다. 또 59%의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시장경제가 나라에 좋다’고 답했고 라틴아메리카 국가 지도자들 중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27%로 인기가 가장 낮았다.

“라틴아메리카는 번영을 원한다. 그들은 이념적 깃발은 버렸다” 워싱턴 포스트에 밝힌 한 라틴아메리카 전문가의 말이다. 라틴아메리카 유권자들이 계급투쟁이나 국가의 경제 개입을 주장하는 선동적 국가주의자들보다 시장친화적이며 합리적인 지도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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