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의사들이 말하는 신해철 사망의 원인
외과 의사들이 말하는 신해철 사망의 원인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4.11.17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명]
   
 

가수 신해철 씨가 지난 10월 27일 사망했다. 갑작스레 떠난 그의 죽음 자체도 안타깝지만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석연치 않아 사람들을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장례식이 끝난 후 고인의 동료들과 소속사는 정식 의문 제기를 했고 곧바로 부검의 결과가 발표됐지만 여전히 병원 측과 유가족의 주장은 대립하고 있다.

그를 갑작스러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무엇일까?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상태가 악화돼 심장마비를 거쳐 죽음에 이른 과정은 의료 전문가들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 씨의 죽음에 대해 의학 전문가들은 대부분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신 씨가 ‘잘못된 의료제도의 희생자’라고 말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왜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복수의 외과 의사들로부터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2004년과 2012년

유족들에 따르면 신해철 씨는 2004년 현재 스카이병원의 K원장이 서울외과의원에 재직하던 시절 역류성 위식도염 증세로 서울외과의원을 찾았다가 위밴드 수술을 권유 받고 이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 당시 신 씨의 체중은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위밴드 수술을 받는 것이 적절한 상황이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8년이 지난 2012년 스카이병원을 차린 K원장에게 다시 찾아가 담석 제거술과 함께 위밴드 제거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 2014년 신해철 씨는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며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환자가 많아 스카이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게 됐다.

유족에 따르면 당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이미 ‘장폐색이 있으니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첨부해서 보냈다고 한다. 스카이병원은 CT촬영 후 신해철 씨에 대한 즉각적인 수술을 진행했다.

 

▲ 신해철 씨가 사망 전 장협착 수술을 받았던 서울 송파구의 병원

2014년 10월 17일

그런데 여기서 많은 외과 의사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점이 발견된다. 이미 환자에게 두 차례의 복부수술의 경험이 있고 장 유착으로 인한 장폐색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시경을 이용하는 복강경보다 개복술을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복부수술의 경험이 있는 환자의 뱃속은 여러 섬유조직으로 인해 유착이 심하기 때문에 내시경을 이용한 복강경수술은 장을 다칠 우려가 크다. 그러나 스카이병원은 안전한 개복술을 선택하지 않고 위험도가 높은 복강경수술을 택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의료진은 장유착 박리를 위해 복강경수술을 하다가 소장과 횡격막을 각각 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나중에 아산병원에 이송돼 수술을 받았을 때의 소견과 부검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유가족은 위축소 수술을 함께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병원 측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부검 결과 위를 접는 수술을 한 것이 확인됐다.


2014년 10월 19일

유가족에 따르면 신해철 씨는 수술 직후부터 배와 가슴 부위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면서 안절부절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 측은 수술 이틀 뒤인 19일 ‘퇴원’을 지시했다.

2014년 10월17일 부터 10월 21일까지

외과 의사들은 “복강경을 하다가 장천공과 같은 합병증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병원 측의 처치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장유착을 해결하기 위한 복강경 수술은 장천공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수술이 끝난 후 만일 환자가 발열을 동반한 고통을 호소한다면 이는 곧 장에 구멍이 생겨서 장 속의 음식물이나 소화액이 흘러나와 생기는 증세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즉시 금식을 시키고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한다.

신해철 씨는 수술 후 줄곧 극심한 고통과 발열을 호소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식을 지시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병원 측은 환자를 입원시켜 염증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를 하는 동시에 항생제 투여를 해야 했지만 환자를 여러 차례 돌려보냈다.

만일 수술 직후에 열이 나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신해철 씨에게 장천공의 진단이 일찍 내려졌다면? 생존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병원은 환자를 수술 후 불과 이틀 뒤 퇴원 시켰고, 이후에도 반복해서 찾아오는 환자를 두 번이나 더 퇴원시켰다.


2014년 10월 22일

지속되는 통증을 더 이상 감당 못한 신해철 씨는 22일 새벽 4시 스카이병원을 다시 찾아 결국 입원했다. 이때는 복부팽만증세도 심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신해철 씨는 지속적인 가슴의 통증을 호소했다. 병원 측은 심전도를 찍은 후 ‘심장의 이상은 아닌 것 같으며 혈관 패치를 붙이면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12시 40분쯤 신해철 씨는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곧이어 심폐소생술이 진행됐다. 오후 2시경 스카이병원의 K원장은 신해철 씨의 소속사 대표와 함께 신해철 씨를 태운 앰뷸런스에 동승해 아산병원으로 갔다. 여기에서 신해철 씨는 CT촬영 후 장천공과 패혈증 진단을 받고 응급수술에 들어가게 됐다.

그런데 오후 2시 10분 아산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신해철 씨는 저녁 8시가 돼서야 수술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미 배와 심장 주위에 염증이 가득 퍼져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왜 무려 6시간이나 지나서야 응급수술이 시작된 것일까?

그 이유는 심장혈관(관상동맥) 조영술을 하느라 시간을 지체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해철 씨는 협심증 등 심장혈관의 질환을 의심할 만한 병력이 전혀 없었다.

익명의 한 아산병원 의료진은 불필요한 관상동맥 조영술을 하느라고 3시간 반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아산병원의 의료진들은 왜 그 긴박한 순간에 관상동맥 조영술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을까?

의료진들은 신해철 씨가 흉통을 줄곧 호소했다는 점과 심장이 갑자기 멎은 것을 미뤄 급성 심근경색일 가능성을 높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관상동맥 조영술 결과는 정상으로 밝혀졌고 흉통의 원인은 심장 근처까지 퍼진 염증, 즉 종격동염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8시가 돼서야 시작된 응급수술에서 소장의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과 일부 장의 괴사, 그리고 심장 주변의 염증이 확인됐다. 아산병원 의료진들은 구멍이 난 소장과 괴사된 장을 절제하고 염증부위를 씻어 냈으며 심장 주위에 농이 흘러나오도록 배액관을 넣고 수술을 끝냈다. 그러나 이미 심한 뇌손상을 받은 신해철 씨는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닷새 후 하늘로 떠났다.

   
 


대한민국 의료제도, 이대로 좋은가

사람은 정말 어이 없이 쉽게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좀처럼 죽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번 신해철 씨의 죽음은 사실상 후자에 속한다는 게 의사들의 지적이다.

이미 늦었지만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첫째 만일 그가 애초에 위밴드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면, 둘째 만일 그의 장유착에 대한 수술을 복강경으로 하지 않고 안전하게 개복술로 받았다면, 셋째 만일 그의 장천공이 일찍 발견돼 조기에 적극적인 처치를 받았더라면, 넷째 만일 K원장이 신해철 씨를 조기에 큰 병원으로 옮겼더라면…. 신해철 씨의 운명은 바뀌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기회들이 신해철 씨에게는 하나도 찾아오지 않았다.

의사들이 신해철 씨의 죽음에 대해 ‘잘못된 의료제도의 피해자’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인 이유들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기 때문이다. 복합적으로 얽혀 각각의 이유들은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과연 그에게 위밴드 수술이 꼭 필요했던 것일까? 수술 한 번에 1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비용을 받으며 위밴드와 위축소수술 등 비만수술로 돈을 버는 병원이 혹시 수술 적응증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도 과도하게 권유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위밴드 수술은 간편하고 안전하다는 병원 측의 선전과는 달리 위험도가 높은 수술이다. 따라서 BMI 35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에게만 권유하는 것이 원칙이다.

위밴드수술이나 위축소수술은 장천공이나 장을 꿰맨 부위에서 소화액이 누출돼 복막염과 패혈증의 위험을 안고 있는 수술이다. 그런데 수술을 진행했던 주치의는 수술의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스카이병원은 심한 염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서도 패혈증에 빠져 고열과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적기에 큰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지 않았다. 끝내 심장이 멎은 후에야 환자를 보낸 것이다.

주치의사인 K원장은 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 노력하지 않고 TV 출연을 통한 마케팅에 더 힘을 쓴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 K원장에 대한 비난에 앞서 생각할 것은 왜 이런 기형적인 의료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의사들은 수술 후 안이한 병원 측의 대처가 신해철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질병치료에 매진해야 할 외과 의사들이 기술료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때문에 비보험진료분야와 불성실한 진료로 내몰리고 있고, 신해철 씨도 그런 현상의 피해자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다가온 신해철 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어쩌면 단순한 개인의 실수로 인한 의료사고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일지도 모른다.


이성은 기자 nomadworker@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