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적극적인 이슬람 옹호
오바마의 적극적인 이슬람 옹호
  • 미래한국
  • 승인 201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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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슬람은 미국의 일부” 연설
▲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이슬람회의기구(OIC) 미국 특사 라샤드 후세인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 내 무슬림 권익 보호와 이슬람 옹호가 적극적이 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18일 백악관이 조용히 미국 내 무슬림들을 구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제기된 ‘오바마=무슬림’이라는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미국 내 어떤 모스크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고 아랍계 미국인 지도자를 만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 내 무슬림 옹호를 위한 조치들을 조용히 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파키스탄의 한 무슬림이 오바마 대통령의 카이로 연설을 TV로 보고 있다
무슬림, 아랍계 미국인 지도자들이 백악관에 초대되어 건강보험개혁, 외교정책, 이민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발리 잘렛 고위 백악관 보좌관, 자넷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 등을 만나 인권과 반테러전쟁에 대해 논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논의는 나폴리타노 장관이 그동안 무슬림권 외국인이 미국에 입국할 때 행해졌던 추가검색 절차를 폐지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며 미국 내 무슬림들의 목소리가 오바마 행정부에 반영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제임스 조그비 아랍계 미국인 연구소 소장은 “8년만에 처음으로 우리가 만나서 토의하며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기회를 가졌다”며 “누군가 우리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느꼈다”고 신문에서 밝혔다.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사회에서 무슬림,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안 좋아지며 강화된 여러 조치들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명한 이슬람학자인 타리크 라마단은 이달 말 6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에 입국하게 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부시 행정부 시절 애국법에 따라 입국을 금지했던 조치를 무효화시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유명한 이슬람 교수인 아담 하빕의 미국 입국도 허용되었다.


9·11 이후 대 이슬람 보안조치 철회

 
잘렛 백악관 보좌관은 얼마 전 미국 내 대표적 이슬람단체인 ‘북미이슬람사회’ 연례행사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했고 게리 로크 상무장관은 미시건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무슬림, 아랍계 미국인들을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들었으며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은 이틀에 걸쳐 미국 내 무슬림 지도자를 만났고 나폴리타노 장관은 1시간 이상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접근은 9·11 테러 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약 700만의 무슬림 미국인의 권익 보호 차원이란 측면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는 시각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슬람 옹호에 적극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전 세계 이슬람권을 향해 “이슬람은 미국의 일부”라며 “나는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싸우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책임 중 하나로 생각한다”고 말해 이슬람 옹호가 자신의 일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 기부에 대한 규정으로 무슬림들의 종교적 의무 이행에 어려움이 있는데 나는 미국 무슬림들이 자캇(기부 행위로 무슬림들의 5대 의무 중 하나)을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서구 나라들이 무슬림 여성들의 히잡(머리를 가리는 스카프) 착용을 금지하는 등 무슬림들의 종교생활을 방해하는 조치들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슬람을 옹호했다.

지난 2월 오바마 대통령이 57개 이슬람국가로 구성된 이슬람회의기구(OIC) 미국 특사로 임명한 31세의 라샤드 후세인은 이슬람 옹호에 적극적인 오바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도계 무슬림인 후세인은 2009년 1월 백악관 자문실에 영입되어 국가안보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무슬림 접근을 자문해왔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이슬람과 관련된 이슈들을 대통령에게 자문했고 대통령 외교정책 연설문 작성팀장인 벤 로드는 지난해 카이로 연설문을 작성할 때 그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31세의 인도계 무슬림 라샤드 후세인 신임


후세인은 OIC 미국 특사로 임명된 직후 과거 두 가지 일로 OIC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을지 의혹을 받았다.

하나는 미국이 테러집단으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한 단체를 지원해 유죄선고를 받은 아랍계 미국인인 샤미 알 알리안 전 교수를 옹호한 것이다. 후세인은 2004년 한 패널에서 당시 부시 행정부의 이 판결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OIC 미국 특사 임명 후 일부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자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에서 그 때 녹음한 것을 입수해 공개하자 그제서야 인정하며 “그 때 잘못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후세인이 2008년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공동으로 발표한 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미국이 반테러전쟁에서 소위 ‘이슬람의 평화적 가르침’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테러활동을 ‘자유민주주의 vs 테러’라는 구도 대신 ‘무슬림 세계의 테러 vs 이슬람’으로 바꿔 이슬람을 이용해 테러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슬람 테러, 이슬람 극단주의’라는 말을 ‘알카에다 테러’로 대체하고 주류 이슬람의 목소리를 인정하면서 주류 무슬림 단체와 연구 조직의 발전을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러와 이슬람은 별개라는 가정 하에 오히려 이슬람을 장려해 테러와 맞서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그동안 자행된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을 반박하는 것으로 논란이 되었다. 테러의 원인을 호도할 뿐 아니라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제거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슬람 장려해 테러에 맞서라?


결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대통령 연설 등에서 이슬람 테러, 이슬람 극단주의라는 말은 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이로 선언에서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라며 “그러나 우리는 폭력적 극단주의자(violent extremists)들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세인을 임명하면서 꾸란(이슬람 경전)을 완전히 암기하는 사람이란 뜻의 아랍어 ‘라피즈’라고 소개했다.

칼럼니스트인 클라우디아 로젯은 2월 포브스지에서 “후세인이 꾸란을 다 암기한다는 라피즈라는 것은 OIC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특사에게나 핵심 자격”이라며 “이런 점에서 후세인이 미국의 이익과 가치, 헌법을 열정적으로 대표하고 보호할 것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OIC에 미국 특사를 보내지 않는 것이 낫다”고 비판했다.#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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