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지금
[단독]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지금
  • 미래한국
  • 승인 201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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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방조한 13인 공개처형, 제재불구 탈북행렬 연이어 국경 밀거래 성행, 북한 경제에 숨통·중국, 대북 영향력 확대 노력


가파른 백두산 줄기와 그 사이를 흐르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동서로 뻗은 북·중 국경선. 이곳은 삼엄한 경비에도 불구하고 북한사람들에게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탈북민들의 중국 유입을 막기 위해 최근 중국 쪽에 더 높은 철조망이 세워지고 북한 쪽에는 더 많은 지뢰가 매설되고 있다지만 국경을 넘어가는 북한사람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마치 철망을 뚫고 뻗어가는 넝쿨처럼 생존을 위한 북한사람들의 생명력은 무엇도 막을 수 없는 듯하다.

작년 10월 북한 회령에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대규모 공개처형이 이루어졌다. 13명의 처형자 가운데 8명의 군인들이 포함되어 있어 관심을 끌었다. 이들 군인은 모두 국경경비대의 책임을 맡은 자들로 상당한 뇌물을 받고 북한사람들의 탈북을 방조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되었다. 이 사건 후 국경 경비는 더욱 엄중해졌고 탈북민 수가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그와 반대현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 현지 조선족은 전했다. 탈북민들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국경경비대에 건네는 도강(渡江) 비용이 종전에 비해 몇 배로 올랐을 뿐 경비대와의 탈북 거래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 북한사람들과 조선족 사이의 국경 밀거래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사방이 바다가 없는 중국 내륙지역에는 주로 북한 산악지역의 농산물이나 동해 쪽에서 들어오는 해산물이 연길을 통해 공급된다. 상당한 양의 거래가 국경을 통해 밀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차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엄격하게 감시를 하는 듯이 보여도 실제로는 비공식 거래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비공식 거래에 국경경비를 맡은 북한군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 북한군에서는 국경경비대의 책임을 맡은 군관으로 보직을 받게 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알려져 있다. 경비 책임자는 당연히 상관에게 상당한 뇌물을 올리고 그 상관은 윗선에 또 뇌물을 상납하는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 탈북민은 말한다.

비록 경비대 책임자가 최근 공개처형을 당했지만, 이런 먹이사슬은 군인 자신의 생존을 위해 회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군인들이 탈북민들에게 공공연히 도강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탈북 거래가 성립되면 경비대 군인들은 탈북민들을 호위하여 중국 국경까지 안전하게 호송해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 국경경비대 군인들은 중국 쪽의 조선족과도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북한과 거래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조선족 밀무역업자들, 즉 밀수꾼들과의 관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마치 형제와 같은 끈끈한 관계가 유지된다고 한다.

훈춘의 한 조선족 여성의 경우, 북한 경비대원들 사이에서 어머니로 통한다고 한다. 이 여성은 도강할 때마다 아들과 같은 북한 청년군인들에게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을 가져다주면서 이들의 형편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친어머니 같은 정을 느낀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과 북한이 마주하는 국경선은 탈북민의 탈출과 장사꾼들의 거래를 통해 북한에 숨통을 트여주는 일종의 통풍구 역할을 한다.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변화하는 세계를 호흡하게 하는 실제적인 통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실날 같은 통로를 자유세계로 직결되는 통로로 만들어가는 방안은 없을까?

최근 중국 정부는 연길, 훈춘, 도문을 중심으로 두만강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다리를 놓고 신도시를 개발하는 등의 자본주의식 사업은 북한지역을 중국으로 흡수하기 위한 정략적인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북한 국경을 허물어뜨리는 북한 해방의 기회로 만들어갈 수는 없는 것일까? 한 탈북민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북한 국경을 떠올리고 있었다. #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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