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정책 펼치기 시작한 미국
중국 봉쇄정책 펼치기 시작한 미국
  • 미래한국
  • 승인 2010.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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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동남아 지역서 전략동맹 강화로 對中 압박 이란·북한 핵, 기후변화 등에서 비협조하는 중국에 강경 전환
▲ 훈련 중인 한미 해군 함정과 전폭기들


지난 5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미중 전략적·경제적대화 2010’이 열렸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모시 가이드너 재무장관 인솔하에 중국에 온 미국측 관리들은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의 구안 유페이 제독의 호통을 들어야 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유페이 제독은 회담 중 일어서서 미국이 패권국이 되려 한다며 전략적 동맹들과 함께 중국을 봉쇄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일부로 생각하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중국을 적으로 보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당시 그의 말을 무시됐지만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는 유페이 제독의 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로버츠 게이츠 국방장관은 7월 22일 미국이 12년 전 암살 등 비인권적인 행위로 관계를 끊었던 인도네시아의 특수부대와의 관계를 복원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핵심 권력기관인 이 부대와의 관계 회복은 아세안(ASEAN)의 핵심인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해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억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美, 남지나해 中 영유권 부인

클린턴 국무장관은 7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남지나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이 해역에서 항해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라며 이 해역 영유권 분쟁은 다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선박의 1/3이 통과하고 수자원과 석유, 가스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남지나해의 일부 무인도를 두고 중국, 베트남, 필리핀, 브루나이 등 주변 국가들은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중국은 베트남과는 유혈충돌까지 하며 이 섬들이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해왔고 얼마 전부터는 대만, 티베트와 함께 이 지역이 ‘핵심 국익’에 속한다고 밝혀왔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중국의 땅이라는 것이다.

베트남 등은 중국에 혼자 맞설 수 없어 이 문제를 국제화해 다자적으로 풀려는 노력을 기울였는데 미국이 이번에 호응하면서 동남아 국가들 편에 선 것이다.

중국의 반발은 거셌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7월 26일 보기 드문 성명을 발표해 남지나해는 중국의 영해라며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모아 중국에 맞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7월 30일에는 중국 군대까지 나서 남지나해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중국 바다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법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7월 25일부터 4일 동안 한국과 함께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천안함 침몰에 대한 시위와 대잠수함 공격훈련을 목적으로 실시된 이번 해상훈련은 당초 서해상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반대를 감안, 동해상에서 이뤄졌다.


서해상 한미훈련이 소련의 쿠바 핵 배치?

류추안 중국 인민해방군 소장은 서해는 중국의 수도인 북경의 관문길로 역사적으로 외국 침략자들은 서해를 통해 북경으로 들어왔다며 미국과 한국이 북경에서 500km 밖에 떨어진 서해상에서 훈련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중국의 반대는 컸다. 심지어 센 딩리 푸단대 교수는 미국이 서해상에서 한국과 해상훈련을 하는 것은 1962년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것과 같다고 워싱턴포스트에서 말했다.

천안함 침몰 후 일본에서는 미일동맹에 삐딱한 자세를 취했던 집권 민주당이 미일동맹 강화로 입장을 선회하는 등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동북아 및 동남아 지역에서 견고한 기반을 다지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이 모습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정책은 그동안 다자적 포용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중국을 적보다는 국제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로 보고 다가서자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하기 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기대를 저버렸다. 미국은 이란·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 및 확산 중지를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이들을 두둔해왔다. 중국은 지난 6월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는 이란에 대한 미국 주도의 UN 안보리제재안을 찬성했지만 협조는 하지 않고 EU와 캐나다가 7월 26일에 발동한 이란 제재를 반대하고 나섰다.

북한 핵개발 중단을 위한 압력은 고사하고 중국은 북한이 한국의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국제적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를 비난하는 UN 결의안 채택을 반대, 미국은 북한 소행이라는 말이 빠진 엉성한 의장 성명만 채택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오바마 행정부는 세계 제1위의 이산화탄소 방출국인 중국이 협조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중국은 거절,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UN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과 구속력 있는 규제안을 담지 못한 국제기후협약을 체결, 미국을 실망시켰다.

중국이 미국에 비협조적이고 각을 세우며 맞서는 것은 자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유지에 필요한 지역안정과 에너지 확보에 물불 안가리고 나서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면에는 미국에 대한 불신 혹은 적개심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앞서 언급한 중국 인민해방군 구안 유페이 장군의 입장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단호한 힘만 존중한다”

워싱턴포스트의 중국전문기자인 존 폼프렛은 중국 내 다양한 전문가, 관리, 군장교들과의 인터뷰를 해보니 구안 유페이 제독의 입장이 중국 공산당의 주류 생각을 반영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폼프렛 기자는 유페이 제독이 미국에 대한 자신들의 가슴 속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중국 고위관리들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많은 안보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에 기후변화, 금융위기, 이란·북한 등 국제문제 해결에 참여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중국의 리더십을 인정하는 것이라기 보다 중국이 여러 가지 약속을 하게 해 거기에 얽어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지도층의 미국에 대한 이런 불신은 중국의 ‘핵심 국익’으로 생각하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가 주된 이유라고 그는 밝혔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하면서 30년 넘게 대만에 무기를 판매해왔다. 지난 1월에는 대만에 64억 달러어치의 무기판매 계획을 발표해 당시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게이츠 국방장관의 중국 방문이 다시 취소됐다.

대니엘 블루멘탈 미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에 포용정책을 펼치며 다가설 때 비협조적이며 호전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중국은 단호한 힘만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의 새로운 중국 정책이 잘 되도록 필요한 제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밝혔다. #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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