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과 유럽의 틈새
오바마 대통령과 유럽의 틈새
  • 미래한국
  • 승인 2010.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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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풍향계 / 일본

제프리 스미스 영국 칼럼니스트

산케이신문 3/31

 

냉전이 끝난 1990년경까지 미국·유럽의 동맹관계는 아주 긴밀했다. 소련의 위협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유럽 국가들은 2차 대전이 끝나면서 자유를 잃은 동유럽 국가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미국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미국의 생각은 좀 더 복잡했다. 분명히 소련의 위협이 존재하기도 했으나 그것이 차차 감소해 가면서 미국은 동맹국이 필요한 이유가 국제무대에서 미국편을 들 파트너가 없으면 행동의 정당성에 자신을 갖지 못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냉전의 종결로 소련의 위협이 사라지자 미국과 유럽은 크게 안도의 숨을 쉬었으며 많은 구 공산국가들이 서방에 의지하게 되었고 미국을 마치 구세주 같이 여겼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 붕괴의 흥분이 가라앉자 서유럽 국가들은 사태를 냉철한 눈으로 보게 되었다.

소련에 의해 자유를 빼앗긴 경험이 없는 서유럽 국가들이 볼 때 미국은 구세주가 아닌 방위 동맹 상대국이다. 소련 붕괴 후에 미국의 영도적 지위에 반기를 들 생각까지는 없어도 이제 보호 받을 필요가 없어진 이상 무조건 미국에 복종해야 할 이유도 없어진 것이다.

독일의 경우 NATO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면서도 독일 내에 배치된 전술핵의 완전 철수를 일방적으로 요구해 미국을 놀라게 했다. 전술핵이 이제 서유럽 방위에 있어서 군사적 역할을 끝냈다는 판단 때문이지만 독일의 대응은 군사적인 의미를 넘어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군사작전 면에서 미국의 어려움이 드러난 예를 코소보 분쟁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이 폭격작전의 대부분을 담당, 수행했는데 공격 목표 결정을 하면서 매번 동맹국의 양해를 얻어야 했다. 미국으로서는 ‘위원회가 운영하는 전쟁’이 어떤 것인지를 뼈아프게 느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된 것은 결국 미국·유럽 간의 역학관계 변화 때문임이 명백하다.

냉전기간 소련과 전쟁을 했다면 유럽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전쟁 지도에 무조건 따랐을 것이다.

지금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에 파병을 ‘애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 국가들은 최소한의 파병으로 끝내려 하고 파병 중인 나라도 파병지역 제한을 비롯한 여러 가지 조건을 붙이고 있다. 지금까지 조건 없이 위험지역에서 전투에 종사해 온 캐나다와 네덜란드까지 이제는 철군 의사를 나타냈고 네덜란드에서는 NATO로부터의 철군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려던 정권이 그 때문에 정치적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실망감을 크게 했다. 그러나 미국·유럽 간의 골이 더 깊어진 데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 예를 들면 미사일 방위(MD) 구상이다.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제창해 소련을 붕괴시킨 구상이다.

소련을 이어 받은 러시아는 여전히 MD에 반대하고 있으나 폴란드와 체코는 러시아의 반대를 무시하고 MD 장비 일부의 국내 배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는 이 두 나라에 아무 상의도 없이 MD배치 결정을 취소시켜 버렸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식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았던 일 그리고 미국·유럽 정상회담 불참 통보는 유럽 국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오랫동안 같은 가치관에 입각, 전략을 논의하는 조직과 관행을 유지해 같이 싸워 온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틈이 생긴다면 이는 양측 모두에 이롭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것은 틀림없다.  #

정리·김용선 객원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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