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미국] 美, 부실 공립학교 구할 슈퍼맨을 기다린다
[오늘의 미국] 美, 부실 공립학교 구할 슈퍼맨을 기다린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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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타=이상민 기자

미국에서 최근 화제가 되는 영화가 있다. ‘슈퍼맨을 기다리며’(Waiting for the Superman). 부실한 미국 공립학교의 실상을 소개한 다큐영화로 지난 10월 1일 개봉되면서 전국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 개봉을 전후해 그동안 혀를 끌끌 차며 바라만 보았던 공립학교의 부실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팍스뉴스 등을 소유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은 지난 10월 7일 한 시상식에서 미국의 중산층 보전과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공립학교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년에 130만 명이 고등학교 중퇴
 
머독은 “공립학교의 낙제율은 미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비극적 인적자본의 낭비를 상징한다”며 “다음 세대까지 현행 공교육체제에서 교육을 받는다면 미국사회에서 중산층 삶의 방식은 실종되고 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페이스북(facebook)을 만들어 일약 거부가 된 마크 주커버그는 지난 9월 24일 뉴저지 뉴왁시 공립학교 개선을 위해 1억 달러를 지원, 지난 7년 동안 플로리다, 테네시 등 공립학교에 2억9,000만 달러를 지원한 빌·멜린다 게이츠재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뉴욕시 교육감 조엘 클라인, 워싱턴 DC 교육감 미셸 리 등 16개 지역 교육 책임자들은 지난 10월 10일 워싱턴포스트에 ‘어떻게 우리 학교를 고칠 것인가’(How to fix our school)라는 제목의 성명서 성격의 공동칼럼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29일 미국 공립학교 여름방학이 3개월이나 된다며 “우리 아이들이 한국이나 중국 또는 다른 나라들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뒤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고실업, 중간선거 등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산적한 미국사회에서 갑자기 웬 공교육문제인가 할 수 있지만 미국의 부실한 공립학교 문제는 뿌리가 깊다.

미국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현재 매일 7,200명이 중퇴, 1년에 130만 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구성된 OECD 회원국의 15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수학과 과학 시험(PISA)에서 미국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2006년 기준 미국은 30개 OECD 회원국 중 수학 23위, 과학은 17위다. 미국인들 스스로도 고등학생인데도 영어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기본적인 산수도 못한다고 고개를 젓고 있다.

현 공립학교에 점수를 매기면 얼마를 주겠느냐는 월스트리트저널과 NBC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A 2%, B 17%, C 45%, D 25%, F 7%로 80%가 C 이하의 점수를 줬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정책을 펼쳐왔는데 전임 부시 행정부의 ‘낙오하는 아이 없기’(No child left behind), 오바마 행정부의 ‘최고를 위한 경주’(Race to the Top)가 대표적이다.

이들 정책의 핵심은 학교와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학교와 교사가 열심히 해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고 중퇴율이 줄어들면 지원금을 늘리고 그렇지 못하면 지원금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것이다.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 역시 교장과 교사의 책임을 물어 성과가 좋으면 포상하고 부진하면 해고하는 조치를 단행해 미국 공립학교 개혁의 대명사가 됐다.

현재 미국 공립학교 개선 방향은 일선 교사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미셀 리 DC 교육감 등 16명의 지역 교육 책임자들이 공동칼럼에서 공립학교를 고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며 강조한 것은 교사의 자질이다.


학교와 교사에 책임 묻는 정책 추진

이들은 철저히 성과(performance) 위주로 교사를 평가, 오랫동안 교사로 있고 석사학위가 있더라도 학생들 성적 향상 등에 성과가 없으면 해고할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성과를 내거나 수학·과학 등 어려운 과목을 맡은 교사들에게는 돈을 더 주는 등 포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 자료를 교사들에게 지원하고 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성과가 좋지 않은 학교는 자연스럽게 문을 닫도록 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주와 지방 정부의 재정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는 그동안 재정지원이 줄어 교사를 줄여야 하면 능력과 무관하게 신입교사부터 자르는 식이었고 교원 노조의 강력한 반대로 교사 해고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머독 회장은 “공립학교 시스템은 독점상태라 교사의 채용, 해고가 성과에 기초를 두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가수를 뽑는 ‘아메리칸 아이돌’ 프로그램이 더 엄격한 선발기준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공교육 부실을 고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 못지 않게 부모들의 책임도 크다고 주장한다. 고등학교 중퇴자의 많은 경우가 편부모 아래에서 자라는 등 부모의 적절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한 방송에서 미국의 교육개혁을 말하면서 한국의 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사의 높은 자질을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 한국의 교육이 인성교육이 부족하고 입시교육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4당 5락의 정신으로 공부하는 한국학생들, 그리고 이를 독려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오늘날 미국 공립학교의 부실를 해결하는 슈퍼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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