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탑건 : 매버릭’ 함께 해서 고마웠다
[영화평] ‘탑건 : 매버릭’ 함께 해서 고마웠다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2.07.14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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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매버릭(톰 크루즈)이 36년만에 돌아왔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한 <탑건 : 매버릭>은 1986년 작 <탑건>이후 36여 년 만에 제작된 속편이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전편의 플롯을 고스란히 가져다가 속편 탑건-매버릭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영화 중간중간 전편의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스쳐 지나간다.

TOP GUN MAVERICK 영화 포스터.
TOP GUN MAVERICK 영화 포스터.

주인공 매버릭은 전편에서는 F-14 톰켓, 속편에서는 미 해군 전투기 F/A-18 슈퍼호넷을 타고 등장한다. 기자는 2022년 6월 22일 영화 개봉 첫날 ‘탑건’을 맞이하러 영화관을 찾았다. 기자 역시 대학 1학년 때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탑건’이다.

마치 학교 졸업 후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다시 만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 시작과 함께 스크린에서는 굉음과 함께 항공모함에서 함재전투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6년 전의 모습과 그대로다.

그러나 이어 나온 주인공 매버릭의 모습은 60이 넘어선 초로의 중년이다. 순간 뭉클함이 올라왔다. ‘아! 그 젊디 젊은 톰 크루즈도 이제 늙었구나!’

20대 때 영화 탑건을 본 사람들에게 속편은 영화이기 전에 ‘추억의 한 장’이다. 같이 늙어가는 톰 크루즈를 보면서 동병상련과 함께 동료의식까지 느끼게 한다. 1986년 탑건이 개봉했을 때 그 인기는 대단했다. 영화를 보고 미군에 자원입대자 수가 무려 500%나 늘었다고 한다.

‘영화 탑건’에 주인공처럼 자리매김하는 것은 바로 미 해군 전투기 F-14 톰켓이다. 80년대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존재와도 같았다. 활주로에서 불꽃을 뿜으면서 이륙하는 F-14를 바이크를 타고 나란히 가던 매버릭, 그와 함께 깔리는 배경음악 ‘Take my Breath away’는 80년대 영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 하지만 ‘탑건 : 매버릭’만큼은 전편과 함께 영화사의 한 획을 긋는 레전드로 남을 만하다.

너무나도 성공적이었던 전편 탑건에 이어 무려 36년만에 속편 ‘탑건 : 매버릭’으로 돌아왔지만 세월이 무색해질 만큼의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몰입감을 주는 영화다.

전편에서 적기를 격추하고 항모로 귀환한 장면에서의 아이스맨(좌)과 매버릭(우).
전편에서 적기를 격추하고 항모로 귀환한 장면에서의 아이스맨(좌)과 매버릭(우).
1986년 TOP GUN 포스터. call sign '매버릭' 미첼 대위(톰 크루즈)와 샬럿 '찰리' 블랙우드(켈리 맥길리스).
1986년 TOP GUN 포스터. call sign '매버릭' 미첼 대위(톰 크루즈)와 샬럿 '찰리' 블랙우드(켈리 맥길리스).

밀리터리 마니아의 영화

영화 탑건의 소재는 실제 미 해군의 최고 전투기 조종사 훈련과정이다. 베트남전 당시 미 해군은 ‘미사일 만능주의’로 인해 파일럿들에게 근접전(Dog Fight) 훈련을 소홀히 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했다.

너무 미사일에만 의존한 나머지 적기와의 근접전에서 북베트남의 미그-21에 번번이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미군은 파일럿들의 근접전 기량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결국 1969년 미 해군은 별도의 근접 항공전에 대한 훈련을 실시하고 세계 최정예 엘리트 파일럿을 육성하기 위한 훈련기관을 설립한다. 이것이 바로 미 해군 항공단 공중전 학교(Navy fighter weapons school), 이른바 ‘탑건 스쿨’이다. 요즘 많은 영화들이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CG)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영화 ‘탑건 : 매버릭’은 그렇지 않다.

미 해군의 지원을 받아 실제 전투기의 호쾌한 기동 장면을 화면 가득히 보여준다. 항공모함에서 이륙하는 장면도 ‘리얼’ 그대로다. 물론 톰 크루즈가 직접 조종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종사의 후방석에 탑승해서 전투기의 고기동시에 몸이 감당해야 하는 중력가속도 ‘G’의 압박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꼬리에 붙은 적기를 ‘코브라 기동’으로 따돌리는 모습이라든가, 적 미사일 공격을 ‘플레어’를 터트리면서 따돌리는 장면은 ‘밀리터리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36년의 시간을 관통한 휴먼 드라마

이번에 개봉된 ‘탑건 : 매버릭’은 전편인 ‘탑건’의 내용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속편으로서 전편의 주요 부분을 오마주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전편에서 매버릭은 훈련 비행 도중 기체 이상으로 비상 탈출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동료 ‘구스’를 잃게 된다.

그런데 36년의 시간이 흘러 구스의 아들이 바로 매버릭이 교관인 ‘탑건’에 들어온 것이다. 장교클럽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구스. 바로 그 장면에서 어린 아들은 피아노 위에 번쩍 들려 올려진다. 영화 장면에서 바로 그 모습이 오마주 되면서 그려진다.

그 어린아이가 바로 매버릭의 눈 앞에서 어엿한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영화의 메인 플롯이자 갈등의 핵으로 연결된다.

햇볕이 작열하는 해변가에서 탑건 조종사들이 비치 발리볼을 하던 모습은 이번에는 미식축구를 하는 장면으로 오마주 된다. 그것을 바라보는 매버릭의 시선은 그대로 36년전 관객의 시선과 시간적으로 일치한다.

전편에서 주인공 매버릭의 동료이자 경쟁자였던 아이스맨(발 킬머)은 미 태평양사령관이 되어 ‘꼴통 매버릭’을 다시 탑건의 교관으로 이끈다. 영화 속에서 아이스맨은 말을 할 수 없어 키보드를 치면서 화면 속 글자로 대화를 나눈다.

실제로 아이스맨은 후두암 투병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아이스맨과 매버릭, 발 킬머와 톰 크루즈, 그 둘의 경쟁과 우정은 시간을 초월하여 하나의 휴먼 드라마로 영화 속에 녹아든다.

남자들의 로망 중에는 고성능 바이크, 스포츠카, 전투기 조종사, 아름다운 미인, 그리고 남자들만의 우정 등이 있다. 이런 요소가 탑건에는 모두 등장한다. 전편에 톰 크루즈가 타고 다니던 바이크는 Kawasaki GPZ900 R Ninja다. 900cc급 바이크다.

속편에도 등장한다.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모두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 바이크가 다시 시동이 걸리면서 추억은 다시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나온 한 장면이 있다. 전편에서는 매버릭의 연인으로 등장한 캘리 맥킬리스가 스포츠카 포르쉐 356 스피드스터를 타고 나온다.

포르쉐와 가와사키 바이크는 주인공 못지 않은 중요한 영화적 요소였다. 속편에서는 1973년형 포르쉐 911이 등장하면서 전편의 계보를 이어간다.

전편에서 매버릭은 적국 소련의 전투기를 상대로 싸웠다. 속편에서도 역시나 적국의 핵시설을 폭격하는 것으로 군사 미션을 수행한다. 그러나 진정한 상대는 적국의 전투기나 미사일이 아니었다. 바로 무인전투기와 싸워야 하는, 언젠가는 사라져가는 전투기 조종사의 숙명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의 설정이라기보다는 현실이 그렇다. 그러므로 ‘탑건 : 매버릭’은 더욱더 아련한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아이스맨은 매버릭에게 죽기 전에 ‘It's time to let go.’라고 말한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영화와 이별해야 하는 시간... 영화 ‘탑건 : 매버릭’은 단순이 영화라기보다 우리의 기억 속에 함께 하는 존재다. 톰 크루즈는 영화 홍보차 한국에 와서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 보면서 울어도 돼”라고. 영화 ‘탑건3’는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이스맨의 말처럼 이제는 정말 ‘It's time to let go.’ 가야 할 시간이다. 톰 크루즈… 탑건… 너와 함께 해서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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