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드디어 빛 보나
북한인권법, 드디어 빛 보나
  • 미래한국
  • 승인 201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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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불참 속 국회 상임위 통과
▲ 2월 11일 오전 국회 외통위에서 박진 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상정에 항의하며 퇴장한 가운데 북한인권법안을 의결 처리하고 있다 /연합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권보호 활동 방안을 담은 북한인권법안이 지난 2월 1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북한인권 문제의 당사국인 우리나라가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펼칠 수 있는 전기가 조만간 마련될 수 있다는 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북한인권 활동은 일부 시민단체와 교회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일체 지원 없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소위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대북정책의 기조로 자리 잡고 있던 지난 10년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에는 북한인권운동이 ‘반정부’ 활동으로까지 치부되며 사회 전반적으로 외면 받고 위축돼 온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 퇴장하며 ‘날치기’ 주장

이번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법으로 제정돼 6개월 이후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통과된 것에 보듯 향후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박진 외통위 위원장(한나라당)이 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주장하며 박 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해 놓은 상태다. 박상천 의원 등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월 11일 “충분한 토론을 요청했으나 위원장이 이를 묵살, 일방적으로 날치기 처리했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안이 국회에 처음 제출된 것은 2005년 17대 국회에서이며, 18대 국회에 들어서도 이미 4개의 유사 법안이 제출돼 충분한 검토와 토론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당의 경우 애초부터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있었기에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자신들의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퇴장했고 이에 법안이 ‘날치기’ 됐다는 주장은 억지 공세라는 측면이 강하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계승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김문수, 황진하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출한 북한인권법안과 당시 미국에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반대결의안’을 만들어 미국대사관에 제출하는 촌극을 빚기고 했다.

이번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입장은 분명했다. (10페이지) 이들이 내세우는 주요 반대 이유는 ▲실효성이 없다 ▲북한을 자극한다 ▲이념대결법에 불과하다 등이다.

북한인권법이 뉴라이트법?

이중에서도 정동영 의원은 “북한인권법은 뉴라이트법”이라고 주장에 눈길을 끌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 주요국들이 주도한 비슷한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이나 전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대북인권결의안, 미국 상하 양원에서 제정되고 최근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가 재승인한 미국의 북한인권법안도 ‘뉴라이트(신우파)법’이 된다.

정 의원은 통일부 장관시절 탈북민들의 대거 국내입국 쾌거가 있었을 당시 북한정권의 항의가 있자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사과를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남경필 의원이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주목을 받았다.

법안의 법사위 상정을 앞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미래한국>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10페이지)

이러한 반대의견과 관련해 제성호 인권대사는 “인권을 얘기하면 북한을 자극할 것이라는 생각은 대북 저자세이고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하겠다는 무책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종의 패배의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인권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는 구실에 불과하다”며 “북한인권과 같이 구체적인 액션을 필요로 하는 사안은 법과 제도의 기반 하에 이루어져야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교회, NGO들이 돈을 모아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역량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 11~15페이지)

한편 박진 외통위 위원장은 상임위 통과 이후 본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인권법에 대한 외통위 내 검토와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졌다.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가 쉽지는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4개 관련법안이 통합된 외통위案

이번에 외통위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은 애초의 4개의 관련법안을 하나로 통합시킨 ‘외통위 위원장 대안’으로 부칙까지 합쳐 총 22개조로 이루어져 있다. 황진하 의원 법안(2005.6/2008.7), 김문수 의원(현 경기도지사) 법안(2005.8), 황우여 의원 법안(2008.7), 홍일표 의원 법안(2008.11), 윤상현 의원 법안(2008.12) 중 주요 내용이 조정 통합됐다.

‘대안’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통일부 내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설치 ▲3년마다 북한인권기본계획 수립 및 매년 집행계획 수립 ▲외교통상부 내 북한인권대사 임명 ▲북한인권재단 설립 ▲재단내 북한인권기록보존서 설치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법안全文 18~19페이지).

한편 미국에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2004년 1월 부시 행정부 내에서 발효됐으며 지난 2008년 9월 오바마 행정부가 2012년까지로 4년 연장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매년 탈북자 망명 및 정착지원에 2천만 달러 지원 ▲북한 민주화 지원에 200만 달러 지원(400만 달러에서 삭감) ▲북한인권특사 임명 등을 담고 있다. (요약 내용 20~21페이지). 작년 대사급 상근직으로 승격된 북한인권특사 직에는 로버트 킹 전 미 하원외교위 국장이 활동하고 있다.

2006년 제정된 일본의 북한인권법의 경우 자국민 납치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납치문제 해결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경제제재 발동을 명시하고 있다.

이밖에 탈북민과 비정부기구 지원, 매년 12월 ‘북한인권 침해 계몽주간’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全文 22페이지)

시민단체 지원 주효

이러한 내용의 법안이 제안된 배경에는 국회의원들의 자발적 노력과 더불어 관련 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의 지원과 협력이 있었다.

법안을 제안한 황우여, 황진하, 홍일표, 윤상현 의원 등이 소속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IPCNKR(북한자유와주민의인권을위한국제의원연맹)은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이 단체는 2003년 설립 이후 매년 전세계 59개국 200여 명의 회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면서 각국에서 북한인권관련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로서 국내외에서 북한인권 문제의 공론화에 기여해온 단체로는 북한구원운동(대표회장 이종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본부장 김상철),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 북한자유연합(회장 수잰숄티), 두리하나선교회(대표 천기원), 북한민주화운동본부(대표 강철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 자유북한방송(대표 김성민), 헬핑핸즈코리아(대표 팀 피터스) 등이 있다. 이 중 몇몇 단체는 법안 기안에 직접 참여했다.

북한인권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담은 이번 법안의 상임위 통과와 법제정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관련 단체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중에는 ‘잿밥’에 관심이 있는 직업적 활동가들이나 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날 소지가 있어 분별력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탈북민 출신인 임영선 서평방송 대표는 “북한주민들의 생명과 존엄성을 다루는 북한인권 문제가 직업적인 시민활동 영역의 단순한 한 ‘아이템’이 돼서는 안된다”며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일부 순수하지 않은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분별력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편집위원 bs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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