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77명은 누가 ‘심사’할까
심사위원 77명은 누가 ‘심사’할까
  • 이원우
  • 승인 2014.02.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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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교양도서를 선정한 사람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사업진흥원은 매년 여름 우수교양도서 선정·지원 계획 공고를 낸다. 전년도 8월 1일부터 당해 연도 7월 31일까지의 기간에 국내에서 초판 발행된 교양도서를 기준으로 한다.

국내출판 창작 활성화를 위해 창작도서를 우선적으로 선정하며 출판사별 선정 종수는 일정수준으로 제한된다. 온·오프라인서점 50위권 내로 진입한 베스트셀러 역시 선정 대상에서 제외되며 동일 저자의 도서가 2권 이상 후보로 선정됐을 경우 1종만 선정된다.

2013년도 사업의 경우 약 2주 동안 951개 출판사가 총 5437종의 도서를 신청했다. 이 책들은 책 칼럼니스트, 작가, 교사, 교수, 기자 등으로 구성된 11개 분야의 심사위원단 77명에게로 갔다. 그리고 약 2개월 동안 예비심사와 본심사 등 4번의 심사회의를 거쳐 281개 출판사의 도서 420종이 선정됐다.

4번의 심사를 하는 동안 김일성의 업적을 강조하는 역사책, 반미주의로 점철되고 비정규직에 대한 편향된 시선만을 강조한 동화책이 걸러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결국 시선은 77명의 심사위원들이 ‘누구’인지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우선 77인의 심사위원을 대표하는 심사위원장은 서울대 경영대학원 조동성 교수였다. 그는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출신으로 인재영입분과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새누리당의 비대위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한 가지 주목할 것은 2012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역사관’을 이유로 공천장을 박탈당한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사례다.

당시 이영조 교수가 5·18과 4·3사건을 비하했다는 오해는 결국 공천 취소로까지 이어지며 격렬한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조동성 교수는 이영조 교수를 추천했던 인물로 알려졌으나 (일각의 표현에 의하면) ‘인격 살인’을 당한 이영조 교수를 끝까지 지키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는 2013년 우수교양도서 선정지원사업의 심사위원장직을 맡았으나 선택된 420종에는 정부의 추천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그저 놀라울 뿐인 책들이 다수 포함됐다.

조동성 심사위원장 이외 76인의 면면은 다채롭다. 고영서 시인은 경향신문 칼럼 ‘서울광장에서 광주를 보다’에서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에 대한 서울광장의 시위에 대해 썼다. 그러면서 “정부와 언론은 1980년 5월, 광주 MBC와 KBS 광주방송국이 시민에 의해 불태워진 사실을 잊었는가?”라고 일갈했다.

그 뒤 고 시인은 본인이 스스로 그렇게 비판한 정부가 주관하는 도서사업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우수교양도서를 심사했다. 이 칼럼이 발표된 시기는 2013년 8월 하순으로 우수교양도서 선정에 대한 심사가 막 시작됐을 무렵이었다.

어린이문학사이트 오른발왼발 운영자인 오진원 씨의 경우 동화책 ‘비정규씨, 출근하세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 씨가 운영 중인 사이트(http://www.childweb.co.kr)에 접속하면 해당 책의 서평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성균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한 언론매체에 “미국식 가치 대신 공동체 중심의 유럽적 가치를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맹목적인 경제 효율성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동체를 인식해야 한다”고 인터뷰 한 바 있어 사회과학(경제) 분야의 도서선정에 일정부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 아동청소년 및 역사 분야에서 심사했을 것으로 보이는 위원들은 강백향 수원 천일초등학교 교사, 곽지순 인천 화전초등학교 교사, 김경희 어린이도서연구회 일산지회 부회장, 김면수 소명여자고등학교 교사, 김민진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김한용 상지여자고등학교 교사, 배영대 중앙일보 Saturday 팀장, 소문주 둥근마음상담연구소 연구원, 신수현 아동문학가, 양상용 그림책 작가, 양지안 아동문학가,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 윤지회 그림책 작가, 이동희 예담상담심리연구소 소장, 이세주 서울 광성중학교 교사, 이순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이용우 동덕여대 국사학과 조교수, 이종화 창원시 아이세상 장난감도서관 관장, 이찬종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대학원 강사, 임연아 시흥 연성초등학교 교사, 정형근 서울 정원여자중학교 교사, 허남주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등이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이며 무엇을 말해왔는지를 미시적으로 살피는 것만이 2013년 우수교양도서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작업의 본질이 될 수는 없다. 사업을 총괄한 것은 문체부이므로 이 사업의 궁극적인 책임 또한 문체부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들 77인을 어떻게 선정해서 사업을 진행했기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는지를 ‘심사’할 차례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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