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투기 사업 향후 전망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 향후 전망은?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10.11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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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들 잠재적 위협 맞서 5세대 스텔스기 절실
유로파이터

대한민국의 영공을 지킬 주력 전투기를 구입하는 차기 전투기(F-X) 사업이 결국 유찰되면서 전면 재검토 절차를 밟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9월 24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재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안건으로 상정된 ‘F-15SE 차기전투기 기종 선정안’을 심의한 결과 단독 후보로 검토되던 보잉사의 F-15SE를 부결시켰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기종별 임무수행능력과 비용 등 분야별 평가 결과를 비교한 결과 안보상황 및 작전환경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심의를 통해 최종 부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불행중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노태우 정부 시절 F-16과 F-18이 경합하던 율곡사업에 관여했던 L모 씨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F-15계통 전투기들의 사용빈도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번 잘못 결정하면 계속 끌려갈 우려가 있다”며 “우리가 북한만 막으면 끝나는 게 아니지 않느냐. 다소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중국, 일본 등 잠재적 적국들을 고려해서 성능이 탁월한 5세대 전투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국방정책에 대해 적극 홍보함으로써 여론이 국군의 전력 강화에 기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국 이래 최대 무기도입 사업’으로 불린 이번 F-X 사업에는 보잉사의 전투기 ‘F-15SE’와 EADS의 ‘유로파이터’, 록히드 마틴의 ‘F-35’ 등 세 기종이 입찰했으며 이 중 F-15SE가 단독 후보로 상정된 바 있다.

이는 3개 기종 중 방사청이 제시한 예산 범위(8조3000억원) 내에 미 보잉사의 F-15SE만 들었고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A, 유럽 EADS사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예산 범위를 넘는 입찰가 제시로 사실상 탈락했기 때문이다.

스텔스 기능 부족에 발목 잡혔다

이에 대해 예비역 공군 장성들을 중심으로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한호 예비역 대장 등 역대 공군총장 15명은 지난 8월 27일 서울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F-X 사업에 대한 건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 국방위원,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 보낸 건의문을 통해 “방위사업청이 총사업비를 8조3000억원으로 묶어 놓고 10원도 넘어서는 안 된다는 터무니없는 기준을 적용했다”면서 “F-X 기종 평가 작업을 입찰 이전 단계로 되돌려 종합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비역 참모총장들은 F-15SE의 스텔스 기능이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이 실전 배치할 예정인 차세대 전투기들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지난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유찰 결정이 내려지면서 F-15SE는 추후에도 차세대 전투기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독 후보로 올랐다가 기체 자체의 한계로 인해 거부당한 F-15SE가 추후 심사에서 다시 선정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사청은 “관련 기관과 협의해 전투기 소요 수정과 총사업비 조정 등을 통해 전력공백을 최소화하도록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의 논의를 통해 예산을 늘리는 한이 있어도 스텔스기를 갖춘 최첨단 전투기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 F-35로 굳어지나

현재로서는 록히드 마틴과 보잉에서 새로운 첨단 전투기를 양산하지 않는 한 F-35가 대한민국 공군의 차세대 주력 전투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앞서 2001년에 F-35는 보잉의 F-15SE를 누르고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됐으며 미군은 향후 30년간 2700대 이상을 주문할 계획이며 영국, 일본을 포함한 9개 국가도 F-35를 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차기 전투기 사업 결정 연기로 록히드의 F-35가 힘을 얻고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WSJ는 한국의 결정이 미국 2위의 방산업체 보잉에 타격을 즐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제3의 대안’으로 거론되던 유로파이터의 앞날 역시 밝지 못하다. WSJ는 영국과 독일의 예산 삭감으로 유럽 컨소시엄이 생산 중인 유로파이터의 타이푼 판매가 제한되고 있으며 중동에서 주문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 전투기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다고 보도했다.

F-15SE

한국 공군이 단 한번도 구입하지 않았던 유럽제 전투기를 실전에 배치할 경우 기존 미국 전투기들과의 연계나 부품 호환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현실도 배제할 수 없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북한 핵무기에 대한 킬체인 전력의 핵심 수단으로 국지도발에 대한 응징보복 수단이 필요하다”며 “최근 항공기술 발전 추세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위주로 전환됨에 따라서 우리 공군도 이에 상응한 전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방추위 위원들도 북핵 등 북한의 비대칭 무기를 타격하기 위해 스텔스기가 필요하다고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재추진으로 인한 전력 공백 우려와 관련해 오태식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은 “재추진 소요기간은 1년여로 판단하고 있다”며 “소요기간을 최단기간으로 하고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정해졌던 총사업비(8조3000억원)를 증액해 스텔스기인 F-35A를 분할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도입 시기를 조절해서 예산 부담을 최소화시킨다는 발상이다.

한편, 동북아시아의 국가들은 스텔스 전투기의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F-35A 도입을 확정지었고 자체 개발 스텔스기인 ‘심신’의 완성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도 스텔스기인 J-20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러시아도 2016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스텔스기인 T-50(PAK FA)을 개발 중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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