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명단공개, 어떻게 볼 것인가?
전교조 명단공개, 어떻게 볼 것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0.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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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교 변호사(서울국제법무법인)


조전혁 의원이 서울남부지법의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20일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것이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정말 그런가?

법치주의 위반인가

얼핏 생각하면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듯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재판권이 없음에도 가처분 결정을 했다. 이러한 재판에 승복하는 것은 헌법을 어기는 결과가 되고 따라서 이러한 재판에 승복하는 것이 법치주의에 배치된다. 실질적 법치주의에 의한 결론이다. 어떠한 내용의 법이라도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는 독일의 나치가 신봉했던 것으로 폐기된 지 오래됐다.

서울남부지법의 가처분 결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법원은 국회의원에게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국회의원은 299명의 의원 각자가 입법부 소속 국가기관이므로 서울남부지법은 국가기관인 ‘국회의원 조전혁’에게 일정한 직무행위를 하지 말라고 명령한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재판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재판은 민사·형사·가사·행정의 네 가지 유형이 있는데, 입법부 소속 국가기관에 대해 “일정한 직무행위를 하라(作爲) 또는 하지 마라(不作爲)” 명령하는 형태의 명령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은 이 유형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즉, 서울남부지법의 가처분 결정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재판을 민사소송의 형태로 재판한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조 의원에 대하여 재판권이 없음에도 재판을 한 셈이다.

더욱이 우리 법체계상 법원은 다른 국가기관 즉, 행정청이나 입법기관에 대해 작위 또는 부작위를 명할 권한이 없다. 그런 권한은 감사원이나 상급관청이 다른 행정관청에 대해서만 가지고 있을 뿐 법원에는 그런 권한이 없다. 삼권분립의 원리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서울남부지법은 조 의원에게 명단공개금지를 명령했으니 이러한 가처분 결정은 법원이 아무런 권한 없이 공개금지를 명령함으로써 국회의원의 헌법상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그렇기에 조 의원은 법원의 결정에 대한 불복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니 가처분 결정을 지키지 않았더라도 법치주의에 반하지 않는 것이다.

사생활 침해인가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것은 사생활 침해인가? 전교조는 조합원 명단은 사상·신조를 알 수 있는 정보로서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개인정보이므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전교조는 교사로 구성된 노동조합이고, 노동조합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서 신조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전교조는 일반 노조와 달리 정치활동도 금지된다. 교육은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교원노조의 조합원이라 하여 특정 이념을 가졌다고 유추할 수는 없다. 전교조 명단이 개인정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전교조 소속이라 하면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은 사실 아닌가.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된 이유는 원래 정치·이념적으로 순수한 교원노조에 전교조가 정치·이념을 덧칠하였기 때문이다. 교원노조에 정치·이념을 덧칠하는 것이야 전교조의 자유라 할 수 있다. 다만, 스스로 이념을 덧붙인 결과 명단이 공개될 경우 조합원의 사상·신조가 드러나는 불이익을 입게 된 셈인데 전교조 이를 감수하여야 한다. 스스로 이념을 덧붙이고는 그 이념이 드러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태도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이익은 취하고, 불이익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니 말이 안 된다.

전교조가 노동조합에 특정이념을 가미하였기 때문에 학부모들로서는 더욱 그 명단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전교조의 이념을 좋아하는 학부모는 좋기 때문에, 싫어하는 학부모는 싫기 때문에 자기의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가 전교조 소속인지 아닌지 알 필요가 있고, 알 권리가 있는 것이다. 사실, 교총의 명단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가 별로 없는데, 그 이유는 교총은 그런 이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일 터이다.

그리고 과연 전교조 명단이 사생활의 비밀로 보호할 대상일까? 대법원 판례는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그 개인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사항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2006다15922 판결). 예컨대 성병치료를 받은 사실이 예가 되겠다. 전교조 가입자라는 사실이 그 교사가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사항’에 해당하는가? 전교조는 합법적인 교원노조이고 참교육을 주장한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밝혀진다고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전교조 명단은 사생활의 비밀로 보호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교조 소속 교사는 노조원 이전에 교사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고, 선생은 교육에 관한 한 公人이다. 따라서 선생은 교육 문제에 대하여 사생활을 이유로 숨겨서는 안 된다. 어떠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교육단체에 가입하였으며 어떠한 교육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지 학교와 학부모에게 모두 알려야 한다. 교사가 어떤 질병으로 치료를 받았는지 따위의 정보는 교육과 거의 무관하므로 사생활로서 보호되어야 하겠지만, 어떤 교원단체에 가입하였는지는 교육에 관한 정보로서 사생활의 비밀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숨기고 싶다면, 교사직을 포기하여야 한다.

전교조가 명단 공개를 막는 이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전교조 명단은 공개하더라도 법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공개함이 마땅하다. 전교조는 조 의원이 명단을 공개한 후 스스로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명단 공개를 꺼리는 것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전교조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가 명단 공개를 막으려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육 일선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에 의하면 전교조 내에 있는 저질 교사들 때문이라고 한다. 무능하거나 비윤리적인 교사라 하더라도 전교조 소속이라면 교장이나 재단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하고자 그런 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명단이 공개되면 이들이 전교조의 보호를 받기 어렵고, 따라서 이들이 전교조에서 이탈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전교조가 한사코 명단 공개를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빨치산을 애국열사라 가르치더라도 전교조의 눈치나 보는 교육당국만 믿을 수는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국회의원까지 가볍게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을 발휘하고 있는 전교조의 일탈을 정치권이 통제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학부모뿐이다. 학부모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내용을 가르치는 집단을 감시하고, 불량교사를 퇴출시켜야 한다. 다만, 가만 있어도 이기게 될 리는 없다.

학부모는 교사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잘못 가르칠 때에는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조 의원 같이 전교조와 싸우는 사람을 성원하야 한다. 조 의원의 명단 공개로 빚어진 일련의 사태는 학부모가 행동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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