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가 된 유럽
천덕꾸러기가 된 유럽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2.05.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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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럽은 무임승차, 군사·경제적 짐”

지난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안보회의가 열린 직후 뉴욕타임스는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샘 넌 전 상원의원을 인터뷰했다. 질문은 이들이 갖고 있는 유럽에 대한 불만이 뭐냐는 것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해들리는 ‘유럽은 무임승차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은 미국이 군사적 방어를 제공하고 군사적 능력의 차이를 채워주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유럽은 소프트 파워에 집중하면서 군사장비 등 하드 파워에 대한 투자를 멈추면서 하드파워에서 무임승차자”라고 말했다.

해들리 전 보좌관은 “유럽과 미국은 함께 풀어야 할 엄청난 세계문제를 갖고 있다. 유럽은 군사비에 좀 더 지출하고 힘을 제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군대를 세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유럽은 해들리 전 보좌관의 비판에 대해 유럽과 미국이 공동 공습으로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킨 것을 예로 들며 반박했다.

 

나토 국방비 12%이상 감소

하지만 샘 넌 전 상원의원은 “그들은 미국의 막대한 군사적 지원이 없었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유럽이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여준 성과는 오점 투성이였다. 유럽은 병참, 정보, 공군력 등이 부족했다”고 질타했다.

샘 넌 전 상원의원은 “유럽은 미국이 군사비에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매우 실망스럽다”며 “유럽은 미국도 상당한 재정압박 아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유럽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은 2008년 3,140억 달러에서 2010년 2,750억 달러로 12% 이상 감소했다. 유럽은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와 지금의 유로 위기로 때문에 국방비를 줄였다고 하지만 미국은 유럽이 무인비행기, 전자정보검색기 등 군사능력 강화에 대한 투자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고위 프랑스 관리는 뉴욕타임스에서 유럽이 국방비 추가지출에 회의적이라며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누구도 유럽 내부적으로 군사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는 미군의 유럽 철수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일 독일에서 2개 전투여단을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미국 군사전략의 포커스가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겨지고 줄어든 예산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유럽에서는 미국이 유럽을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경제성장 이뤄 사회복지에 치중

냉전 당시 미국은 핵무기를 비롯, 중무장한 미군을 최대 27만7,000명까지 유럽에 주둔시키며 소련의 공격을 억지하며 유럽의 동맹국들을 방어했다. 현재 유럽국가 중 군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로 이들만 단독으로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유럽은 자신들이 군사적 부담을 지기를 거부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 또 미국의 전략이 유럽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기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금융위기와 관련해 미국은 유럽에 매몰차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유럽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것은 유럽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이번 위기를 유럽의 문제로 보고 해결을 위해 금융지원을 하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은 한때 유럽의 전후 복구와 소련에 맞서기 위해 대규모 지원을 했지만 지금 유럽은 미국에 부담되는 천덕꾸러기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시각이다.

이를 유럽인이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미국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 유럽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긴축정책을 할 수 밖에 없고 세계경제에서 경쟁에 밀리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유럽은 전후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의료보험과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을 많이 제공했다. 하지만 1973년 세계오일쇼크에서 빨리 회복되지 못했고 그 사이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유럽 경제는 미국보다 느리게 성장했다.

유럽은 첨단산업인 컴퓨터, 인터넷 혁명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뒤처졌고 1990년대 중반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과 경쟁하기 위해 유럽통합을 통한 내수시장 확대를 모색했다. 그러나 해고노동자가 2년 동안 일할 때 받던 임금의 90%를 지급받는 등의 사회복지제도로 게을러진 유럽 노동자들 때문에 유럽의 뒤처짐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됐다는 것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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