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마무리 세월
10년의 마무리 세월
  • 미래한국
  • 승인 2013.09.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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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


어느덧 이제 우리 모두가 80세가 됐다. 앞으로 10년 살 일을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동창생들 모임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 다음 달 모임에 각자 얘깃거리를 가지고 나오기로 했다.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기쁨이 있는 생활? 신이 나는 생활? 기쁜 일이라면 사랑, 돈, 출세 등이 있을 것이다. 신나는 일이라면 뜻있는 일을 성취하는 경우겠지. 젊어서도 못 해본 일들을 이제 와서 무슨 수로...

‘평온한 나날’은 어떨까. 괜찮긴 하지만 너무 매가리가 없다. 플랜을 잘 짜서 ‘즐거운 나날’을 꾸며 본다? 좋아 보이기는 한데 내게는 플랜을 메울 아이템이 없구나. 무얼 연구할 기반도 없고, 이렇다 하게 취미 붙인 것도 없다.

종교책에 몰입하는 사람들

친구들 가운데 은퇴 후 경전 연구에 몰입하는 이들이 꽤 있다. 성경, 불경, 논어 공부다. 오래 지속할 수도 있고 심신 건강에도 나쁘지 않다. 인생의 2대 과제는 인간관계와 고민 해결이다.

성경은 종교서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것은 대인관계의 황금률이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은 지순한 사랑의 계율이다.

불경은 인생철학이다. 108번뇌, 끝없는 번뇌는 인간이 타고난 숙명이다. 물욕, 성욕, 명예욕, 이 세 가지 욕망을 벗어나야 천형의 숙명에서 해탈할 수 있다는 계시다. 논어는 인생 처세학이다.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것은 ‘예의’의 황금률이고 공자가 자신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줄인 ‘恕(서)’자는 ‘내 마음 미루어 남을 헤아리라’는 ‘예의’의 기본정신이다.

성경과 논어는 인간관계의 근본 해법을 제시했고 불경은 인간에 주어진 숙명적 고민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제 우리 세대는 모두 나이 들어 긴박한 인간관계도 절실한 고민거리도 별로 없게 됐다. 앞으로의 10년을 나는 종교 경전 대신에 좋아하는 몽테뉴 공부에 전념해보면 어떨까 한다. 몽테뉴는 400년 전 전 생애 60년을 바쳐 인류 문화사에 ‘인간 연구’의 금자탑을 세웠다. ‘몽테뉴 에세이’ 3권이 그것이다.

그의 영향을 받은 세계적 사상가의 명단이 그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고국인 프랑스에서는 데카르트, 파스칼, 루소, 몽테스큐, 보르테르, 앙드레 지드, 스탕달 그리고 가까이는 카뮤와 사르트르가 있다. 또 바다 건너 영국에는 셰익스피어, 존 로크, 프랜시스 베이컨이 있고 이웃 독일에는 괴테, 쇼펜하우어, 니체가 있다.

행복으로 가는 길

몽테뉴는 깊은 신심도 뚜렷한 철학도 없는 평범한 우리 세속인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길을 제시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안에 인간의 모든 성질을 완전히 지니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무한한 재능과 무한한 쾌락의 씨앗을 지니고 있다.”

이웃을 기웃거리지 말고, 자기 내부를 들여다보고, 자기 내부에 숨은 재능과 쾌락의 씨앗을 찾아내 잘 가꾸고 한껏 즐기면 거의 신에 가까운 완성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이 모든 인간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고 또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이른다. 그 실천 과정이 그의 ‘에세이’에 세세히 기록돼 있고 또 그런 삶을 통해 그는 보통 사람의 두 배의 행복을 누렸노라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10년, 이런 위대한 스승을 모시고 인생 공부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면 내게는 분에 넘치는 크나 큰 복이요 여한 없는 즐거운 나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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