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관계로 치닫는 미국과 이스라엘
최악의 관계로 치닫는 미국과 이스라엘
  • 미래한국
  • 승인 2010.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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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 이슬람’ 표방한 오바마 행정부 중동정책의 득실
▲ 예루살렘에 걸린 포스터를 한 유대인 소년이 바라보고 있다. 포스터 내용은 “경고! 백악관에 PLO요원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충돌하고 있다.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는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하 이팔) 평화협상에 걸림돌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베냐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는 막무가내다.

지난 3월 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셉 바이든 미 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이스라엘 정부는 동예루살렘에 1,600채의 신규 유대인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면전에서 모욕을 한 셈이다.

3월 말 역시 이 문제로 미국을 방문한 네탄야후 총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과 면담을 가졌지만 아무런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를 반증하듯 양국 정상은 회담 후 기자회견도 갖지 않았고 보통 회담 전에 갖는 기념사진을 위한 포즈도 취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미국 이스라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충돌은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되어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이팔 평화협상 체결을 최우선 외교과제로 삼았다. 그는 취임 후 이틀 만에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을 중동 특사로 임명하면서 부시 행정부 말기에 발동이 걸린 이팔 평화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일찌감치 시동을 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팔 갈등이 중동 내 반미감정의 원인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이라크전, 이란 핵 등 다른 중동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된 2개 국가로 세워지는 평화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때마침 이팔 평화협상을 반대하는 리쿠드당 등 이스라엘 보수세력들이 이스라엘 정권을 잡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 관계는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카디마당 등 중도성향 세력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이팔 평화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카디마당은 2005년 11월 당시 리쿠드당 대표였던 아리엘 샤론 총리가 리쿠드당을 탈당하면서 등장했다. 샤론 총리는 평화협상 타결을 위해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에서 장악한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에 넘겨줄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 팔레스타인에 더 이상 땅을 양보할 수 없다는 보수세력과 충돌했다. 그는 이에 리쿠드당을 탈당하고 카디마당을 차린 후 가자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등 이팔 평화협상 타결을 위한 양보를 해왔다.

샤론 총리가 2006년 1월 심장마비로 쓰러지자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계승했고 그는 2007년 말 미국 아나폴리스 회담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위한 평화협상에 적극 임했다. 하지만 올메르트 총리가 부패 스캔들로 중간에 물러나면서 치피 리프니 전 외무장관에게 총대가 넘어왔으나 그녀는 연합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총선을 치렀는데 여기서 이스라엘 보수세력이 승리하면서 상황이 급변된 것이다.

총선 당시 이스라엘 여론은 이팔 평화협상 타결을 위해 애써온 중도 성향의 이스라엘 정부에 반발하고 있었다. 샤론 전 총리의 결정으로 유대인 정착촌이 철거된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인 하마스에게 넘어간 후 이스라엘을 로켓으로 공격하는 기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를 막기 위해 2007년 여름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을 3주간 투입해야 했다.

부시 행정부와 함께 추진한 이팔 2국가 수립을 위해 노력도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하마스의 로켓 공격이 심화되자 협상으로는 안보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이스라엘 국민들 가운데 팽배했다. 그 결과 이팔 평화협상과 유대인 정착촌 철수를 반대하고 무력을 사용해서 가자지구 내 하마스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리쿠드당, 베니테뉴당 등 이스라엘 보수세력이 총선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평화협상을 중시하는 오바마 행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네탄야후 총리의 이스라엘 정부는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여기에 역대 정부에 비해 팔레스타인 등 이슬람권에 우호적인 오바마 행정부의 태도는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친(親)이슬람 정책을 택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취임 후 아랍방송인 알 아라비야와 첫 공식 인터뷰를 했고 이란의 새해를 맞아 동영상으로 이란 국민 뿐 아니라 그동안 미 정부가 의도적으로 상대하지 않았던 이란 정부 지도자들에게까지 인사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이로선언에서 ‘이슬람은 미국의 일부’라며 이슬람권에 손길을 내밀었고 지난해 4월 런던에서 열린 G-20 회담에서 ‘두개의 신성한 모스크 보호자’(The Custodian of the Two Holy Mosques)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에게 허리를 굽히는 절을 하기도 했다.

당시 이를 두고 미국 대통령 중 사우디아라비아 왕에게 절한 사람은 없었고 다른 이슬람 왕족들에게는 절하지 않고 사우디 왕에게만 한 것은 그가 말로는 기독교인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무슬림이라는 반증이라고 의혹이 제기되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동예루살렘 내 유대인 정착촌을 문제 삼는 것도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 등 이슬람권을 편든 것이라는 비판도 크다.
유대인 정착촌 문제는 그동안 이팔 평화협상의 단골메뉴였지만 평화협상을 위한 선결조건은 아니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이팔 평화협상들이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이번에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문제 삼자 팔레스타인도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는 협상에 임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때를 맞춰 아랍 리더들은 지난 3월 26일 리비아에서 모여 이스라엘이 1,600채의 유대인 정착을 위한 집을 동예루살렘에 건설하는 것을 반대하고 이것이 취소되지 않는 한 이팔 평화협상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동예루살렘의 기간시설 복구, 확장을 위해 5억 달러를 팔레스타인에 지원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미국은 1997년 당시 네탄야후 총리가 헤브론을 팔레스타인에 넘겨주면서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을 개발하자 이를 비판하는 UN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2개를 거부하기도 했다. 미국이 그 때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네탄야후 총리는 오바마 행정부가 전례 없이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내 정착촌 건설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온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충돌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우선 외교과제인 이팔 평화협상 체결을 위해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 반대를 계속 요구할 것이고 네탄야후 총리는 그것을 수용하면 국내 정치적으로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네탄야후 총리가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오바마의 민주당이 지고 친(親) 이스라엘의 공화당이 승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

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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