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發 정계개편 세 가지 경우의 수
안철수發 정계개편 세 가지 경우의 수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5.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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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지방선거는 안철수에게 ‘뜨거운 감자’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 중 한명인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결국 재보궐 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입했다.

안철수 전 후보는 지난 4월 24일 서울 노원병 재보궐 선거에서 60%를 넘는 압도적인 득표를 기록하며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 및 지각변동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할 변수 중의 하나는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다. 내년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를 가지며 2016년 총선을 앞둔 전국 규모의 선거다. 따라서 2017년 정권교체를 노리는 야권으로서는 2014년 지방선거에 올인해야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이라는 변수를 염두에 두고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구상해 보는 건 흥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시나리오 1: 신당 창당으로 새누리·민주 분열

정치권에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다. 안철수 의원이 재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신당을 창당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 뿐 아니라 새누리당 내 비주류 의원들까지도 신당에 합류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엔 한계가 있다. 내년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지방선거라는 점이 신당 창당 시 현역 의원들의 대규모 이동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공천 여부가 불확실한 현역 의원들 또는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이 신당으로 옮겨가는 일은 빈번하지만 차기 총선이 아직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새누리당 또는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틀 내에 머무는 것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더 높다.

지방선거 출마가 예정돼 있는 민주당의 기존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들로서도 신당 합류라는 모험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견제’ 또는 ‘심판’의 성격으로 진행될 경우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방선거 후보들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여지가 많아진다.

굳이 신당에 합류하지 않더라도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라면 ‘배신자’ 또는 ‘정치철새’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신당에 합류할 명분이 적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지지도가 높고 민주당 후보들이 야당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야만 민주당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발걸음이 신당으로 쏠릴 여지가 생긴다.

새누리당 의원들로서도 마찬가지다. 아직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일 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가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3년 뒤 총선을 보고 무리하게 당적을 옮길 이유는 적다.

이번 재보선에서 당선된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에 대해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며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고 이는 안철수 신당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섣불리 공언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박근혜 정부 2년차에 있게 되는 지방선거에 신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안철수 의원의 대선 가도에는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특히 안 의원으로서는 ‘정권심판’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2016년 총선에서 신당의 승부를 거는 것이 더 승산이 높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실제로 안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너무 진도를 많이 나가네요”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나리오 2: 신당 창당 보류하고 지방선거 관망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보류하고 지방선거를 관망하는 시나리오다. 신당 창당에 이은 지방선거 참여로 인한 리스크를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 역시 안 의원의 대선 가도에 부메랑으로 다가올 여지가 있다. 민주당이라는 제1야당의 존재 때문이다.

만약 민주당이 후보들의 인물경쟁력 또는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민주당은 그 자체로 대안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 2006년에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정당지지도를 50%대까지 끌어올리고 대안세력으로의 입지를 굳힌 사례와 유사하다.

특히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경우 선거 승리를 이끈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안철수 의원의 입지를 잠식하면서 2017년 정권교체의 첨병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인물은 2012년 대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의원일 수도 있고, 손학규 전 대표일 수도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 또는 새로운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안철수 의원은 ‘정권교체’를 상징하는 야권 스타플레이어로서의 이미지를 빼앗길 공산이 크다.

실제로 고건 전 국무총리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직전까지 제3지대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됐으나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압승한 이후로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한나라당의 ‘투톱’이던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에게 빼앗긴 바 있다.

당시 고 전 총리는 지방선거에 일체 개입하지 않고 관망했다. 결국 2014년 지방선거는 안철수 의원에게 있어서 참여해도, 불참해도 리스크가 되는 뜨거운 감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나리오 3: 안철수의 민주당 입당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의 욕심을 버리고 기존의 제1야당인 민주당에 입당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안철수 의원으로서는 뜨거운 감자인 2014년 지방선거로 인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민주당에 입당하는 순간 2014년 지방선거 승리로 인한 과실을 민주당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 내에서의 치열한 권력투쟁 과정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안 의원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경쟁 과정에서 여론조사에서도 밀리는 등 크게 고전한 사례가 있다.

여기에 최근 민주당은 대선 후보 선출을 완전국민경선 방식으로 하지 않고 당원들의 결정권을 더 존중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방침을 바꾼 상황이다.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대의원들과 당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은 안철수 후보는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낙점 받는 그날까지 더 험난한 싸움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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