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가 건강보험개혁에 반대하는 이유
美 보수가 건강보험개혁에 반대하는 이유
  • 미래한국
  • 승인 2010.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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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 개입 커지면서 침해받는 개인의 자유 때문
개인의 자유와 역량이 오늘의 미국 만든 원동력

지난 21일 미 하원에서 채택된 이른바 ‘오바마 건강보험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12월 상원 표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 보수를 대표한다는 공화당 의원들은 상하원 할 것 없이 모두 민주당의 건강보험개혁안을 거부했다. 미 전국 각처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티파티’라는 풀뿌리 보수운동 역시 오바마 건강보험개혁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 건강보험개혁안이 통과한 지금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표로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바마 건강보험개혁안의 목표는 분명하다. 미국 내 3,200만 명에 달하는 무보험자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미국에서 인구의 15%가 비싼 보험료 등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아파도 치료를 못받는 현실을 고치겠다는 구상이다. 

설득력이 충분한데 미 보수층은 왜 반대하고 나서는 것일까? 미 보수층은 이 목표는 동의하지만 방법에서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들이 시장에서 이 문제를 고칠 수 있도록 뒤에서 환경만 조성해야지 정부가 일일이 개입해서는 곤란하다는 시각이다. 이 점이 미 보수층이 오바마 건강보험개혁안을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로 ‘정부는 문제’로 보고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의 전통 가치와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보수 방송인 폭스뉴스의 오라일 팩터의 빌 오라일리는 오바마 건강보험개혁안은 ‘개인의 자유 대(對) 연방정부 간 대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정부의 도덕적 책임이라는 기치 아래 건강보험개혁, 금융회사 규제, 환경보호교역규제 등을 펼치고 있다며 그 결과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건강보험개혁안이 지난 23일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법으로 확정되자마자 공화당이 다수인 13개주 법무장관은 이 법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의 내용 중 모든 미국인은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게 하는 보험강제조항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공화당은 향후 10년 동안 9,4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 가뜩이나 심각한 재정적자 폭을 확대하고 이를 메우기 위한 세금 인상이 불보듯 뻔한 정부 주도의 건강보험개혁보다 개인 및 가족들이 건강보험개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건강보험 가입 시 감세나 세금 크레디트 혜택을 주거나 타주의 보험을 살 수 있게 해 보험료를 낮추는 것, 높은 보험료와 병원비의 원인 중 하나인 지나친 의료소송 억제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정부가 답’이라는 민주당과 평행선을 그으며 결국 민주당만의 표로 오바마의 의료보험개혁법이 통과됐다.

미국에서 ‘개인의 자유’는 역사적으로 특별히 중시되는 가치다.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민 온 초기 영국인들은 영국의 절대 왕정에 반발해 개인의 경제 및 종교적 자유를 찾아 온 사람들이다. 미국 13개주가 영국과의 독립전쟁에 뛰어들게 한 유명한 말은 당시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인 패트릭 헨리의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였다. 이렇게 건국된 미국은 개인 책임과 도전을 강조하는 개척정신의 대명사가 되어 건국 200여년만에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게 되었고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미국은 내가 하면 되는 나라’라는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이민을 왔다.

정부나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개인에게 준 자유와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꿈을 성취하는 것. 그것이 미국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미 보수층의 주장이다.

미 공화당의 폴 라이언 의원은 21일 하원 의사당에서 표결을 앞두고 한 발언에서 “이 건강보험개혁안은 의사와 보험에 대한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21세기 이 나라가 어떤 나라가 될 것이냐에 대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것이 미 보수층이 오바마 건강보험개혁안을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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