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교육감, 사학자율에 선전포고
경기도 교육감, 사학자율에 선전포고
  • 이원우
  • 승인 2013.04.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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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사학지원조례 결국 공포, 제2의 사학법 논란으로 번지나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이 발의한 ‘사학기관 운영지원·지도 조례’를 경기도만의 교육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이 조례는 전국 각 지역의 교육청과 사학들의 향후 관계구도를 결정지을 만큼 커다란 상징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전국 최초로 이 조례를 제정한 경기도교육청은 “사학기관이 공교육을 담당하는 한 축으로 경기교육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72명, 새누리당 44명, 통합진보당 2명, 진보정의당 2명, 진보신당 1명 등 야권이 장악하고 있는 경기도의회는 이 조례를 3월 14일부로 의결했다.

당초 도의회의 입법정책 담당관실은 조례의 상당수 조항이 상위법인 사학법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원안대로 조례를 통과시켰다(재석의원 94명 중 찬성 73표, 반대 20표, 기권 1표).

제목만 놓고 보면 본 조례는 사학들의 지원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수의 언론매체 역시 이 조례를 ‘공립학교와의 교육격차를 없애기 위해 사립학교 지원을 확대하고 사학기관의 비리와 비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곧 사학법인은 언제라도 부패할 수 있다는 세간의 고정관념과 맞물리면서 새 조례가 지향하고 있는 진정한 의도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을 빙자한 ‘통제’ 의도 있어

조례를 자세히 뜯어보면 사학에 대한 교육청의 ‘지원’에 몇 가지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2조 3항의 경우 조례는 ‘교육감은 교원 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하는 사학에 우선적으로 행정 및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사학의 핵심권한인 교원 채용을 행정지원과 연계시킴으로써 지원을 빙자한 ‘통제’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반론을 유발하는 대목이다.

5조 5항의 ‘교육청이 사학지도협의회를 운영하고 사립학교 교직원과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킬 수 있다’는 조항의 경우에도 사학 운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교육청이 스스로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포함시켜 지도협의회를 운영한다면 실질적으로 사학이 가져야 할 운영의 자유가 침해당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14조 ‘교육감은 사학의 실험실습 지원, 교육환경 개선 등에 금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과 20조 ‘교육감은 사학기관 운영 전반을 정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조항은 교육청이 주장하는 지원이 ‘평가’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는 교육청이 사학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보다 뚜렷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결국 이 조례가 공포‧시행될 경우 사학들은 독립성을 크게 훼손당함으로써 교육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다수 사학법인들의 결론이었다. 경기도가 첫 시작을 할 경우 광주, 전북, 강원 등 각지에 이와 유사한 조례가 전파되는 상황 역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는 결국 2014년 6월로 예정된 교육감선거(지방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일반적으로 보수 성향을 띠는 사학들의 활동반경을 제한함으로써 지원의 이름을 하고 있는 이 조례가 결과적으로 지방교육자치의 판도를 갈라놓는 족쇄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보수단체들 강력 반발 … 항의 시위 연이어

결국 경기도의 사학지원조례는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공교육살리기 국민연합 등 보수성향의 교육단체들을 결집시켜 격렬한 항의시위를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들 단체는 4월 2일 정부 서울 청사 후문에서 경기도 사학지원조례에 대한 교육부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 역시 시행 보류를 촉구하며 해당 조례를 “사학계의 자주성과 특수성을 침해하는 성급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교육부는 일련의 재의 요구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일, 공포 및 시행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교육부가 해당 조례에 대한 재의요구 요청공문을 경기도교육청에 발송하면서 판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사학조례가 상위법인 사학법과 충돌할 소지가 많다”는 견해를 밝혔다.

결국 경기도사학조례는 5일자 경기도보(道報)에 게재‧공포되었지만 교육부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대법원 무효확인소송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불씨는 남게 됐다.

사학법 논쟁에 필적하는 폭발력 있어

한편 당초 소극적이었던 교육부의 재의요구 요청에 대해 한국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정반대의 입장을 표명하며 눈길을 끌었다.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한 한국교총은 “교육청과의 관계 회복도 중요하지만 교육본질을 훼손하는 일부 시도교육청의 잘못된 조례 정책을 방관하면 더 큰 교육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교조는 “사학 재단들의 부패·비리를 방치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같은 뚜렷한 의견 차이는 사학지원조례 문제 속에 내재한 이념과 이익의 문제가 얼마나 첨예한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덧붙여 전교조가 사학들의 부패 문제를 거론한 것은 향후 좌파 진영이 이 문제를 사학들의 윤리문제와 지속적으로 결부시키리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진보성향 언론들은 앞 다투어 사립학교 재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부패문제를 쟁점화하려는 시도가 성공해 범국민적인 비판여론으로 응집될 경우 이 문제가 제2의 사학법 논란으로 일파만파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잔존해 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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