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어오르는 분노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교과서 필요”
“끓어오르는 분노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교과서 필요”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5.11.19 17: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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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전국역사교사모임(전역모)의 계기수업 자료

자본가를 적(敵)으로, 민란을 ‘봉기’ 혹은 ‘진보를 위한 발걸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 ‘전태일 분신’을, 어린이의 고통학습을 위해 ‘비극적 역사’를 가르치라고 선동

전교조는 문제가 제기된 ‘민중사관 역사 교과서’의 몸통이자 주역이다. 그들은 전교조 조직 내부에 전국역사교사모임(이하 전역모)이라는 역사교육 분과를 설치하고 민중사관에 입각한 검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대거 참여했으며, 또 학교 현장에서 편향된 역사수업을 통해 민중사관을 퍼뜨리고 있다. 

전역모가 결성된 것은 1991년으로, 현재 전국 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회원 중에는 전교조 조합원이 아닌 교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교사 집필진(39명) 중 절반이 넘는 20명이 전역모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계간지 <역사교육>을 비롯한 단행본을 발행하여 민중교육 사관을 역사교사들에게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의 역사교육관은 전역모가 발행한 <역사교육 2>(푸른나무, 1991. 4. 25)의 서두에 제시한 다음 내용으로 잘 파악할 수 있다.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역사는 현재 우리와 무관한 힘 있는 자들의 ‘잘한 이야기’로 채워져 ‘하지 않은 것만 못한’ 박제된 역사교육. 이런 역사교육은 죽은 역사이며 인간 억압의 교육이다. 이런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학생들은 교과서가 담고 있는 ‘이긴 자만의 세상’을 정당화시키는 논리를 체질화하고 있다. … 이긴 자들의 우월감과 지배욕을 부추기고 진 자들에게 열등감과 패배 의식을 철저하게 몸에 배도록 조건 반사시키고 있다.” 

따라서 전역모는 “힘없는 자들의 이야기, 패배한 자들을 주목하는 이야기”로 점철된 역사교육, 즉 민중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민중사관을 지향한다. 

전국역사교사모임(전역모), ‘민중사관’ 바이러스 전파의 통로 

전역모는 특수분야 직무연수기관으로 지정받아 신규 역사교사 직무연수, 현직 역사교사 대상 직무연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역모는 이러한 직무연수를 이용하여 반(反)대한민국적이고 친북 좌파적인 시각으로 만들어진 자신들의 자료 및 민중사관 입장에 서 있는 단체나 인물이 쓴 역사 관련 서적을 읽고 토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전역모 소속 교사들은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1·2), <초등학생을 위한 맨처음 한국사> 등의 책을 펴내는 등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책들을 교과서 형태로 출간했다.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는 초중등 교사들이 수업을 위한 자료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교과서 형태로 출간한 이유에 대해 이 책의 초판 서문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교과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전역모의 활동 중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 ‘계기교육’ 자료 개발이다. 계기교육이란 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특정 주제에 대해 이뤄지는 교육을 말한다. 주로 특정 기념일 또는 시사적 의미를 가진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전역모는 소속 교사들이 만든 계기수업 자료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았는데, 그 목록을 보면 ▲87년 노동자 대투쟁 수업사례 ▲5·18 글쓰기 수업 ▲초등학생, 긍정의 역사만 배워야 하는가 등등 반(反)대한민국적이고, 친노동자적이며, 독재 비판, 그리고 민중사관에 입각한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중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만한 계기교육 자료를 분석해 봤다. 

▲ 2013년 5월 광주의 한 초등학교의 5·18 계기수업 중에서 학생들이 각자의 느낌을 적어 만든 현수막. 계기수업은 이렇게 어린 학생들에게 비극적 역사를 강조하고 있다.

마음으로 느끼며 머리로 생각하는 5·18 수업
-최○○ 수원 ○○고 교사

최 교사는 이 자료에서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을 ‘국가주의에 빠진 세력’으로 규정하고 국가주의 세력들을 다음과 같이 질타한다. 

“국가주의에 빠진 그들(뉴라이트 계열 학자)이 보기에는 역사의 주인공은 이승만, 박정희와 같은 지배자들이며 이들을 비판한 우리의 교과서는 ‘자학사관’에 물든 교과서요, ‘패배한 역사’를 가르치는 교과서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절대 패배한 역사가 아니며 승리한 역사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친일파와 독재정권에 대항해서 민주주의를 쟁취하였으며, 저임금과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감내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또한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친일잔재를 청산하고 있다. 이 어찌 승리한 역사가 아니겠는가? 

우리 역사에서 국가는 소중하다. 그러나 그러한 국가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그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다. 우리 민중(국민)들이 어떻게 억압과 착취를 벗어던지고 자유를 쟁취해서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는가를 가르치는 것이 한국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역사교사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최 교사는 “이런 의미에서 5·18 수업을 준비했다”고 말한다. 최○○은 동영상을 이용한 5·18 계기수업을 구상했는데, 아무 동영상이나 보여주면 역효과가 나니 “역사교사의 역사에 대한 뚜렷한 관점을 가지고 채택한 동영상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뚜렷한 관점이란 “억압과 착취를 벗어던지고 자유를 쟁취해서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 된” 관점이다. 

그는 영상수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역사교사모임’에서 만든 학습지를 적극 활용해 다음과 같은 키 워드가 들어간 학습지도 만들었는데, 그 내용은 “광주의 민중들이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를 파악하고 “당시 광주민중항쟁을 겪었던 사람들의 어록을 읽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광주학살을 곱씹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제시한 학습지 ‘생각해보기 1’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나에게 총이 있었다면 나도 총을 쐈을 것이다.”(89.2.23 국회청문회에서 조비오 신부)
“임신 8개월의 딸이 숨졌는데 뱃속에는 태아가 뛰고 있었다. 민정당 의원들에게 더도 덜도 말고 한 번만 똑같은 일을 당해보라고 얘기하려 했는데 아무도 안나왔으니”(89.2.22 국회청문회 안현녀 증인)… 
1-1. 위 자료로 보았을 때 광주시민들은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나요? 

민주주의 시선으로 역사를 읽고 가르치려는 하나의 실천 
-김○○ 서울 ○○고 교사 

김 교사는 역사교육을 통해 민주주의를 심화 확장해야 하고, 노동과 역사교육을 연계하여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한국 근현대사를 민주주의란 관점에서 새롭게 구성하고, 학생을 민주주의자로 키우는” 역사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민주주의에 대한 수많은 정의들 가운데 최장집이 말한 다음과 같은 주장에 공감한다면서 그 내용을 소개해 놓았다. 

“민주주의는 없는 이들이 자신의 힘을 조직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정치적 민주주의야말로 힘없는 이들이 평등을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그러니까 김○○이 역사교육을 통해 심화 확장하고자 하는 것은 “없는 이들이 힘을 조직하고, 힘없는 이들이 평등을 쟁취할 수 있는 무기”인데, 이것을 민주주의로 포장하여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은 또 ‘노동과 역사교육’을 강조한다. 이 부분과 관련된 그의 설명을 소개한다. 

“민주주의를 인민의 지배로 개념화한다면, 인민이 시대나 사회에 따라 당연히 다를 수 있고,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인민의 대다수가 타인에게 급여를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그 동안 노동은 교과서에서 배제되었으며, 심지어 민주화 운동이나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정당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김○○은 “노동의 시선에서 역사를 보려는 노력이야말로 민주화에 기여하는 역사교육의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김○○은 자신이 한국 근현대사 교재를 만들고자 했는데, 그가 구상하고 꿈꾼 교재의 구상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우선 민족-국가의 서사를 뛰어넘어 민주주의 서사를 전면화하는 역사서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 나는 이른바 대한민국 정체성이란 프레임을 바탕으로 역사왜곡에 앞장서는 무리들이 실은 극소수 친일 예속자본의 입장에서 일제강점기 역사를 바라보며, 분단세력의 입장에서 해방 직후 역사를 바라보려는 노력이며, 그나마도 의도적인 사실 왜곡 위에 서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수업사례
-고○○ 울산○○고 교사

고○○ 교사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습지를 작성했는데, 그 제목이 ‘민주노조 깃발 아래 와서 모여 뭉치세!’였다. 이 학습지의 ‘생각열기’ 부분에서 1987년 노동자들의 시위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쉼없이 돌아가는 콘베이어에 매달린 채 기계부속품 정도로밖에 대접받지 못하던 하찮은 노동자들이 기계임을 거부하고 인간임을 선언하는 장엄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고○○ 교사는 이 학습지 ‘노래를 통해 시대 읽기’란 부분에서 ‘아 대한민국’을 개사한 노동가요, ‘포장마차’라는 이호철의 글, ‘골리앗의 그림자’라는 김호철의 글, ‘철의 노동자’라는 안치환의 글(노래 가사), 그리고 ‘무노동 무임금을 자본가에게’라는 인천민중문화예술운동연합의 글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무노동 무임금을 자본가에게’라는 글은 다음과 같이 노골적으로 자본가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깨죽지에 빛나는 상처 지켜낸 파업투쟁/ 막걸리잔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가진자들의 더러운 이빨 금빛으로 번쩍이며/ 온세상을 휘휘감아 피눈물을 덜라하네/ 아 동지여 적들은 무노동 무임금의 억지를 부려/ 아 동지여 적들은 파업의 나팔소리 멈추라 한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자본가여 먹지도 말라/ 무노동 무임금 노동자 탄압 총파업으로 맞서리라” 

여고생들에게 자본가를 ‘적’으로 규정하고 “빼앗긴 우리 피땀을 투쟁으로 되찾으세 강철같은 해방의지 와서 모여 지키세”(안치환 ‘철의 노동자) 같은 자극적인 내용을 보여주면서 노동해방을 교육시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일까. 

가. ‘아, 대한민국’ 곡에 맞춰서
방세는 하늘위로 치솟고
임금은 바닥에서 빌빌빌
저마다 누려야할 행복이
우리완 거리가 먼곳
잔업에 곱빼기에 특근에
데이트 나들이도 못하고
우리의 조그만한 꿈조차
산산이 부서지는 곳
원하는 것은 돈이 없어 살수가 없고
뜻하는 것은 시간 없어 할 수가 없네.
이렇게 우린 언제까지 살수가 있나
이제는 일어나 소리높여 외쳐부르네.
아아 임금 인상하라 시간 단축하라
아아 함께뭉쳐 승리하리라.

5·18 광주민중항쟁 글쓰기 수업 
-강○○ 대구○○중 교사 

강 교사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5.18기념사업회에서 나온 ‘광주항쟁의 배경, 전개과정, 청문회,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재판’ 등의 비디오를 보여주고 비디오 시청 소감을 쓰도록 했다. 학생들이 당시 쓴 글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학생 A: 내가 광주시민이었다면 아마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같이 싸울 것이다. 미친 듯이 싸울 것이다. 너무 억울한 것 같다. 아무 죄가 없는 사람들을 총으로 쏴죽이고, 방망이로 때려죽이고, 그건 사람이라면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건 미친 짓이다. … 대통령, 대통령으로 뽑으면 뭐하나 현실은 대통령이 나라의 시민을 죽이는데…” 

강 교사는 이러한 광주 글쓰기 교육을 통해 가치관 교육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가치관은 ‘저항권의 정당성’이다. 그는 ‘국민의 저항권에 대한 수업’에서 “잘못된 명령과 폭력적인 진압에 국민이 폭력으로 저항하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라는 주제를 제시하고 “공수부대원이 가지고 있던 무기들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살상용 무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광주 시민들이 인근 지역에서 무기를 탈취하여 맞선 것은 잘못된 것인가요?” 라고 가르치도록 권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6월 민주항쟁’ 수업
-박○○  함양 ○○초등학교 교사 

박 교사는 초등학교에서 ‘6월 민주항쟁’을 가르치는 계기수업을 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가 초등학교 5~6학년생들에게 수업에서 보여준 PPT 자료는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를 도입부에 제시하고 학습전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활동1) 군인이 힘으로 국민을 지배한 역사를 알아보자. 
[사진-5·16 쿠데타 직후 박정희] 1960년대, 아빠가 아기이던 시절, 군인이던 박정희가 군대를 데려와 쿠데타를 일으켜 스스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국민이 뽑은 대표는 쫓겨났습니다. 
[사진-긴급조치] 그 뒤로 대통령이 잘못해도 말 한마디 할 수 없게 입을 막아두고 혼자 18년 동안 대통령을 했습니다. 
[사진-간첩단 조작사건] 국민이 주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잡혀갔고, 평화통일을 하자는 사람은 간첩으로 모함하여 죽이기도 하였습니다. 
[사진-육사 동기간인 전두환과 노태우] 그 시절 육군사관학교 동기였던 젊은 군인 전두환과 노태우도 박정희와 같은 꿈을 꾸었을 것입니다. 
[사진-제5공화국 드라마] 마침내 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비서실장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자 전두환과 노태우 등은 자기 부대의 군대를 이끌고 와 서울을 점령하고 권력을 차지하고 ‘제5공화국’을 자기들끼리 만들었습니다. 
[사진-5월의 봄] 전국적으로 전두환 군사독재를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사진-광주에 공수부대 투입 학살] 전두환 군사정권은 1980년 5.18일에 광주에 공수부대를 데려가서 시위대에 총을 쏘고 칼을 휘둘러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였습니다. 
[사진-학살된 광주시민] 수백 수천의 목숨이 민주주의를 외치다 사라졌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이런 자료와 이런 내용으로 수업을 받았다면 어떤 국가관이 형성되었다고 봐야 할까. 

한국현대사 교육의 한 사례 
-양○○ ○○대 교수·김○○ 부산○○고 교사

두 사람은 지배 권력이 학교 현대사 교육을 편향과 획일로 끌고 갔다면서 “실천적 입장에 선 역사학”을 지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실천적 입장에 선 역사학의 한 방편으로 ‘실업계 고등학교 현대사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두 사람은 ‘사람이 살아 숨 쉬는 역사’, 즉 역사 속의 보통사람들을 만나는 역사시간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들이 예시하고 있는 ‘보통사람’은 다음과 같다.

“우리 학교 선생님의 어머니, 전태일의 아버지 전상수, 전태일, 국회의원이 된 여성 민주노조운동가 최순영 등” 

이들이 실업계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분신자살한 전태일, 노조운동가 최순영 등을 꼽은 이유가 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공순이 공돌이라 불리는 사회적 차별을 받고도 자신의 삶을 소중히 키워냈던 우리나라의 보통사람들-노동자들의 역사를 통해 학생들 부모와 학생들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란다.

“실업계 고등학생들의 삶에 긍정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 사람은 전태일이 1970년 초에 쓴 작품 초고를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이 이렇다.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貧)한 자는 부(富)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가장 청순하고 때 묻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때 묻고 부한 자의 거름이 되어야 합니까? 사회의 현실입니까? 빈부의 법칙입니까?” 

나아가 글쓰기 자료로 다음과 같은 예시를 소개하고 있다. 

“글쓰기 2) 전태일은 분신하는 순간 망설였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중요하게 여기니까. 하지만 그는 불을 붙이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다. 그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그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국회의원이 된 여공 최순영’ 부분에서는 <공순이 최순영이 영애 박근혜에게>(인터넷 사이트에서 벌인 공방전)이라는 글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오랜만에 뒷산에 갔습니다. 저는 53년생입니다. 박근혜 님보다 한 살 어리지요. 님께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당신이 잘 꾸며진 청와대 뜨락에서 국내외 귀빈을 만나고 ‘영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동안 당신과 같은 또래였던 우리들은 얼마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하루종일 공장 먼지를 마셔야 했습니다. 당신 아버지가 군대 경찰 관료 재벌들과 함께 ‘5개년 경제계획’을 밀어붙이는 동안 내 아버지 또래의, 내 또래의 그리고 내 동생 또래의 노동자들이 죽어나갔습니다. 

청춘을 산업화에 바친 ‘산업전사’의 한 사람으로서, 기업과 국가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렸던 근로자의 한사람으로서, 남의 노동에 기생하지 않고 자기 노동력에 의지해 힘껏 일했던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당신이 말하는 ‘경제 발전의 주역이 박정희’라는 주장에 모멸감을 느낍니다.…” 

두 사람은 이런 자료를 통해 계기수업을 받은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긍정적 사고”를 기를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초등학생들은 긍정의 역사만 배워야 하는가? 
-류○○ ○○대 교수

류 교수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시절 자신의 체험담을 통해 초등학생들에게 아름답고 밝은 역사, 즉 ‘긍정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하고는 “긍정의 역사를 넘어선 비판적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은 “어린이 역사 학습은 과거 지식을 활용하여 현재를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과거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적나라한 현실과 마주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옮겨본다. 

“아이들 정서로 감당할 수 없기에 비극적 역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 비극의 역사는 무감각한 우리 정서를 깨울 수 있다. 진정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에 아파하는 사람을 만든다.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에서 벗어나 ‘아파해야 할 것은 아파하고’, ‘책임 질 건 책임지고’, ‘반성할 건 반성하는’ 현실을 만든다. 따라서 어린이의 고통학습을 위해 비극적 역사는 분명 필요하다.” 

이렇게 주장한 다음 “어린이의 고통 학습을 위해” 제시한 내용이 해방 후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활동이다. 하필이면 왜 그가 여운형의 건준 활동을 소개한 것일까. 그 의도는 다음 글에서 손쉽게 발견된다. 

“건국준비위원회는 새 나라를 건설할 희망에 가득 차 있었어. 하지만 일은 그리 간단치 않았어. 미군정은 오랫동안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싸워 온 조선인들의 희생과 소망을 잘 알지 못했고 별 관심조차 없었어. 그래서 상하이 임시정부는 물론이고 국내, 국외에 있는 여러 독립운동 단체들, 해방이 되면 새 나라를 건설할 준비를 해 온 건국준비위원회까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단다. … 미군정의 가장 큰 관심은 38도선 이남을 소련이 아닌 미국에게 유리한 곳으로 만드는 데 있었어. 우리 민족의 독립이나 새 나라 건설은 두 번째였단다.”

류○○의 시각에서 보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이승만과 김구만 부각되고 있는 것이 큰 불만이었던지 이렇게 밝히고 있다. 

“해방 후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소망은 많은 세력들에게 한결같았다. 이승만, 김구, 안재홍, 여운형, 박헌영, 김일성 등이 이 세력들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이들 중 우익에 속하는 이승만과 김구만 부각되고 있다. 해방 정국 속의 다른 목소리들에 침묵한다.…” 

류○○은 미군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해방 공간에서 좌익세력이었던 여운형과 건국준비위원회야말로 새 나라를 건설할 희망에 가득 차 있었던 세력으로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또 해방 공간에서 김일성, 박헌영 등 공산주의자들의 노력도 교과서에 소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긍정의 역사를 넘어선 비판적 역사를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인 셈이다. 

진주지역과 함께하는 6월 민주항쟁
-강○○ 경상○○고 교사

강○○는 경남 진주 지역에서 1987년 6월 민주화 시위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가르친 학습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학습의 참고자료로 제시한 내용 중 눈길을 끄는 내용들이 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독재정치 및 유화정책’ 항목에서 ‘무고한 사람 잡는 삼청교육대’, ‘단군 이래 최대의 거짓말! 북한의 금강산 댐’이라고 제시해 놓았다. 

금강산댐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 북한의 수공(水攻) 위험이 제기되어 이를 막기 위해 대응댐으로 평화의 댐을 쌓았다. 금강산댐을 거짓말이라고 못을 박으면 평화의 댐은 사기극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금강산댐을 이용한 수공은 충분히 현실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평화의 댐 규모가 너무 작아 수공에 견디지 못할 위험이 제기되면서 후에 보강공사까지 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금강산댐이 ‘단군 이래 최대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그 저의가 무엇인지 놀랍고 충격적이다. 

근현대사.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한○○ 서울 ○○고 교사

한 교사는 역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의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생각하고 토론하고 쓰는 수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역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객관적 사실 교육의 예시로 ‘꿈틀거리는 조선’이라는 항목의 수업 자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토론마당> 민란과 농민봉기
19세기는 민란의 시대로 불릴 정도로 농민들의 항쟁이 많았다. 아래 사료는 ‘진주민란’이라고 부르는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임술년(1862) 2월 19일, 진주 백성 수백 명이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손에는 나무 몽둥이를 들고 무리를 지어 진주 읍내에 모여 서리들의 가옥 수십 호를 불사르고 부수어서, 그 움직임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진주병사(兵使) 백난식이 해산시키고자 장시에 나가니 흰 수건을 두른 백성들이 땅 위에서 그를 빙 둘러싸고 백성의 재물을 횡령한 조목, 아전들이 세금을 포탈하고 강제로 징수한 일들을 면전에서 여러 분 문책하는데, 그 능멸하고 핍박함이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탐관오리와 지주의 입장에서 농민의 폭력만 문제 삼는다면 난이나 폭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봉건사회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지배층과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농민의 대립으로 볼 수도 있다. 민란은 ‘민이 난을 일으킨다’라는 의미로 지배층의 입장에서 사용한 용어다. 지배층은 새로운 사회세력의 움직임을 나라를 어지럽히는 난으로 보았지만, 사회 변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진보를 위한 발걸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몇몇 학자들은 농민들의 지배층의 부정부패에 저항한 경우 대체로 ‘봉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자료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학생들에게 조선시대의 민란을 ‘봉기’라고 부르고, ‘진보를 위한 발걸음’으로 가르치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 교사는 “남한의 시민들과 북한의 인민들이 한국사, 북한사, 남북관계사, 국제관계사를 아우르는 남북한사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 의식이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한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역사 수업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자!
-김○○ 서울 ○○고 교사

김 교사는 역사 수업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답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은 뒤에는 자유를 그들만의 자유로 제한하려 하였고, 이에 맞선 민주주의자들은 돈 있는 자들만의 자유를 반대하며 평등의 전면적 확산을 내걸었다. 사회주의는 평등의 가치를 전면화한, 인구의 압도적 다수를 구성하게 된 노동계급 중심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 우리가 배운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두 날개로 하고, 두 날개의 날개짓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고 추구할 수 있는 그런 무엇이었다.” 

이런 관점에 의거하여 김○○은 사회주의야말로 진짜 민주주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승만에 의해, 그리고 박정희에 의해 틀지워지고, 냉전이나 북한의 존재로 인해 상상력에 제한되기 이전의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이 자료의 말미에 김○○은 보다 솔직하게 자신이 생각하고 꿈꾸고 추구하는 “민주주의적인 역사교육”의 속내를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다. 

“역사교사모임은 지금까지 이 일을 훌륭하게 해 왔다. 민중을 중심에 놓은 역사교육, 독재와 성장 중심의 경제사를 비판하고 정치적 민주화와 평등사회 실현을 목표로 한 역사교육, 평화와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승인하고 실천하려는 역사교육, 여성과 소수자를 중심에 놓은 역사교육을 실천하였고, 그 사례들은 오늘 우리가 민주주의 교육을 전면화할 때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역사교육의 민주화가 지향하는 것은 “민중을 중심에 놓은 역사교육”이다. 이동호 미래한국 편집위원의 분석에 의하면 김 교사가 오매불망 그리워하는 민중사관은 북한 주체사관에 입각한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론이다(미래한국 510호 ‘민중사관의 뿌리는 북한 주체사관’ 참조). 

이동호 위원의 분석에 의하면 북한의 혁명론이 포장을 바꿔 민중이라는 개념으로 한국 사회에 퍼뜨린 용어다. 한국사 교과서 문제를 오래 연구해 온 정경희 영산대 교수도 “민중사학은 ‘역사발전의 주체가 민중’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하는 역사관”이라며 “한마디로 민중이 주체가 되고, 주인이 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변혁을 모색하는 게 그 주요 목표”라고 말했다. 

미 제국주의와 그와 결탁한 매판 자본가들의 수탈과, 이에 저항하는 한국 민중들 간의 투쟁의 역사라고 본 북한 주체사관을 철저히 추종하는 사관이 민중사관이다. 그들은 북한식 주체사관을 받아들여 ‘민중’ 개념을 정립했다. 때문에 김○○ 교사를 비롯한 민중사관론자들의 역사 서술방식은 북한의 역사기술과 대부분 일치한다. 

민중사관론자들은 지금 대한민국을 저주하고 혁명을 꿈꾸는 주체사관을 “역사교육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한다”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여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대한민국 학생들이 민중사관으로 도배질 된 검정 한국사를 통해 배우고 있는 한국사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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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 2017-07-02 14:13:21
배워야지요 민중의 봉기도, 전태일 선택의 이유도, 탁 치시던 분들도
아주머니하고 같이 나라 해먹던 분들도 그 모든것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실수를 반복하는 후세가 없는겁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알려줘야 하는게우리의 의무입니다.

2015-11-22 22:32:33
나는 이 기사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현재 검인증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운 사람 중 누가 우리 나라를 자랑스러워 하지 아니합니까? 비록 우리에겐 식민지라는 아픈 과거가 있지만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학생들 또한 그 기적과 다른 훌륭한 역사로 우리 나라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구요. 여러 이야기들을 하고 싶지만 최대글자수가 정해져 있네요. 설마 이 댓글을 삭제하지는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