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작업? 어렵지 않습니다 사심만 없다면…"
"공천 작업? 어렵지 않습니다 사심만 없다면…"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11.17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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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미안합니다. 지금 막 쪽지예산을 처리하고 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2015년도 예산안 처리가 한창이던 지난 11월 5일 국회에서 만난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첫마디였다. 아니, ‘쪽지예산’이라니, 요즘 국회의 추방 대상 1호가 아니었던가.

“이건 꼭 필요해서 넣은 거예요. ‘좋은 쪽지’라고 하면 안 될까요. 지역마다 권역별 대학병원, 센터가 있는데 올해부터 세 개 대학씩 3년 이내에는 다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면 나 같은 촌놈은 다 죽으란 말이죠. 예를 들어, 내가 겪었던 뇌졸중은 한 시간 내에 옮겨져 세 시간 이내에 막힌 부분을 뚫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지는 거죠.”

그의 '쪽지예산론'은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 총장의 말이 이어졌다.

 

 

‘쪽지예산’을 건넨 이유

“경남 전체에는 센터가 하나예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그래서 권역별 센터를 유지하기 위한 예산을 알아보니 27억이라고 해요. 바로 복지부 장관한테 얘기하고 국회 통과 시켰어요.

쪽지 예산이라서 욕도 많이 먹지만 이건 꼭 필요하거든요. 제가 병상에 있으면서 병원 책자를 보니 50대 이상 남성의 25%가 뇌경색 아니면 심근경색을 겪는다고 해요. 중년 남성의 1/4이 겪는 질병인데 당연히 중요한 문제죠.”

19대 총선 출마선언 예정일이던 2012년 2월 8일, 이군현 의원은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그의 자서전 ‘동행’(부제 ‘감사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을 보면 그날의 위급했던 순간과 기적과도 같은 회복 과정, 그리고 아내와 당직자들이 대리전으로 치른 총선의 승리 과정이 묘사돼 있다.

여당 사무총장을 만나 묻고 싶던 정치 현안이 많았지만 못지않게 궁금했던 그의 조금은 ‘특별한’ 정치 역정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 작년에 국회 예결위원장이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해서 비난을 많이 받으셨는데 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신앙 간증집입니다. 정치인으로서 신앙생활에 어려움이나 갈등은 없으십니까.

“제가 이번에 병을 겪으면서 ‘이렇게 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하나님이 곁에 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무심했던 것도 느꼈죠. 내가 몰랐을 뿐이지 나의 힘이 아니고 주님의 이끌림이 나를 지금까지 인도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젊은 시절 야간대학에 낙방해 주간대에 가게 됐고 돈을 벌기 위해 교사를 하게 됐고 유학도 가게 됐고, 그렇게 여러 직책을 거치면서 지금 국회의원까지 될 수 있었던 것도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이 의원의 이력은 ‘개천의 용’ 성공신화다. 초등학교 졸업 후 가난으로 중학교를 포기하고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일했으며 고입검정고시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대학 졸업 후 중·고교 교사를 하다 로터리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에서 교육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후에는 카이스트와 중앙대 교수 생활을 했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거쳐 17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여 경남 통영에서 18대, 19대에 내리 당선됐다.

국회의원으로서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대위 조직상황실장, 당 중앙위 의장, 원내수석부대표, 예결의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김무성 대표체제에서 사무총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피복 공장에서 국회까지,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 놀라운 성공이력을 갖고 계신데요,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원동력이 무엇이었습니까. 성공 욕구가 남다르게 강했던 건가요.

배고픔, 그러니까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의지가 자극이 돼서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더 어려워지지 말고 노력해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어려움과 역경이 닥치면 두 가지 행태가 나타난다고 해요. 하나는 좌절이고 하나는 의욕인데 저는 후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역시 어렸을 때 학교 못 다녔을 때 그때죠. 집안이 가난해서 피복 공장에서 일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1960년대 공부하고 싶었던 욕구가 늘 있었지만 형편이 안 좋아서 중학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그때였죠. 아버지는 노동하시고 어머니는 생선파시고 고생을 많이 하셨죠.

정치인으로서의 어려움이라면 확인되지 않은 많은 인식들이 저에게 어려움이고 방해요인이라고 봅니다. 주위에 우리를 왜곡해 가는 무성한 소문들,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이 어렵죠.

- 현재 막강한 새누리당 사무총장직을 맡고 계십니다. 어떤 정치철학을 갖고 있습니까.

저는 이 자리를 대단한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새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아니라 권불 5년도 안 돼요. 아니, 더 짧아졌죠. 그래서 저는 그저 공정하고 겸손하게 원칙을 가지고 순리대로 해야겠다는 신념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좋은 평가를 받지 않겠어요. 공천이 어렵다고 하는데 내 사람을 넣으려 하거나 부당한 청탁을 받지 않고 사심 없이 원칙대로 하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당과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새누리당의 방향성,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죠. 정치라는 것이 이 세 가지 아니겠어요?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해주는 것이 첫째고, 어떤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의무가 둘째. 셋째는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역사와 전통, 가치를 보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이것이 지도자가 할 일이기도 하고요. 따라서 새누리당의 길은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는 길이에요. 그리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고요.

- 새누리당이 그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국가전체를 이루고 있다 보니 사람마다 가치에 대한 차이가 있어요. 때문에 그것을 잘 모아 합의를 보고 이끌고 가는 것이 중요한데 쉽지 않죠. 대통령도 국민대통합을 그렇게 강조하고 계시지만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는 최선을 다할 뿐이고, 평가는 국민으로부터 받으면 되죠.

- 새누리당의 가장 취약한 문제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일각에서는 야당의 문제점을 투쟁력과 이념편향성이라고 한다면 새누리당은 싸울 줄 모르는 ‘웰빙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역사가들이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했죠. 즉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부패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 당에 있는 혁신회의 기치도 부패척결, 혁신, 특권의식 타파예요. 그러나 무조건 특권을 내려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을 잘 하는 것이죠.

많은 분들이 국회의원의 특권을 비판하시고 모두 내려놓기를 바라시는데요, 저는 특권을 없애는 것보다 일을 잘 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특권은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지킬 특권은 지켜야 해요.

 

‘조강특위’의 공천 기준

▲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 또한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 위원장을 맡고 계신데 조강특위의 역할과 운영 방향은 무엇인가요.

사무총장으로서 당연직이죠. 조강특위는 말 그대로 당 조직의 강화를 위한 조직입니다. 조직이 있어야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잖아요. 

쉽게 말하면 공천심사위원회가 총선 때 현역 국회의원 중 어떤 의원을 후보로 낼 것이냐는 것을 정하는 곳이라면, 조강위는 현역이 아닌 지역구의 위원장들, 즉 원외의원 공천심사 위원회라고 보면 될 겁니다.

당무감사를 통해 현역이 아닌 위원장이 맡고 있는 지역의 위원장을 누구로 앉힐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죠. 즉 저는 비현역 지역의 공천심사위원장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어떤 원칙을 가지고 지역구 위원장이나 후보들을 선정하고 있습니까.

기준의 핵심은 당선 가능성이에요. 제일 중요한 기준이죠. 조직을 잘 추슬러서 조직의 세를 넓힐 수 있는 인물을 뽑으려고 합니다. 기존에 지역을 맡고 있던 사람이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더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추천할 수도 있죠. 

아무튼 누가 됐든 당선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책임자를 뽑으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조직관리 능력, 당의 세력 팽창 가능성, 범죄기록, 사회 평판, 당비 납부 실적 등을 보고 있어요.

- 최근에 전임 사무총장이 임명한 당협위원장들을 개편하는 문제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른바 친이 친박 갈등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사무총장님은 친이계로 거론되는데요.

제가 이명박 대통령 선대위 조직상황실장을 했으니 당연히 그렇게 보겠죠. 최근 당협위원장 선정과 관련해 제기되는 논란은 과도한 우려라고 생각해요. 위원장은 당헌당규에 따라 매년 선출하도록 돼 있습니다. 당 조직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조직으로 혁신하는 건 사무총장의 최고 핵심 책무 중 하나입니다.

- 요즘 강조되는 이른바 상향식 공천이나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은 더 많은 금권, 조직선거 가능성의 폐해가 지적되고, 현역이나 직업 정치인한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는데요.

거듭 말하지만 선거는 당선 가능성이 최우선입니다. 당선된 후보가 많을수록 대선에서 우리 당 출신 대통령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잖아요. 

대통령을 당선 시키려면 우리가 우위를 차지해야 대통령을 배출하는 것이죠. 조금 거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정권을 잡지 못하면 당이 갖고 있고 실천하고자 하는 당의 철학은 꿈에 불과하게 됩니다.

상향식 공천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아직 상향식 공천제도가 우리나라에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죠. 당차원에서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개헌 논의는 자연스러운 것, 시기가 문제”

- 최근 헌재에서 선거구 조정 판결을 내려서 정치권에 소용돌이가 불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일단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여야죠. 그러나 그 틀 속에서 어떻게 우리가 고쳐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과 정치제도 문제는 여야가 정개특위를 구성해서 합의를 보도록 되어 있어요.

하지만 헌재가 내린 선거구 불합치 판정에 대해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어요. 정개특위에서 할 수도 있고 선관위에 위임해서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 개헌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가요? 사무총장이면서도 민감할 수 있는 개헌추진의원모임의 간사를 맡고 계신데요.

대통령께서 경제에 우선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렇게 진행될 겁니다. 이번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는 경제에 집중할 거예요. 또 개헌이라는 것은 국민이, 그리고 국회가 동의를 하고 공감대가 형성이 돼야 할 수 있는 것이죠.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집중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7년에 개헌을 했는데 그 후로 거의 30년 흘렀기 때문에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죠. 때가 오면 자연적으로 논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급하게 하는 것은 반대지만 언젠가는 논의해서 어떤 방식으로 개헌해야 할지, 국민이 원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논의해야 해요. 문제는 국민투표도 해야 하고 국회의원 재적의 2/3 즉 200명이 찬성을 해야 통과되는 것이니까 상당한 공감대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 박근혜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보고 계십니까.

박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가 해도 지금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많은 직위를 맡아 봤지만 감투를 쓴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우리당이 박 대통령을 열심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사진/백승휴 객원기자 phototherapy@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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