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묻는다
한나라당에 묻는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5.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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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경쟁하면 정당 차별성 없어져”, "보수 정체성 확립해야"

 
172석의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패배와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에 역전당하자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과연 이 시대 보수우파를 대표하는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 5월 19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개최한 ‘한나라당에 묻는다’ 제하의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요약 게재한다.

김종석│홍익대 경제학 교수

“포퓰리즘 경쟁하면 정당 차별성 없어져”

대한민국의 정통성,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기본가치로 세우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이다. 보수라는 말을 부끄러워하고 애국심이라는 말을 거북해하고, 좌파노선과 구분이 되지 않는 영합주의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정당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여론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여론에 영합하는 것과 여론을 존중하는 것을 구분돼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을 지도자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에 지도자가 있는가? 실력 없고 존경 받지 못하는 교수가 후한 학점으로 학생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것처럼, 실력 없고 존경을 받지 못하니까 퍼주고 나눠주는 것 외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로빈 후드, 페론 아류의 영합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퍼주기 복지와 포퓰리즘 경쟁에 나서면 국민들은 두 정당 사이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차별성이 없을 때 선택 기준은 후보만을 보고 투표하게 될 것이다. 분당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것은 분당우파의 반란이 아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구별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 한나라당의 소위 친서민 노선을 내세운 좌편향은 결코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었던 중도우파 세력이 중도좌파의 안정감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게 만드는 효과를 내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집토끼도 문을 열어주면 집을 나간다.

일자리 늘리는 것은 힘들고 고도의 정책능력과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힘든 선택과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런 기회주의적 태도는 자신들이 무능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음을 나타낼 뿐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위기에 처해 있다. 차기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는 물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지도 모른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확고한 정체성 확립과 전통적 지지 기반의 확대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은 이와 반대로 비굴하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양대 세력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한국 정치사상 최장수 정당이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의식에 빠져, 당명을 바꾸는 위장폐업이나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선회하는 것과 같은 꼼수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반성과 혁신을 촉구한다. 

박효종│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보수가치 못살리고 무기력해 신뢰 하락”

한나라당은 보수의 가치를 등에 업고 집권했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다수당이 됐음에도 보수의 가치를 가꾸지도 않았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도 없었다. 보수의 가치는 재야 보수나 시민단체 및 보수지식인들만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에 있어 한나라당은 무임승차적 속성을 보여왔다. 미국이나 영국은 정치인들이 나서서 보수의 가치를 멋진 것으로 만들었는데 우리의 경우는 그와 반대이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나 대처 영국 총리를 보라.

한나라당이 보수의 가치를 오히려 덜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지 않았나 치열하게 반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보수의 가치탓을 한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한심한 현상이다. 그것은 서툰 목수가 연장 나무라는 상황과 조금도 다름없다. 지금은 젊은 P세대가 나타날 정도로 보수에 대한 분위기도 꽤 좋아졌는데 오히려 한나라당이 그 보수의 가치를 기반으로 당당하게 도약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감스럽다.

한나라당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다수당이 됐지만 권력 의지만 강했을 뿐 공동체의 비전이나 공동체를 위한 투철한 비전과 소명의식이 부족했다. 공동체를 어떻게 선진의 방향으로 이끌고 나갈지에 대한 고민과 비전이 미흡했다. 다수당으로서의 3년 동안 국민들이 눈에 비친 한나라당은 오로지 권력 다툼에 매몰된 이른바 ‘두 나라당’의 모습이었다.

소명 의식은 커녕 다수당으로서의 책무와 책임의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내부 권력 다툼으로 인해 무기력한 다수당으로 전락했다. 3년 동안 다수당으로서 해낸 실적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는지 매우 궁금하다. 다수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뼈아픈 실책이며 실패이다.
총선과 대선 패배를 각오해야 한다. ‘성공학’을 쓰겠다는 안이한 태도보다는 ‘실패학’을 쓰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지방선거 패배나 이번의 재보선 패배는 이에 대한 하나의 전조로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히 당명 바꾸고 당규 바꾸는 정도로는 멀어진 민심을 돌리는 데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원칙 있는 정당’, ‘원칙을 가진 정당’, ‘원칙을 만들어내는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절치부심의 각오 없이 총선?대선 승리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버리겠다”, “실패까지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천막당사 정신을 되살리지 않는 한 위기극복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한나라”는 일개 조직의 이름이나 모임의 명칭이 아니라 한나라당 새로운 정체성의 시작이 돼야 한다.

조동근│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보수의 가치 포기하면 정당 입지 흔들려”

“이념의 시대는 가고 실용의 시대가 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는 패착이었다. 실용은 ‘시대정신’일 수도 ‘국정철학’일 수도 없다. 그렇게 해서 좌파세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세력, 한미FTA를 반대하는 세력,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세력은 그 자리에 엄존하고 있었다.
공정사회는 ‘기회균등’ ‘약자에 대한 배려’ ‘공직자에 대한 높은 도덕성 요구’여야 했다. 그런데, 이는 포퓰리즘적 정책을 쏟아내는 통로로 변질됐다. 미소금융, 햇살론, 취업조건부 학자금대출 등 ‘친서민정책’은 보수의 가치와 먼 온정적 간섭주의이다. 

기업의 이익은 혁신과 위험부담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다. 정당한 대가를 갖지 못하게 하면 시장은 질식된다. 기업은 이익이 아닌 성과를 나누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물건 값을 할인해 주고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의 핵심은 ‘어떻게’ 라는 방법론이다. 나눔이 아니고, 시장을 통한 거래여야 한다. 각양각색의 협력 방안이 경합을 벌여야 승자가 시장에 안착된다. 국가 개입은 ‘동반성장의 다양한 경로’를 차단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나 정부는 국민 지지를 받기 위해 더 ‘왼쪽으로’ 이동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이다. 이념과 가치의 정체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인기를 쫓을수록 이 정권의 실패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설령 그렇게 국정지지도를 높인들, 지지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자산이 될 수 없다.

참여정부는 철저히 실패했지만 자신들이 견지한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정치적으로 재기한다면 정체성을 유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서 ‘보수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 레이건과 대처의 성공은 경제를 회생시켜서가 아니다. 자유주의, 시장주의, 법치주의, 책임과 선택의 가치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정신적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보수가 ‘시대정신’이고 보수세력이 한국의 ‘중심세력’이어야 할 이유는 간명하다. ‘오늘의 한국’을 이룬 기적 그리고 ‘자랑스런 한국’을 이룰 기적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자유, 책임, 신뢰, 배려가 있어야 희망 한국, 미래 한국의 기적을 새로 쓸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서 ‘예지’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좌절’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같은 예지와 결단에 기초할 때 비로소 건강한 ‘보수혁명’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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