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교육의원 선거 입법에 교육자치 뒷걸음
졸속 교육의원 선거 입법에 교육자치 뒷걸음
  • 미래한국
  • 승인 2010.03.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야, 직선이냐 간선이냐 조율하다 다음 선거에서 아예 폐지하기로
▲ 여야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놓고 절충을 시도하던 지난 2월 1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회의실에서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자 임해규 한나라당 간사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는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의 ‘중간 성적’을 평가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시·도 지사 및 시·도 의원, 구의원 및 군수 외에 교육감과 교육의원도 함께 뽑는다.

이중 교육의원 선거는 이번에 처음으로 주민 직선으로 치러지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2014년 선거부터 폐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름부터 생소한 교육의원 선거가 처음 도입되자 마자 다음 선거에서 자취를 감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한국>은 그 내막에 대해 알아봤다.

교육의원은 2010년 7월부터 시·도의회에 교육·학예에 관한 의안 등을 심사·의결하기 위해 상임위원회로 설치되는 ‘교육위원회’의 과반수를 구성하는 의원으로, 시·도의회의원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

예컨대 각 시·도가 외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에 관련한 협정을 맺는다면 이 사항을 심사하고 의결하는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 교육의원이다.

이외에 교육의원들은 교육·학예에 관한 조례안, 예산안 및 결산안을 심사하고 의결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시·도 교육청이 수행하는 교육 행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견제, 조정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지난 2006년 교육감을 직선으로 뽑는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할 때 교육의원도 함께 직선으로 뽑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었다.

6월에 처음 치러지는 교육의원 선거는 개정된 법에 따라 처음으로 치러지는 직선 선거이다.

보통 다른 분야의 조례안 및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의결이 되어야 의회의 결정 사항이 되는 반면, 교육의원들은 ‘교육위원회의 의결은 시·도 의회 본회의의 의결로 본다’(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라는 조항 때문에 교육의원의 결정이 곧 의회의 결정 사항이 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 (단, 조례나 법안 등 의안 발의권자를 시·도 의회 재적 의원의 1/5이상, 10인 이상으로 한정해서 교육의원들만의 자체적인 의안 발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존에는 간선으로 선출된 각 시·도 교육청 교육위원회의 교육위원들이 교육·예산 및 결산, 조례안에 대해 심의를 하고, 시·도 의회 교육 상임위원회에서 와서 다시 원점에서 심의를 해왔다. 따라서 이렇게 두 번 심의를 하는 것이 이중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에 따라 교육위원이 하는 역할을 시·도 의회에 통합시켜서 의결권을 주게 된 것이다.

교육위원이라는 명칭은 지난 2008년 2월 29일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의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교육의원 선거 방식에 대해 당시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고 얼렁뚱땅 ‘직선제’를 해버린 것은 여러 문제점을 낳았다.

선거구 획정도 안하고 얼렁뚱땅 직선제 실시

직선제라는 원칙만 세웠을 뿐, 선거를 치르기 위해 필요한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아 교육의원 선거구가 국회의원 지역구를 약 3개 정도 합친 것과 비슷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교육의원 선거구는 시의원 선거구와 비교해봤을 때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예컨대 서울 광진구, 송파구, 강동구가 포함되어 있는 8선거구의 경우 14명의 시의원을 뽑지만, 교육의원은 단 1명을 뽑는다. 이러한 선거구 획정 문제 때문에 후보자가 치러야 하는 선거비용 부담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선거 부정으로 재보선을 치러야 할 경우 국고가 손실됨은 물론, 후보자들 또한 또다시 엄청난 선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선거 부정을 막기 위해 직선으로 선거 방식을 바꾼 것이 오히려 선거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졸부여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직선제가 ‘문제’라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여야는 지난해 연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교과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교육의원 선거 방식을 ‘비례대표제’로 바꾸자고 합의하기에 이른다.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각 정당에서 유능한 교육계 우수 인사를 경쟁적으로 발굴해서 추천하기 때문에 직능 대표를 선출한다는 취지에 맞고, 선거비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국회 내에서 올해 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과 교육감 선거 관련, 발의된 법안은 총 19개에 이른다. 이중 교육의원을 비례대표제로 뽑아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규정한 안은 민주당 김춘진 의원의 안이다. 김 의원의 안에서는 올해 실시되는 지방선거 중 교육의원의 경우, 정당이 추천하는 비례대표로 모두 선출하도록 하는 한편, 여성의 교육정책결정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후보자 중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게끔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국회 교과위 법안심사소위가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교육의원 비례대표제’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직선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지난 정부가 확립한 교육자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백지화되었다.

교육의원 선거의 정치학

교육 관계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민주당의 입장이 갑자기 선회한데에는 전교조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교육감 선거에서 우파 후보들은 난립하는 데 비해 좌파는 ‘후보 단일화’가 철칙이다.

교육의원 선거의 경우에도 전교조는 ‘직선’을 하는 것이 자기 측 후보가 당선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는‘교육의원 비례대표제안’에 대해 “교육자치의 기본 정신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말살하는 최악의 개정안”이라며 “정당 추천에 의한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으로 교육의원이 되기 위해 정당에 줄을 대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지난 12월 30일 성명서)

또 기존 교육위원들의 반대도있었다. 나이가 많은 기존의 교육위원들 중에는 교육의원 선거 방식이 ‘비례대표제’로 바뀌면 자신들이 당의 추천을 받는 것이 어렵겠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교총 또한 “교육의원의 정당 추천 비례대표제는 교육이 정치에 종속되고 특정정당에 의해 추천받은 교육위원의 정파적 색채가 나타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위헌소지가 크다”며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1월 14일 성명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자 여야는 직선제로 할 것이냐 비례대표제로 할 것이냐를 두고 지루한 공방을 계속해 오다가 결국 2014년선거부터 교육의원을 따로 뽑지 않고, 시·도 의회에서 교육 상임위에 소속되는 의원들이 교육의원이 하는 역할을 하게 하자는 ‘교육의원 4년 후 일몰제’에 합의했다. 여야는 전문성이 중요한 교육의원의 성격을 무시한 채, 이 절충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김진성 서울시 의원(교육선진화운동 상임대표)은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사안은 상식과 원칙을 다 벗어나는 것이고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앞으로 4년 동안 또 다시 논란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진성 의원은 또 “국회가 결정한 것을 민주당이 당론으로 뒤집은 것은 문제이지만, 선거관련법은 ‘합의 처리’가 관례라는 것을 내세워 민주당의 당론을 받아준 한나라당도 원칙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진성 의원은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의 교육정책이 무소속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개인적 사견에 따라 좌우됨으로써 교육정책이 표류할 수 밖에 없다”며 “정당이 교육감 및 교육의원을 내놓을 수 있어야 이들에게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이유로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무소속으로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교육의원 4년후 일몰제’ 등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

 

주요내용

○올해 지방선거에 한해 주민 직선으로 시·도 교육의원을 뽑고, 다음 지방선거부터는 교육의원 제도 완전히 폐지

○재보궐 사유가 생기더라도 선거 실시하지 않음

○올해 교육감과 교육의원 입후보자 교육경력이나 교육행정경력, 5년 이상으로 요건 완화.

○다음 선거부터는 교육감은 교육경력이 없어도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함.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당적보유 금지기간, 현재 후보자 등록신청 개시일부터 과거 2년으로 돼 있는 것을 1년으로 낮춤.

 

 

교육의원의 역할

△교육 관련 조례의 제정 및 개정

△교육 예산과 결산의 심사 승인

△중요재산의 취득·처분 승인

△교육행정 및 예산운영 결과 감사·평가

△교육행정의 시정 질의 및 교육기관 행정사무감사

△교육감의 시정방향 및 교육시책의 검토 시정 등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