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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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
▲ 박성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과학기술 발전에 초석이 되는 과학비즈니스 벨트 건설이 지연되고 있음을 심히 우려한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조선, 자동차, 제철, 반도체, 휴대폰, 가전제품 등에서 단기간에 산업기술의 발전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기적적인 경제발전을 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면 <표>와 같이 60~70년대 KIST, KAIST 등의 설립으로 과학기술기반을 구축했고, 80~90년대 대덕연구단지 조성으로 국가 R&D 사업의 기초를 닦았고, 2000년대 이르러 민간기업과 대학의 연구 역량이 강화되면서 첨단제품의 독자 개발이 시작되었다.


기초과학 진흥돼야 원천기술 확보

그러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과학기술정책은 생산기술과 응용연구를 중심으로 한 모방 추격형 전략이었다. 이러한 전략으로는 세계 10위권 이내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없으며, 오직 창조적 기초과학 진흥을 통해서만 기초원천기술의 확보가 가능하고, 선진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명박 정부는 2010년대의 미래를 내다보는 기초연구 역량 강화 사업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 (이하 과학벨트)을 추진하기로 해 과학벨트 추진지원단을 구성하고 작년 1월 과학벨트 종합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사업은 기초과학의 획기적인 진흥을 통한 신성장 동력 창출 및 세계 일류국가 창조를 비전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중이온가속기 설치, 과학과 문화예술이 융합된 국제적 도시환경 조성 등을 통하여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을 진흥하고 과학-비즈니스 융합을 통한 미래 신산업 창출 등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

올해 들어 이 사업을 확대하여 국제과학대학원, 첨단융복합 연구센터 등의 설립을 추가하고, 위치는 세종시로 하되 이들 모든 조직을 산하에 두는 세종국제과학원을 구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창조적 연구 환경의 과학도시를 조성해 기초과학과 융복합 과학을 육성하고, 이를 원천기술로 비즈니스화해 국부(國富)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다. 2015년까지 3조5,000억 원이 투자되는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대의 과학도시 건설 프로젝트로, 과거 대덕연구단지의 조성보다도 더 야심찬 계획이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오창의 IT와 ET 클러스터, 오송의 BT 클러스터, 세종시의 기초과학기지 세종국제과학원, 대덕연구단지의 응용연구 단지를 연결하는 소위 지역적인 C 벨트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확장이 어려운 대덕연구단지를 세종시, 오송, 오창과 연계하여 과학기술의 제2 도약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이 지역 C 벨트가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요람일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기초과학 연구센터가 되고, 과학 산업화의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들은 국가적으로 기초과학 발전의 중심체로서 오래 전부터 기초과학연구기관을 설립하여 장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많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거나 산학협력의 중심지가 된 독일의 Max-Planck 연구소, 전쟁의 폐허에서 과학비즈니스도시로 변모한 독일의 Dresden,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 아랍에미리트의 Masdar, 프랑스의 국립과학개발연구원(CNRS), 미국의 실리콘 밸리,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 등이 좋은 사례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과학벨트는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진흥을 앞당길 수 있는 획기적인 것으로, 과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선진국의 기초과학 연구단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초과학기술 선진화 기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과학벨트 조성 및 성장단계 전반에 걸쳐 예상되는 총 투자금액은 35.8조 원(정부+민간)이고, 이의 지출에 따른 총 파급 효과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생산유발액 256.5조원에 이르고, 고용유발인원은 225.8만명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엄청난 국민경제 진흥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세종시 원안·수정안과 무관하게 추진돼야

그러나 매우 애석하게도 과학벨트의 추진이 법 제정 지연으로 2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해 2월 국회에 제출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최대 정치적 이슈인 세종시 문제와 얽혀 본 사업의 추진이 혼선을 빚고 있다. 세종시라는 정치적인 문제에 함몰되어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벨트 사업은 세종시에 대한 소위 원안이나 수정안과 무관하게 추진되어야 하며, 특정지역의 이해관계와 정치논리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과학기술인들은 과학벨트 특별법이 여야 정당의 대승적인 합의로 조속히 통과되어 예산 확보와 추진 일정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기초과학의 대한민국’이 되는 초석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이 과학벨트 사업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기초과학·첨단융복합과학·첨단산업·첨단 문화예술과 IT·BT·ET 등이 어우러지는 창조적인 과학도시 벨트를 조성할 것이며, 세계적 성공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초원천연구를 통한 창조적 혁신역량 확충이 필수적이며, 과학벨트 사업은 이러한 역량을 확충하는 획기적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흐름을 볼 때, 지금이 기초과학의 중흥과 과학비즈니스의 선진화를 위하여 과학도시 건설에 투자할 적기이며, 이 시기를 놓친다면 아마도 기초과학 선진국이 되는 꿈만이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세계 일류국가가 되는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과학기술인들의 염원을 받아들여 국회가 조속히 과학벨트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정부는 순발력 있게 과학벨트 사업을 추진하여 줄 것을 촉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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