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기업의 위기
한국 재벌기업의 위기
  • 미래한국
  • 승인 2010.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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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풍향계 / 유럽

이코노미스트 3/31

 

이건희 회장이 삼성 재벌기업의 ‘구세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한국 기업의 위기는 과연 무엇인가? 워낙 말수가 적은 이건희 회장은 아래와 같은 경고를 했다. 그의 메시지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64개에 이르는 계열사의 임직원 모두에게 해당된다.

“지금이야말로 정말 위기이다. 세계 일류기업이 도산되고 있다. 삼성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삼성의 대표적 사업과 제품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모두 진부하게 된다. 우리는 새로 시작해야 하고 오직 앞을 바라보아야 한다.” 1993년에도 그는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삼성은 2류 기업이니 만큼, 임직원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 이 경고는 그 당시 모두에게 경종이 됐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는 여러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만약 삼성이 정말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 이는 한국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만약 이 회장이 오로지 자기만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그의 잠재적 후계자의 사업 발전 역량에 관하여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사회 결의가 없는 이 회장의 현직 복귀로 한국의 기업지배는 과연 서구식 표준으로 진행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 기업인들은 도요타 자동차와 GM이 엄청난 재정적, 기술적 문제로 고난을 겪는 사례를 관찰했다. 바로 이것이 이 회장이 자기 기업에 대해 두려워하는 원인일까? 이런 것들이 아주 최근에 괄목할 만한 회복을 이룬 기업 모델인 ‘주식회사 한국’ (Korea, Inc)에 대한 적절한 질문이다.

한국경제가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겨우 벗어났던 10여 년 전만해도 재벌기업은 그 당시 국민이나 좌파정부와 IMF로부터 비난의 대상이었다.

시대적 고난을 겪은 후 기업과 정부는 개혁에 착수, 정부의 무역과 재정 수지, 기업의 지배구조, 소수주주의 권익, 기업 임원의 책임이 개선됐다. 그때부터 계열회사의 취약을 위장하거나 적대적 인수에 대항하기 위해 이뤄졌던 상호투자를 근절하였고 보다 투명한 지주회사 구조로 대체되었다. 재벌에 대한 평가는 특히 한국인의 눈에는 2008~2009년 세계 불황 기간 중에 회복되었다. 한국 재벌기업들은 금융위기 중에도 호황을 누렸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도 2009년 매달 미국의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여러 해 만에 처음으로 재벌기업에 정치 바람이 일어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현대그룹의 최고경영자였고 작년 12월 이건희 회장을 사면하여 삼성으로 복귀하게 하는 길을 터 주었다. 같은 12월에는 한국전력을 축으로 재벌기업-중공업 컨소시엄이 원자력발전소를 아부다비에 건설하는 입찰에 성공하였다. 2010년 지주회사법을 완화해 재벌이 금융기업을 보유하기가 보다 쉬워졌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이처럼 진취적인 정치적 환경은 볼 수 없었다.

반면 한국이 성장전략으로서 제조업에 의존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우려된다. 가장 명백한 경쟁 대상은 중국이다. 중국의 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스웨덴 볼보의 건설장비 부문을 인수한 것은 세계적 명품 상표를 인수하려는 원가가 낮은 중국의 생산업체의 결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제왕’같이 기업을 경영하는 이 회장은 자기 아들을 포함하여 전세계 삼성그룹 산하기업의 수많은 경영진이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이 문제는 한국 재벌의 공통된 문제이다. 상속과 승계 문제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재벌의 가족, 족벌 소유는 강점만큼 약점도 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도요다의 교훈이다. 이 회장의 복귀는 그가 언급하는 위기가 무엇이든 간에 그 자신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한국의 장래에는 위기가 많으니만큼 이 회장은 다음 세대의 경영지도층에 관해 그리고 그들을 위해 ‘경고’를 남겨야 할 것이다. #

정리·정 철 객원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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