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복지 실험’이 부러우신가요
우리의 ‘복지 실험’이 부러우신가요
  • 이원우
  • 승인 2014.02.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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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제니퍼소프트’의 동화 같은 사원복지 정책
헤이리 제니퍼소프트 사옥

<미래한국> 독자 여러분. 하루가 다르게 우리 자신의 본질을 억압해오는 현대문명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주위를 둘러보면 보이는 것이라곤 전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리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암울한 소식들뿐이에요.

지구라는 이 별에 삶의 여행자로 태어나 온전히 자유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요. 혼자가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주변을 둘러보세요. 모든 사람들이 짓눌린 자아를 해방시키지 못한 채 강제된 침묵 속에서 시들어 가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개인이 힘들다면 공동체로 연대해서 분투하며 극복하면 되지 않겠어요? 이를테면, 제니퍼소프트라는 회사처럼요.

금발의 백인여성 같은 이름을 하고 있지만 제니퍼소프트는 IT 벤처기업이에요. 규모는 작지만 대표상품인 ‘제니퍼’를 통해 성능관리 솔루션시장을 휩쓸며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죠.

일본과 미국, 오스트리아, 중국 등 세계 각국에 협력사를 확보하고 있어요. 고객들의 웹 공간에 대용량 트래픽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관리 및 해결을 해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제니퍼소프트의 주 업무 중 하나입니다.

혹시 기억하세요? 고객들의 트래픽 관리를 해 주는 제니퍼소프트의 홈페이지가 정작 누리꾼들의 압도적인 트래픽으로 인해 넉다운 됐던 2013년 1월 6일의 사건을요. 아, 북한의 사이버 공격 같은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를 떠올릴 필요는 없어요. 제니퍼소프트의 홈페이지를 찾았던 누리꾼들의 손가락은 악의 없는 호기심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니까요.

1월 6일 SBS는 스페셜 다큐멘터리 ‘착한 성장 대한민국-리더의 조건’을 방영했어요. 신자유주의의 폭력이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소환해 낸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금, 우리는 성장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방송의 메시지였어요. 그리고 제니퍼소프트는 현재의 한국인들이 갈망하는 ‘착한 성장’의 한 전형을 보여줬죠. 파격적인 사원 복지와 기존의 발상을 전복시키는 이원영 대표의 경영철학을 통해서요.

폭발적인 관심의 시작 : 복지

제니퍼소프트에서 인정하는 ‘근무 시간’은 반드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괴로워하는 억압의 시간만이 아니에요. 혼자 있고 싶으세요? 그럼 혼자 있으세요. 수영을 하고 싶으세요? 그럼 수영을 하세요. 그 모든 활동이 근무 시간에 포함될 테니까요.

그렇게 해도 제니퍼소프트는 사원들이 주 35시간, 연간 1600시간 이상 일하길 원치 않아요. 이 정도의 근무 시간이 유럽 OECD 국가 중 네덜란드, 프랑스 등 복지상위 수준국가들의 수준이니까요.

제니퍼소프트의 복지 혜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아요. 이 회사는 남녀사원 모두에게 아이 1명당 출산축하금 1000만 원씩을 지원해요. 여성의 경우 산전후 3개월 휴가 및 2년 육아휴직을 보장하죠. 그렇다고 제니퍼소프트가 결혼과 출산이라는 전근대적인 가치에만 매몰돼 각성된 여성 개인들에 대한 지지에 소홀한 것은 아니에요. 제니퍼소프트는 ‘언급 없는 월 1회 여성 생리휴가’를 보장합니다.

그 외 선택적 복지금 연 300만원, 회사와 관련된 식비 간식비 교통비 통신비 서적구입비 차량유류비 전액 지원,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부모님까지 종합병원 건강검진 지원, 전세자금 대출 지원, 차량구매 대출 지원 등등….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너그러움을 보게 될 거예요.

이 정도면 화제가 될 만도 하죠? 대한민국이 큰 정부 복지국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제니퍼소프트는 하나의 상징이자 실례(實例)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파격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제니퍼소프트의 복지 지향은 단순히 사원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철학적 지평을 탐구하고 모색합니다. ‘노마디즘’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우리말로는 ‘유목주의’로 번역되는 노마디즘은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철학적 개념입니다(두산백과).

작년 5월 '공동체'를 주제로 제니퍼소프트 사옥에서 강연한 박원순 서울시장

철학적 기반 : 노마디즘(Nomadism)

철학자 이진경에 의해 국내에 소개된 노마디즘은 제니퍼소프트의 철학을 정면으로 관통하는 중요한 철학 사조예요. 제니퍼소프트는 작년 12월 7일 이진경 교수를 초빙해 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암시예요. 제니퍼소프트가 단순한 IT 벤처업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는 하나의 암시. 이곳은 회사를 넘어선 공동체이자 유목민적 자유를 모색하는 21세기의 전초기지인 것이지요.

이 모든 것을 생각해 낸 이원영 대표에 대해서는 여러 궁금증이 생기실 거예요. SBS도 그의 독특한 경영철학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 WTO 반대 시위를 하다 3개월간 옥살이를 한 이력(혹은 경력)이 있지만 운동권은 아니었던 이원영 대표. 그는 “복지는 그냥 복지”라며 “근무시간에 좀 놀면 안 되나요?”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학생 시절 품었던 더불어 사는 사회, 대안 사회를 주변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자본의 한복판에서 이뤄보고 싶었다”는 것 또한 그의 진술입니다.

‘공짜’를 빙자하지만 사실은 세금의 변환일 뿐인 국가 복지정책의 폭력성에 비한다면 제니퍼소프트의 사원 복지정책은 한결 투명하고 양심적이며 자기 완결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제니퍼소프트의 공식 블로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이 회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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