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오바마의 마음을 돌렸나
무엇이 오바마의 마음을 돌렸나
  • 미래한국
  • 승인 2014.09.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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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에서 개입으로 급변한 美 외교정책
 

미국이 중동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으로 외교정책 기조를 급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라크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극단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s)를 무력화 및 제거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의 골자는 IS 세력에 대한 공습 확대와 이라크군, 쿠르드군, 친서방의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 지역 내 IS세력에 대한 공습을 확대, 기존의 미국인들과 시설을 보호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의 방어적 공습에서 IS의 진지와 시설 등을 찾아내 파괴하는 공세적 공습으로 전환한다.

미국은 처음으로 시리아에 있는 IS 근거지까지 공습하고 지상전은 이라크군, 쿠르드군, 친서방 시리아 반군들이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對)테러 기금으로 5억 달러를 의회 승인을 거쳐 지출하고 이라크군 등 현지 지상군 훈련을 위해 475명의 미군을 추가로 파병할 계획이다.

‘오바마=反戰 대통령’ 공식 깨져

오바마 대통령은 ‘반전(反戰)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이 군사력으로 국제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왔다. 2008년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종전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그는 2011년 이라크에서 미군을 모두 철수시켰고 올해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공식 종료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3년 동안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될 것을 우려,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맞서 싸우는 친서방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에도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8월 시리아 정권이 화학 가스로 수백 명의 어린이 등 1300여명을 죽였을 때도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를 공습하지 않아 명예가 실추되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정권을 향해 화학가스 사용을 한계선(redline)으로 설정, 만일 화학가스를 사용하면 무력공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왔다. 하지만 시리아 정권이 이 한계선을 넘어 실제로 화학가스를 사용했는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을 얻으면 공습을 하겠다’며 결정을 회피, 시리아를 공습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국내문제를 향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후 취임연설에서 ‘10년간의 전쟁은 끝났다’며 향후 4년 간 국내 문제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소득불평등 해소, 세금과 교육시스템 개혁, 일자리 훈련 프로그램 개선, 기후변화,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등이 그가 언급한 국정과제들이었다. 국제문제에 대해서 그는 “군사행동은 유일한 해결방법이 아니”라며 국제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고립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의회도 비슷했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건강보험개혁법 등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는 국내 정책들에 대해 “많은 지출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세금인상이 초래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낮추는 입장으로 맞서왔다. 이 가운데 발생한 국제분쟁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전비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국가 채무의 증가를 우려, 정부의 지출을 반대하는 공화당 내에서도 미국의 국제문제 개입을 꺼리는 고립주의가 기조를 이뤄갔다.

IS의 미국 기자 참수 영상

미국기자 참수사건이 여론 급변시켜

이를 방증하는 한 예가 미국의 국제문제 개입을 반대하는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의 부상이다. 그는 아버지 론 폴 하원의원과 함께 공화당 내에서 정부지출 감소, 세금감면 등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자유주의자(libertarian)이며 2016년 대선의 유력한 공화당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랜드 폴 상원의원은 미국의 국제문제 개입은 필수라는 존 메케인, 린지 그래함 상원의원,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 공화당 내 강경파 인사들과 충돌을 빚어왔다.

여론도 국제문제에 대한 미국의 고립을 지지했다. 지난해 8월 시리아 정권이 화학가스로 민간인들을 죽였을 때도 미국 여론의 과반수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반대했다. 퓨 리서치가 지난해 11월에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1%는 “미국이 세계에서 너무 많은 일을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말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침범한 사실이 드러나고 무엇보다 2명의 미국 기자가 IS에 의해 무참히 참수 당하자 미국의 정책기조는 중동문제에 대해 고립에서 개입으로 급변했다.

미국의 성인 90%는 IS의 미국에 대한 위협이 ‘매우 심각’ 내지는 ‘심각’하다고 답했고 71%는 IS 세력 제거를 위해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지지했다. 심지어 65%의 응답자들은 시리아에 대한 공습도 지지한다고 밝혔다(워싱턴포스트). 미국이 세계에서 너무 많은 일을 한다고 답한 미국인은 39%로 감소했고 너무 안 한다고 답한 사람은 31%로 증가했다(퓨리서치).

여론이 달라지자 중간 선거를 2달 앞두고 공화, 민주 양당의 입장도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공화당원의 18%만이 ‘미국이 국제문제에 너무 개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이번에는 46%가 ‘너무 개입하지 않는다’며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 또한 최근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IS 세력 제거를 위해 미국의 공습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그의 보좌관은 폴 의원에 대해 “국제문제에 대해 고립주의자가 아니”라며 해명하고 나섰다. 선거전에서도 후보들은 저마다 강경한 외교정책들을 제시함에 따라 이번 중간선거에서 국제문제는 일약 중요 의제로 급부상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IS 문제에 있어 지나치게 소심하다며 보다 단호하고 분명한 정책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다. 바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수요일 저녁 황금시간에 TV에 출연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위협하는 IS를 제거하겠다”며 공습 계획을 발표하는 군 최고통수권자의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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