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여보 메시지' 3D로 다시 보기
민주당 의원 '여보 메시지' 3D로 다시 보기
  • 이원우
  • 승인 2013.12.11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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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이 촬영한 민주당 초선 의원의 휴대폰

한국 사회 최고의 학벌은 SKY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최악의 학벌은 뭘까. 아마도 ‘이중잣 대학교’일 것이다. 똑 같은 잘못을 해도 그 일을 누가 했느냐에 따라 대중의 판단은 조변석개한다. 사람의 일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으나 지나치면 추해진다.

이중잣 대학교 학생들의 행태를 빈번하게 볼 수 있는 두 군데가 있다. 연예계와 정치계다. 인기와 권력의 향방에 따라 대중의 판단은 완전히 달라진다. 박원순을 박원숭이라고 하는 건 인격모독이다. 하지만 박근혜를 닭근혜라고 하는 건 용기 있는 행동이다. 이외수와 채동욱은 착한 불륜남.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의로운 주먹. 뭐 그런 식이다.

대한민국엔 ‘이중잣 대학교’가 있다

불륜女로 의심되는 상대와 카톡을 하다 최근 일요서울에 사진이 찍힌 민주당 초선의원의 경우를 보자. 이 사건은 이중잣 대학생들의 금자탑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하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휴대폰으로 ‘누드사진’을 검색했다가 적발된 것만으로 포털 검색창에 이름이 올라 망신을 당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었다. 당시 민주당 의원과 지지자들은 “국회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치를 떨었다.

정말 놀랍게도 민주당 초선의원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슨 사정인지 침묵하고 언론도 조용하다. 심지어 그의 이름이 정호준이라는 사실도 뉴데일리를 제외하면 아무도 말하지 못하던 터였다.

새누리당 의원이나 청와대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면 어땠을까.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발언 따위는 언제 있었는지도 모를 만큼 큰 폭풍이 일지 않았을까?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는지에 대해 잠시 분노하기도 했었다. 이중잣 대학생들의 뛰어난 능력이 야속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카톡 메시지에 범속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겸손하게 마음을 고쳐먹고 메시지를 다시 봤더니, 놀랍게도 3D 안경을 쓴 것처럼 메시지가 다시 읽혔다.

이번 사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몇 가지 표현이 있다. 첫 번째는 ‘여보’다. 이건 아마도 ‘여자 보수’의 줄임말인 것 같다. 다시 말해 일요서울이 포착한 것은 그의 불륜 정황이 아니라 ‘보수적 성향을 지닌 여성 유권자’를 민주당 쪽으로 포섭하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다신 그런 짓 하지 마. 경고야”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진짜 의미는 “다신 새누리당 찍지 마. 경고야”정도였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180일 이상 남아있는 시점이었으므로 이 정도 선거운동은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3代 국회의원 가족. 왼쪽부터 정일형 前외무장관(8선),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5선), 정호준 민주당 의원(초선).

엄숙한 창으로 나를 지지해줘, 여자 보수여!

이번 메시지를 본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표현으로는 ‘손가락 걸고 엄창 걸고’가 있다. 너무 유치해서 요즘엔 초등학생들도 잘 안 쓴다는 표현을 국회의원 나리께서 쓰셨다니….

허나 단견이다. 정호준 의원을 뭘로 보는 건가? 그는 지난 8월 귀태(鬼胎) 발언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후임으로 원내대변인에 임명된 인물이다. 당시 정 의원은 “품격 있는 언어로 정치를 한 단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품격의 관점에서 ‘손가락 걸고 엄창 걸고’라는 표현을 다시 보자. 손가락이 뭔가? 투표할 때 사용되는 궁극의 정치표현 수단이다. ‘엄창’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천박한 표현이 아니다. ‘엄(嚴)숙한 창(槍)’, 그러니까 투표행위 시의 손가락을 비유하는 말이 아닐까?

우리의 여보(여자 보수)는 새누리당에 다시는 표를 던지지 않을 거라고 손가락에 맹세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자꾸 그 말을 번복했다면 정호준 의원 입장에선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국회에서 유권자 포섭을 위해 노력한 그는 결코 직무유기를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에서 상을 받아야 마땅하다.

“사랑은 어떻게든 안 헤어지려고 하고 자꾸 보고 싶은 거지 자꾸 자존심 세우고 헤어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문장은 정호준 의원이 ‘사랑의 정치’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게 있어 ‘지지’는 곧 사랑의 표현이고, 다른 당에 표를 던지는 건 ‘헤어짐’이다. 유권자를 사랑하겠다고 사탕발린 말을 내뱉는 정치인은 수없이 많지만 그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이는 얼마나 드문가?

정호준 의원의 집안은 대한민국 최초로 3대(정일형-정대철-정호준)에 걸쳐 금배지를 배출한 정치 명가(名家)다.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이 얼마나 철저하게 아들을 국가의 공복(公僕)으로 교육시켰는지는 정호준 의원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만 봐도 알 수 있다.

“응 사랑해 여보.”
(응, 우리를 지지해줘, 여자 보수여….)

비록 처음엔 어리석게 분노했지만 이중잣 대학생들의 눈으로 사안을 다시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삶의 지혜는 멀리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이 굳이 문제 삼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정호준 의원은 꿇릴 게 전혀 없고, 언론들도 괜히 ‘알아서 길’ 필요가 전혀 없다. 이제 조속한 해명에 나설 차례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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