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868명 납치 어린이 구한 ‘앰버 경보’
미국서 868명 납치 어린이 구한 ‘앰버 경보’
  •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12.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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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워싱턴 DC=지난 10월 어느날 오전 버지니아 페어펙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모든 휴대폰에 요란한 진동소리와 함께 경보 메시지가 떴다. AMBER Alert(앰버 경보).
사람들은 모두 자기 휴대폰을 보며 경보 메시지 내용을 확인했다.

그 메시지에는 인근 프린스 윌러엄 지역에서 한 여자 청소년이 납치되었다며 납치용의자 차량 모델과 차번호판 숫자가 써 있었다. 이날 앰버 경보는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수백만 명의 휴대폰에 동시에 떴다.

지금 한 아이가 납치되었으니 주민 모두가 주변에 납치 용의자의 차량이 있는지 둘러보고 있으면 경찰에 알려달라는 경보였다.

이 앰버 경보는 도로변의 전광판에도 나타났다. 내용은 비슷했다. 납치 용의자 차량 모델과 차번호판 숫자. 그리고 위에는 ‘MISSING CHILD ALERT’이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운전자들은 도로변 전광판을 보고는 차 라디오를 틀었다.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앰버 경보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방송했다.

16세의 시나이 쿠르즈라는 여자 청소년이 이날 새벽 한 남자에 의해 강제로 차에 끌려타는 장면이 목격되어 경찰에 신고되었고 경찰이 앰버 경보를 발동했다는 것이다. 용의 차량을 보면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라디오 방송은 거듭 앰버 경보 내용을 소개했다.

 

실종자 구조에 활용되는 앰버 경보 시스템

앰버(AMBER) 경보는 어린이가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어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납치 용의자 차량의 정보를 휴대폰, 도로변 전광판, TV, 라디오,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수백만 명의 주민들에게 알려 납치된 어린이를 구하고 납치범을 잡으려는 목적으로 발동되는 경보시스템이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납치된 어린이들 중 75%가 납치된 후 3시간 안에 살해당한다. 앰버 경보는 이를 막기 위해 어린이가 납치되면 일반 주민들에게 빨리 알려 경찰의 추가 눈과 귀가 어린이들을 구해내자는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6년에 처음 시작된 이 앰버 경보로 지난 2월까지 868명의 납치된 어린이들이 성공적으로 구출되었다.

AMBER의 공식 명칭은 ‘America’s Missing : Broadcasting Emergency Response’.

 

1996년 텍사스 알링턴에서 납치되어 살해된 9세의 앰버(AMBER) 해거맨의 이름을 딴 것이 시작이다.

1996년 1월 13일 앰버 해거맨은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납치당했다. 납치 현장을 지켜본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고 해거맨의 부모들은 뉴스와 FBI에 신고한 후 앰버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4일 뒤 앰버는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었고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다.

앰버의 부모들은 앰버의 장례를 치른 후 텍사스 의회에 어린이 보호를 위한 엄격한 법을 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매일 지역뉴스를 통해 보도되었고 그 지역의 한 연방하원이 ‘앰버 해거맨 어린이 보호법’을 상정한 후 1996년 10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 법에 서명하면서 이들의 요청은 이뤄졌다.

그 사이 앰버의 아버지는 어린이 납치에 대한 심포지엄에 참가했는데 이곳에서 지역 경찰들이 좀 더 신속히 대응하고 지역 언론들이 협조하면 제2의 앰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 심포지엄을 취재한 한 라디오 기자가 달라스 경찰에게 이 내용을 소개하며 납치 신고를 방송국에 알려주면 라디오 방송을 통해 유괴 차량 정보 등을 알리겠다고 하면서 앰버 경보는 시작되었다.

그 후 2년 동안 앰버 경보는 라디오를 통해 전달되었고 1998년 Child Alert Foundation을 통해 처음으로 자동경보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아이가 납치되었을 경우 자동으로 발동되는 것으로 실종된 아이와 납치 차량에 대한 정보가 시민들의 소형무선호출기(소위 삐삐), 팩스, 이메일, 휴대폰 등으로 보내졌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02년 7월 이를 처음 도입했는데 한 달 동안 13번의 앰버 경보를 울렸고 12명의 어린이들이 무사히 돌아왔다.

2002년 9월까지 26개주가 앰버 자동경보시스템에 참가했는데 당시 연방의회는 법무부에 앰버 경보 코디네이터를 임명하고 각 주에 앰버 경보시스템에 필요한 장비와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2500만 달러를 매칭펀드로 제공하는 법을 만장일치로 마련했다.

도입 첫 해  한 달 동안 13번 경보, 12명 구조

2005년부터는 미국 전체 50개 주가 앰버 경보시스템에 참가해 유괴 혹은 실종된 어린이를 신속히 구해낼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휴대폰 등을 통해 경보를 울리고 있다. 2002년 한 해 앰버 경보 발동으로 납치된 17명의 어린이들을 성공적으로 구해냈는데 그 중 1명은 납치범이 앰버 경보를 보고는 놀라 풀어준 경우였다. 
현재 미 법무부가 운영하는 앰버 경보는 경찰, 방송국, 교통국, 연방통신위원회 등의 자발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먼저 경찰이 어린이가 납치되었다는 제보를 받으면 경찰은 납치된 어린아이와 납치용의자 인상 착의, 납치용의자 차량 정보를 확인한 후 앰버 경보를 발동한다.  이 정보는 먼저 지역 방송국과 교통기관에 보내진다. TV, 라디오 방송국들은 앰버 경보에 나온 정보를 긴급 경보로 거듭 소개하고 교통기관은 고속도로, 지방도로 등에 설치된 디지털 전광판에 앰버 경보 메시지를 보낸다.

그 다음으로 이 정보는 연방통신위원회에 보내져 무선응급경보(WEA)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휴대폰을 갖고 있는 수백만 명의 주민들에게 문자로 앰버 경고가 동시에 보내진다. 휴대폰을 소지한 사람들은 진동과 경고음을 듣고 앰버 경고를 확인하게 되는데 한꺼번에 울리기 때문에 사람들 대부분 앰버 경고를 확인하게 된다.

경찰과 주민의 합동 감시시스템

어린이 납치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납치된 아이를 경찰 혼자 찾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 전체들이 함께 찾도록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지난 15일 버지니아에서 납치된 한 여자 청소년을 구해내기 위해 발동했던 앰버 경보는 이날 밤 해제되었다.

이 여자 청소년과 납치용의자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앰버 경보를 본 지역 주민의 신고로 한 지역에서 둘이 같이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경찰은 납치용의자를 체포하고 여자 청소년을 구해내면서 앰버 경보는 해제되었다. 이 소식은 지역 방송을 통해 알려졌고 주민들은 이 소식에 안도했다.

앰버 경보는 미국 전역에서 자주 발동된다. 매년 약 80만 명의 어린이들이 실종되어 하루 평균 2000명의 어린이들이 실종되고 있는 미국에서 실종된 어린이들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에는 인디애나에서 앰버 경보가 발생했다. 2살짜리 남자 아기가 납치되었다며 경찰은 아기 사진과 납치 용의자 사진을 방송국에 보내고 납치 용의자 차량 모델과 차량 번호판을 배포했다.

하지만 앰버 경보 가운데 거짓 경보들도 많아 이 경보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와 긴박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여러 번 해 결국 신뢰를 잃어버려 정작 실제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도움을 받지 못해 낭패를 당한 양치기 소년과 같다는 비판이다.

이것은 경찰이 법무부가 세워놓은 앰버경보 발동 기준을 철저히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미국 시민들은 앰버 경보가 발동하면 경보에 나오는 차량 모델과 번호를 잘 기억해뒀다가 운전을 하거나 길을 가면서 비슷한 차량이 있는지 유심히 보고 혹시 보게 되면 경찰에 신고하고 있다.

미 우정국은 2006년 5월 ‘실종된 어린의 날’을 기념해 ‘앰버 경보가 실종된 어린이를 구합니다’라는 내용의 기념 우표를 제작해 앰버 경보의 역할을 기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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