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가 던진 룸 살롱질문의 전모
외신기자가 던진 룸 살롱질문의 전모
  • 미래한국
  • 승인 2010.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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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8일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한국의 ‘룸살롱’ 문화와 관련, 난처한 질문을 받았다 /연합


한때 한국 정부 관리들이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외신기자들을 호되게 질책했던 시절이 있었다. 5·18 직후 나는 당시 상주했던 일본에서 ‘한국에서는 계엄령으로 한국기자 뿐 아니라 외신기자들의 기사가 검열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기억이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런 과민증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 관리들은 더 이상 정적을 탄압하거나 반정부 인사를 투옥시켰다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기자들을 문제삼지 않는다.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한 이 과민증이 주로 나타나는 곳은 금융 이슈와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관리들에 대한 보도에서다.

기획재정부와의 불화는 최근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신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말미에 불거져 나왔다. 질의 응답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 월스트리트저널의 에반 람스타드 기자가 윤 장관에게 기획재정부 관리 중 재벌들의 돈을 받고 룸살롱에 가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람스타드 기자는 3월 9일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질문한 것으로 그는 한국에서 남녀 간 임금 격차와 정부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이 호스티스 바와 다른 여흥 장소에서 접촉하는 (한국) 문화와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어했다. 윤 장관은 신규 검사들 중 절반, 신규 판사 중 1/3이 여성이라고 인용하면서 여성 노동력과 관련, 정부 내에 ‘괄목할 만한 변화와 진전’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나는 후속 질문으로 룸살롱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회사들은 그 비용에 대해 세금 감면을 받는지 물었다. 윤 장관은 이와 관련 “매우 엄격한 기준이 있다”며 “과다할 경우에 감면은 없다”고 답했다.

내가 놀란 것은 내 옆에 앉아 있던 한 관리가 람스타드의 질문에 분노하는 모습을 봤을 때다. 그는 내게 “저사람 기자 맞아?”라고 물었고 “이건 모욕이야. 모욕”이라며 반복해 말했다. 다른 관리는 내게 람스타드의 질문은 한국 문화에서는 불손한 것이라며 ‘모욕’이며 ‘부적합’한 것이라고 엘리베이터로 가면서 지적했다.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장관에게 작별인사를 할 때쯤 이 사건은 람스타드와 정부 관료들 간 얼굴을 붉히는 공방으로 커졌다. 몇 시간 뒤 연합뉴스는 반은 논평이고 반은 기사 형식의 비판적 기사를 내보내며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으로 외신기자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계속 가질지 의심이 간다고 보도했다. Korea Times는 내가 한국정부에 회사들이 세금을 내야 하는 소득에서 비용을 감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는 금시초문으로 나는 그 비용이 제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건은 사그러들지 않았고 정부관리들의 외신에 대한 공격은 계속 되었다. 람스타드의 질문을 ‘모욕’이라고 규정한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서울외신기자클럽에 이번 사건을 재조사하고 정부관리들을 모욕하는 람스타드의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응당한 조치를 취하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그 대변인은 국내외 기자들을 초청한 한 송년행사에서 한국기자들은 한국 관련 기사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수정하고 국가의 체면을 세워주는데 외신들은 한국을 무시하는 기사들을 많이 내보낸다고 말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경제가 어려운 것이 외신들의 비판적 기사 때문이라는 말인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외신들의 한국 보도는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기획재정부의 비판을 종종 받는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는 좌파 혹은 반(反)자본주의 언론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이번 대응은 관료들의 과민증을 보여준다. 기획재정부 외신담당 대변인은 외신기자의 예상 밖 질문을 공격하기보다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는 것을 배워야 했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냥 잊혀질 뻔한 점심 식사를 생동감 있는 논쟁의 주제로 바꾼 한국 정부 관리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특파원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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