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韓美日 삼각동맹’ 전력저하 초래하나
일본 대지진, ‘韓美日 삼각동맹’ 전력저하 초래하나
  • 미래한국
  • 승인 2011.04.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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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전력 손실·주일미군 이동으로 한반도 안보에 영향

 해일에 쓸려버린 F-2B 전투기
 지난 3월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의 대지진으로 자위대와 주일미군 전력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도호쿠 일대를 휩쓴 대지진과 쓰나미는 일본 해상자위대 요코스카 기지와 구레 기지에도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항공자위대의 경우 미야기현 마쓰시마 기지에 쓰나미가 닥쳤다. 자위대 기지 모두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천문학적 비용의 전투 장비 중 상당수가 못쓰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해상자위대의 경우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전력 피해를 공개하지 않아 전체적인 피해규모 파악은 어렵지만 동아시아 군사전문가와 정보기관이 추정하기로는 요코스카 기지, 구레 기지를 기항으로 하는 제1호위대군과 제4호위대군 일부, 제11호위대와 제11호위대 일부 함선이 손실을 입었거나 모항이 지원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전투함이 대지진과 쓰나미 당시 해상에 나가 있었다면 큰 전력 손실은 피했으리라 예상되지만 결과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투함보다 문제인 것은 바로 대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도호쿠 지역에 이들의 모항인 요코스카와 구레, 오오미나토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전투함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모항이 제 기능을 못할 경우에는 한반도 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한편 항공자위대의 경우에는 영상이 일부 공개되면서 미야기현 마쓰시마 기지에 주둔 중이던 일본의 최신형 전폭기인 F-2B 지원전투기의 절반 이상이 파괴됐다. NHK 등 일본 주요언론은 쓰나미가 마쓰시마 기지로 밀려들어 F-2B 지원전투기 18대, T-4 고등훈련기 6대와 UH-60J 기동헬기 등 모두 28대의 항공기가 침수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쓰나미 피해를 입은 마쓰시마 기지는 2개의 활주로에 해일에 쓸려온 토사와 목재, 각종 잔해로 가득차 있었으나 주일미군 등의 도움으로 항공기 이착륙은 가능해졌다”면서도 “이번 쓰나미 이후 해안가에서 불과 1.5km 떨어진 입지조건과 지진해일에 무방비 상태라는 점 때문에 사실상 군 기지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항공자위대의 전투력은 해상자위대에 비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대표적인 전력 손실이 바로 F-2B 지원전투기가 대량으로 파손된 것이다. 이번 지진해일로 피해를 입은 마쓰시마 기지의 F-2B는 1990년대 말 일본이 자체 개발한 전투기로, 대당 120억 엔(도입기준 한화 1,600억 원 이상) 이상으로 F-15K 보다 수백억 원 이상 비싸다. F-2B 전투기의 임무는 F-15J 전투기가 제공권을 확보하면 그 보호 하에 원거리의 적을 타격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때는 지상공격 뿐만 아니라 대함공격 임무도 맡게 된다.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그런데 이번에 피해를 입은 18대는 항공자위대가 보유한 F-2B 전투기 전체(자위대는 당초 F-2A형 44대, F-2B형 33대 보유)의 절반이 넘는다. 게다가 1인승인 F-2A와 달리 2인승인 F-2B는 실전 훈련용으로도 자주 사용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항공자위대 조종사 양성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자위대 인력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일본 정부는 대지진 직후 일본 자위대 병력의 절반이 넘는 10만여 명을 지진피해 복구지역에 투입했다. 지금도 자위대는 경찰, 소방청, 주일미군과 함께 피해 복구와 피해자 구호작업을 펼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수습하는 데도 수천 명 이상의 자위대 병력이 파견돼 있다.

한편 그동안 후텐마 기지를 놓고 일본 민주당 정권과 갈등관계에 있던 주일미군은 이번 지진과 쓰나미 피해 복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일본인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오키나와 주둔 미군은 지진 피해가 없다보니 피해 복구의 주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 돕기가 본연 임무가 된 주일미군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병대 수송기는 현재 구호물자를 싣고 일본 본토인 혼슈로 날아가느라 정신이 없다. 바로 옆 공군의 가데나 기지도 마찬가지다.
오키나와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도와 북한을 타격하는 주력으로 활동한다. 유사시 미 본토의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오키나와 주둔 미군은 다른 주일미군과 함께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때문에 후텐마 기지에는 미 해병대 병력이, 가데나 기지에는 정밀타격이 가능한 공군 폭격기와 전투기가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후텐마 기지는 오키나와 번화가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주민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어왔다. 지역주민들에게는 기지 이전이 숙원 사업일 정도다. 특히 지난 2010년 자민당 집권체제를 처음으로 무너뜨리며 당선된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내각은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9개월 동안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해 사퇴하기도 했다.

이후 후텐마 기지와 가데나 기지는 오키나와는 물론 일본 민주당 정권에는 ‘아킬레스 건’과 같은 약점처럼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 도호쿠 지역에서의 대지진으로 오키나와 주둔 미군은 전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구호물자를 수송하고 피해 구호 활동에 나서고 있어 일본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미군의 피해구호작전명도 ‘도모다치’(ともだち, 친구)라고 한다.

美·日 전력과 한반도 문제

   정박중인호위대군

이 같은 점으로만 보면 자위대 전력 공백과 주일미군 전 병력이 피해 복구와 피해주민 구호에 나서는 게 왜 한반도 방어 공백으로 이어지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이는 미군의 동아시아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면 이해가 빨라진다.

자위대는 기본적으로 일본을 지키는 군대다. 주일미군은 일본과 함께 북태평양과 동지나해의 전략 수송로를 보호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주일미군은 주한미군을 도와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역할을 맡고 있다.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에는 미 해병대 병력 1만8000여 명, 각종 항공기 70여 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들의 전시 임무는 북한군의 진격을 막고 그 배후를 타격하는 것이다. 이들을 지원할 미 해군 기지도 일본에 있다.

한반도 유사시 동해와 서해에서 한국 해군을 지원하게 되는 미 해군 7함대의 모항 또한 일본에 있다. 미 핵항모 조지워싱턴 호의 모항이 바로 일본이다. 여기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구축함과 미 7함대의 이지스 순양함, 이지스 구축함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과 미사일 실험을 추적·요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미 7함대가 보유한 각종 전술항공기 숫자만 400대가 넘는다.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의 중요성은 괌 기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데나 기지에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라는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2개 대대를 포함, F-15C,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 대의 전술 항공기가 주둔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대형 전략폭격기 B-52H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북한 정권은 틈날 때마다 “오키나와를 미사일로 타격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통신을 감청한다는 NSA는 자위대와 함께 일본 곳곳에서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의 각종 통신을 감청해 정보를 분석해내고 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아니지만 미군의 최신 요격기인 YAL-1 공중발사레이저무기도 일본에 배치돼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자위대의 역할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한반도 유사시 대잠작전을 포함해 미군과 한국군을 도와 북한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격·침투를 막는 해상차단작전, 한반도 주변과 대한해협 등에서의 기뢰제거작전, 한국 내 외국인 탈출 지원, 동지나해와 남지나해에서의 수송로 확보 등을 맡게 된다.

일본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

일본 지진피해 돕기와 한국안보

이는 자위대 전력 구성만 봐도 나타난다.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이지스 구축함은 주로 대공방어 임무를 맡을 뿐 우리나라 이지스 구축함과는 달리 장거리 타격무기를 장착하지 않고 있다. 잠수함 또한 대형이지만 재래식 잠수함들로 북한 잠수함 등에 맞서는 용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잠작전 및 기뢰제거작전용 항공기. 일본은 P-3C 초계기를 100여 대 이상, SH-60J 해상작전헬기를 90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항공자위대도 그렇다. 장거리 타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술기는 60여 대 남짓 보유하고 있는 F-2A/B 지원 전투기와 90여 대의 F-4J 전폭기뿐이다. 나머지 전술기의 대부분인 180여 대는 공대공 능력을 특화시킨 F-15J다. F-15J는 냉전 당시 소련이 마하 3 이상으로 비행 가능한 MIG-25를 극동지역에 배치하자 일본 정부가 이를 요격할 수 있는 무기를 판매하라고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갖추게 됐다. 이는 한국군의 F-15K가 미군이 전폭기로 사용하는 F-15E를 베이스로 한 반면 항공자위대의 F-15J는 미군이 공대공 전투용인 F-15C를 베이스로 하게 된 배경이다.

이런 막강한 한반도 방어 전력이 모두 도호쿠 지역 대지진 피해복구에 몰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일본 지진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작년 천안함 폭침 이후 연평도 포격 도발을 겪으면서 이 지역에서는 북·중 동맹과 한·미·일동맹 간의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셋 중 하나라도 큰 피해를 입으면 안보에 구멍이 생긴다.

지금 일본 도호쿠 지방의 지진 피해는 단순한 ‘경제·외교협력 우방국’의 피해가 아니라 ‘안보 동맹국이 입은 치명상’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와 역사문제에 대해 왜곡하는 교과서의 검정을 통과시키자 조용하던 좌파세력이 갑자기 물 만난 듯 “지진피해지원을 끊어야 한다”며 선동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지진으로 인해 더욱 돈독해지면 좌파세력은 그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반관영 언론사들을 통해 “일본 정부가 그동안 후쿠시마 원전에 비밀리에 만든 핵무기를 숨겨놨다 미군에 들켰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 및 우파진영은 일본의 지진 피해와 독도문제를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상황이 지금 우리에게 큰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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