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경제학을 도입하자
스포츠에 경제학을 도입하자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11.22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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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프로스포츠의 현주소
 

스포츠는 자본주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공정한 룰, 당당한 경쟁, 협동정신 그리고 승자와 패자가 모두 승복하는 도덕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스포츠에서 패자는 사라지지 않고 도전의 기회를 얻는다. 패자의 기량이 훌륭하다면 말이다.

미국의 MLB 경기나 한국 야구경기에서 패자가 망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실력만 있다면 패자는 승자 못지않은 부와 명성을 누릴 수 있다.

사람들이 경원시하는 것은 시시한 실력의 소유자다. 그런 스포츠는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도 창출한다. 1995년에 이미 미국에서는 스포츠 산업의 재정적 크기가 보험산업과 법률산업을 앞지르는 전체 산업 11위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특히 스포츠는 지역 경제와 밀접하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벌어진 각종 스포츠 경기로 창출된 경제효과는 무려 41억 달러(약 4조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 스포츠 위원회와 로스앤젤레스 상공회의소의 공동 조사 결과다.

스포츠가 창출한 일자리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와 오렌지 카운티, 인랜드 엠파이어 카운티 지역에서 열린 스포츠 경기에는 1850만명이 입장했으며 경기장 입장료와 식음료 구입 등 직접 지출은 1억7000만 달러(약 19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스포츠는 일자리도 만든다. 스포츠 경기를 통해 한 해 동안 3938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번 조사는 프로야구, 프로 풋볼, 프로농구 등 주요 프로스포츠와 경마, 대학 스포츠 뿐 아니라 해마다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마라톤과 대학 풋볼 선수권대회인 로즈볼 등을 망라했다.

국내에서도 스포츠는 막대한 경제효과를 발휘한다. 프로야구의 경제효과는 이미 1조원대를 넘어섰다. 야구장에서 치킨과 맥주. 일명 치맥은 필수품이다.

경기장 뿐만 아니라 TV로 경기를 시청하는 가정에서도 치킨과 피자 주문이 쏟아져 외식업체들도 덩달아 특수를 누린다. 응원하는 팀의 모자는 물론,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은 날개 돋친듯 팔려나간다.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팬들의 소비도 과감해진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의 유니폼 판매량이 평소보다 60% 안팎으로 급증했다는 뉴스도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관람객 한 명이 야구장을 오가며 쓰는 금액은 평균 4만3000원 이상이다. 입장료와 교통비, 각종 물품구입비와 먹고 마신 데 사용한 비용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현재 스포츠산업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산업 중의 하나로 분류된다. 스포츠산업이 가장 활발하고 두드러지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의 연구들은 스포츠 산업이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분야에서는 이미 수많은 이윤을 창출해내고 있으며 그에 따라 고용률도 높아져가고 있다.

스포츠는 미국 경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큰 중요성을 갖게 됐다. 스포츠 경제학은 일반 경제학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있다. 그런 수요에 의해 스포츠 공급이 이뤄진다.

스포츠 공급에는 여러 부대적인 인프라와 유통, 서비스 등이 결합된다. 이러한 복합수요가 일자리를 만든다. 따라서 스포츠 산업은 불황기에 민간 소비지출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거대 스포츠 산업은 금융산업과도 결합되고 마케팅산업을 촉진한다.

스포츠산업의 성장과 함께 미국에서는 자연스레 자주 메이저급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곤 한다. 물론 이러한 스포츠 이벤트가 그 지역사회에 엄청난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들은 또한 엄청난 양의 경제적 활동을 수반하기도 한다.

스포츠 이벤트가 유치되는 지역사회는 월드컵이나 MLB 포스트시즌 또 NCAA 파이널 4 등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이벤트가 그들의 지역사회 경제를 자극할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돈을 쓰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들의 지역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스포츠 페스티벌, 축구 토너먼트 등 작은 이벤트도 물론 지역 경제를 활발하게 할 수 있다. 그 결과 세수도 늘어난다.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일때 경제효과 극대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스포츠 경제파급효과 연구라고 불리는 연구는 스포츠가 실제로 얼마나 세입을 벌어들였는지, 지역 세금을 연구하기에 알맞은 경제학이다. 또 해당스포츠 이벤트에서 얼마나 일자리가 창출됐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에 의하면 멤피스의 홈경기에 관중과 상대팀이 연간 쓴 돈은 935만 달러를 기록했다.

또 2001년 미국 프로 농구가 아닌 NCAA DIVISION 1에서 여자농구팀이 4강에 올라서 1600만 달러의 경제 효과를 봤다는 연구도 있었다. 프로 농구도 아닌 아마 농구에서 그것도 남자도 아닌 여자 스포츠에서 이 정도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것은 미국의 스포츠에 대한 인기와 관심을 잘 보여준다.

또 가장 최근의 이 스포츠 경제학 연구에서 애리조나 대학의 경제학자들은 애리조나에서 열린 메이저급 스포츠가 아닌 스포츠 페스티벌을 통해 자그마치 1억5000만 달러의 경제 영향을 나타냈다는 연구보고도 발표했다.

미국의 이러한 스포츠산업은 민간주도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경쟁력 없는 경기와 이벤트는 적자로 인해 사라진다. 다시 말해 시장원리에 의해 스포츠산업이 움직일 때 그 경제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이러한 스포츠 경제는 종종 우리 지자체들의 마구잡이 경기시설 건축과 이벤트의 명분으로 이용된다. 광주 F1경기가 그렇고 인천의 아시안게임도 그 적자는 불보듯한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스포츠 자체가 갖는 대중적 인기를 표에 연결하기 위해 재정을 고려치 않는 ‘묻지마 행사’에 올인한다. 그 결과 스포츠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혈세 낭비로 지역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스포츠로 인한 지역경제 효과가 1천억이 났다느니, 몇백억이 났다느니하는 홍보기사를 생산해 낸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추산하는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스포츠를 경제활성화로 연결하려면 미국과 같은 스포츠 경제학의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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