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비판하면 일베충?
‘변호인’ 비판하면 일베충?
  • 이원우
  • 승인 2013.12.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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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하기 전부터 리뷰 2만 건 돌파 … 노무현에 대한 입장 따라 평가 갈려
 

영화 비평계에도 몇 명의 스타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이동진과 듀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인터넷 세대에게 가히 북극성과도 같은 존재다.

둘 중 듀나(Djuna)는 신비감이 많은 인물이다. 일단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그의 신상 정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오로지 ‘글자’로만 존재할 뿐이지만 그의 목소리는 글 안에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는 듀나에 대한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의 비평은 종종 커다란 논쟁을 발생시키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듀나가 ‘변호인’ 시사회를 다녀온 뒤 쓴 비평에 대해서는 특히 심한 후폭풍이 몰려왔다.

12월 3일 발표된 듀나의 ‘변호인’ 비평문 제목은 ‘변호인은 노무현 위인전인가 아닌가’였다. 우선 그는 ‘변호인’ 언론시사회의 기이한 풍경에 대해 언급했다. 이 영화가 1981년 부림사건을 모델로 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누구도 그곳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 당시 간담회에 참여했던 대부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부분침묵규칙을 지켰던 분위기가 과연 정상적인가, 이다.”

그 뒤로 이어지는 듀나의 비평은 나름대로 균형 잡힌 자세를 유지한다. 언제나처럼 훌륭한 송강호의 연기를 포함해 여러 가지 장점을 합치면 ‘재미 있고 감동적인’ 영화가 된다는 것이다. 다만 듀나는 영화가 노무현의 이야기를 일단 허구로 보고 법정 멜로드라마의 틀 안에서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위인전’이 돼 버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화 속) 1987년의 에필로그는 주인공에게 불필요한 신화적 후광을 안긴다. 이는 영화의 주제와도 맞지 않다. ‘변호인’의 이야기는 평범한 변호사가 각성해서 부당한 정권과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이지, 그가 부산 변호사 동료의 몇 십 퍼센트의 존경을 받는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에 대한 이른바 ‘친노 네티즌’의 반발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2천 개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하나같이 “위인전이면 어떤가?”라는 식으로 듀나에 비판적이었다.

댓글 중에는 심지어 “기자가 일베충”이라는 반응조차 존재했다. 듀나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가 대체로 친노적인 성향을 띤다는 걸 알면 헛웃음이 나올 아이러니다.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하면 노무현조차도 일베충이 돼 버릴 기세다. 이 전체주의적 분위기는 무엇을 암시하는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신화로 원래는 두 개 정도를 꼽을 수 있었다. 단군신화와 그리스로마신화. 만약 ‘변호인’이 흥행한다면 이제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노무현신화.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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