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의 잘 짜인 매뉴얼
민노총의 잘 짜인 매뉴얼
  • 정용승
  • 승인 2014.06.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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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지난 4월 16일 침몰할 때 가장 먼저 구출된 사람은 세월호의 선장이다. 매뉴얼대로라면 선장은 탑승 인원을 모두 대피시킨 후 마지막으로 내려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선장은 정반대의 행동을 했고 많은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는 정부를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 규탄 시위와 구호들이 등장했고 ‘박근혜 퇴진’ 슬로건까지 거리로 나왔다. 경찰 추산 1만 명이 지난 17일 청계천광장에서 벌인 집회에서는 경찰과의 충돌로 115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그 집회의 중심에 전국민주노동조합(이하 민노총)이 있었다. 지난 4월 25일 민노총 대전본부 홈페이지에 ‘세월호 대참사 후의 반박 투쟁 계획’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시됐다. A4용지 11장에 이르는 장문의 글이었다. 이 글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박근혜 정권으로 규정하고 진보 진영의 투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내각 총사퇴를 요구함으로써 “박근혜 정권의 왜곡과 물타기, 책임회피 공작을 분쇄하고 반박투쟁 전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또 “현재 국민들의 슬픔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하며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를 향한 분노를 터뜨리는 순간 국민들의 슬픔 역시 정권에 대한 분노로 화할 것”이라고 썼다. 유가족들의 슬픔을 정권투쟁용으로 돌려야 한다는 대목이다. 정권투쟁을 위한 하나의 매뉴얼인 셈이다.

실제로 대통령은 사퇴해야 한다는 논평이 지난 4월 28일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이후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는 정권퇴진운동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자녀들의 생환을 기원하며 간식을 놓은 탁자에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라고 인쇄된 전단이 등장했다. 전단에는 ‘민노총’의 이름이 인쇄돼 있었다.
유가족 대표가 “유가족이 아니면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민노총 관계자들이 자의적인 개입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팽목항에서 청와대로 행진을 할 때도 민노총 관계자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선동하자 한 실종자 가족이 신고에 나섰던 적이 있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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