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구출 ‘Cry with Us’ 콘서트
탈북민 구출 ‘Cry with Us’ 콘서트
  • 미래한국
  • 승인 2012.03.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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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탈북민들을 위해 울겠습니다!”

 
“총이나 대포는 사람을 상하게 할 수는 있으나 절대로 사람을 구하지는 못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연예인들의 노래가, 여러분의 눈물이 모여 전 세계 탈북민들을 구하리라 믿습니다.”

3월 4일 저녁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Cry with Us’ 콘서트 도중 배우 차인표 씨가 한 발언이다. 그의 말투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했는지 극도로 조심스러웠지만, 고통 받고 있는 탈북민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메시지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분명하게 전달됐다.

이날 콘서트는 차인표, 신애라 부부를 비롯한 인기 연예인 40여명이 중국에서 북송되는 탈북민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연 콘서트였다. 참석한 연예인들은 ‘Cry with Us’ 운동이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이하늬 씨는 콘서트 초반에 “이 자리는 어떠한 정치나 외교 등을 대표하지 않으며, 탈북동포들을 함께 걱정하고 세계인들이 함께 울어주셨으면 하는 자리”라며 “한국에서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탈북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연예인들은 강경헌, 강원래, 구준엽, 권재관, 김범수, 김영희, 김송, 김태형, 나오미, 낸시랭, 노사연, 노현희, 박미선, 박상민, 박완규, 박지헌, 버벌진트, 송은이, 별, 송재호, 신애라, 심태윤, 안선영, 윤복희, 이매리, 이무송, 이성미, 이윤미, 이충희, 이하늬, 임우일, 장혜진, 장희웅, 전익령, 조승희, 그룹 쥬얼리, 그룹 지기독, 진미령, 차인표, 최란, 최정원, 최필립, 한그루, 황보, 황선희 등이다.

유명 연예인 40여명 참석, 더 많은 동참 호소

원로가수 윤복희 씨는 콘서트 서두에 전설의 명곡 ‘여러분’으로 탈북민들을 위로했고, 황보-나오미와 걸그룹 쥬얼리는 ‘거위의 꿈’을 열창했다. 이어 박상민(해바라기), 장혜진(내게로), 노사연-이무송(사랑으로), You raise me up(박완규) 등의 무대가 이어졌다. 모두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탈북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가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30명 남짓의 연예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예정보다 더 많은 50명에 가까운 연예인들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관한 차인표 씨는 “저를 빼고 한 분만 더 오셨더라도 둘이서 마이크를 잡고 진행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더 많이 와주셨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 연예인 여러분, 다음 콘서트 때 이 자리를 가득 채워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또 차인표 씨는 “유럽의 아티스트 여러분, 탈북민들을 위해 캠페인을 해 주십시오. 그룹 U2의 보노 씨, 아프리카 난민들을 돕듯 탈북민을 도와주십시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할리우드의 맷 데이먼 씨도 탈북민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라며 “전세계 선량한 시민들이 함께해 주실 때 그동안 외면당했던 탈북민들의 생명이 보존되고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라고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개그우먼 박미선 씨도 “저는 이런 자리가 어색하고 정치도 모르지만, 한국의 개그우먼이자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용기를 냈습니다”며 “탈북민들 대부분은 정치적인 의도가 없고,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따뜻한 불빛이 있는 곳으로 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의 성녀 테레사 수녀는 ‘하느님이 창조한 존엄한 인간을 짐승처럼 죽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인간은 인간답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라며 “고통과 절망 속에 사는 탈북 동포를 위해 함께 울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박 씨는 호소문 낭독 도중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후 ‘Cry with Us’ 호소문이 한국어(강원래)와 영어(낸시랭), 중국어(진미령)로 각각 낭독됐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중국에 갇힌 수십명의 탈북민들이 북송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 기간 중 탈북한 배신행위로 간주돼 탈북민과 가족들은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탈북민들은 울 힘조차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들이고, 울어도 아무도 듣는 이들이 없어 암흑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이니 여러분들께서 그들을 위해 대신 울어 달라”고 촉구했다. 중국 정부를 향해서는 “빈천지교(貧賤之交)는 불가망(不可忘)이라 했듯, 전세계는 여러분의 친구 됨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이어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경화 씨가 탈북민 대표로 강제북송 경험 등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이 씨는 ‘중국에 감금돼 있는 부모님들과 언니·오빠·동생들’에게 “추운 날씨보다 아무도 나를 도울 수 없다는 서러운 마음 때문에 가장 힘드실텐데, 비록 어린 저희들이지만 작은 힘이나마 보태 함께 기도하고 있고, 세계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들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라며 “그러나 여러분들이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면 저희도 뛸 수 없으니 절대로 먼저 포기하지 마시고 꼭 살아주세요”라고 전했다.

손해를 감수하고 어려운 자리에 선 그들

 
또 이 씨는 “우리 탈북민들은 애도 기간 중에 북송되면 죽음을 면키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여러분들을 살리고 싶어 애쓰고 있습니다”며 “우리 뿐 아니라 한국 연예인들, 세계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제발 조금만 더 견뎌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연예인들은 차례대로 마이크 앞에 서서 “탈북민들을 위하여 함께 울겠습니다” 라고 선언하는 서약의 시간을 가졌다. 연예인들이 각자 앞으로 나와 “나 쭛쭛쭛은 탈북민들을 위하여 함께 울겠습니다”라고 선언할 때마다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을 가득 메운 청중들 사이에서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이 선언에는 50명이 모두 동참했다.

이 콘서트가 열린 배경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이었다. 중국은 최근 한국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수십명의 북송을 강행한 바 있다. 이에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북한인권 단체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과 탈북민 이애란 박사 등은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가 철저하게 비정치적인 행사이기는 했지만, 연예인들에겐 절대로 쉽게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날 참석한 연예인들은 중국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민들의 처지를 우려하며, 중국 정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한국인들의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최근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최대 시장 중 하나로, 혹시라도 중국 정부가 이날 참석한 연예인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될 경우 이들은 한류를 겨냥한 중국시장 진출을 잃게 된다. 이날 참석한 유명 연예인들이 한류에 열광하는 중국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중국 정부의 방침을 돌려놓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자칫하면 중국시장에서 이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참고로 중국대사관 앞에서 단식투쟁을 했던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입국 거부’라는 초강경 조치를 당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24일 박 의원이 베이징과 선양 등을 방문하겠다는 입국비자 발급 신청을 거부키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중국 입국비자 발급을 신청해 거부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탈북민 문제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강경하게 반응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언론 반응도 호의적…콘서트 확산될 듯

그렇다고 연예인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인기몰이’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났듯이 203040 세대의 절대 다수는 좌경화돼 있다. 박선영 의원의 단식에 대해서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조롱하는 댓글이 난무할 정도다. 이날 참석한 연예인들이 국내 종북좌파진영으로부터 비난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날 콘서트는 탈북민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틋한 마음이 아니었다면 오기 어려운 자리였음이 명백하다. 그들의 모습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이번 콘서트를 비롯해 탈북민 북송 반대 캠페인에 대한 주요 언론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평균 시청률 20%를 넘나드는 KBS 9시뉴스는 3월 4일 밤 방송에서 이번 콘서트 관련 소식을 4번째 뉴스로 다뤘다. KBS는 콘서트 현장에도 대형 중계차와 카메라를 보냈다. 또 중국대사관 앞에서 매일 열리고 있는 탈북민 북송반대집회 현장도 매일같이 취재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도 3월 5일 방송에서 콘서트 소식을 6번째 뉴스로 비중 있게 다뤘다. 뉴스는 “탈북자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라 안팎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특히 어제(4일)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한 탈북자 북송 반대 공연 이후 공감대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차인표 씨의 부인 신애라 씨는 5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세계인 모두가 탈북민 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까지 온 힘을 모아 관련 문화 행사를 계속할 것이며, 절대 일회적인 행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탈북민 북송에 반대하는 콘서트에 수백 명의 연예인들이 참석하고, 수만 명의 청중들이 운집한 가운데 TV로 생중계되는 모습도 꿈은 아닐 듯하다. (미래한국)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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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하나 2012-03-15 22:39:07
'Cry with us' 같은 특정기사는 좀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동영상'을 실어 퍼 나를 수 있다면 파급효과가 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