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의 트렌드 읽기] SNS는 인생의 낭비? 디지털 디톡스 붐!  
[이근미의 트렌드 읽기] SNS는 인생의 낭비? 디지털 디톡스 붐!  
  • 이근미 미래한국 편집위원·소설가
  • 승인 2024.03.18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기(Digital)와 ‘해독하다’라는 뜻을 가진 디톡스(Detox)의 합성어인 ‘디지털 디톡스’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가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상이 디지털로 연결되는 사회에서 디지털을 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과감히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톰 홀랜드는 좀 다른 의미로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했다. 2022년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 6774만 명, 트위터 팔로워 742만 명에 달했던 톰 홀랜드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는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온라인에서 나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정신이 혼란해진다”며 “내 정신 건강에 매우 해롭기 때문에 한발 물러서서 앱을 삭제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코드 쿤스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말한 “SNS는 인생의 낭비”를 곱씹으며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통은 하되 빠져들지 않기 위해 작은 화면에 물리 버튼을 배치한 ‘폴더폰’과 스마트폰 기능이 없는 ‘피처폰’을 선택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폴더폰과 피처폰은 어르신들이 주로 사용해 ‘효도폰’으로 불렸다. 하지만 요즘 레트로 감성과 디지털 디톡스를 동시에 노리는 젊은 층이 즐겨 사용하고 있다.

배우 한소희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폴더폰을 사용한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한소희는 “폴더폰을 접을 때 ‘착’ 하는 소리가 매력적”이라며 “사진도 나쁘게 나오지 않아 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소희는 폴더폰이 “앱 구동도 되지만 느려서 잘 안 들여다보게 되는 게 좋다”고 전해 디지털 디톡스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핀란드 동남부 무인도 울코 타미오, 디지털 해독 관광 선언
핀란드 동남부 무인도 울코 타미오, 디지털 해독 관광 선언

디지털 마약 숏폼을 경계하라

지난해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스마트폰 피로감으로 인해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 사이에서 피처폰의 수요가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피처폰 전문가 호세 브리오네스는 “화면에 지친 Z세대가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려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비영리 학술 매체 ‘더컨베이션’은 피처폰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로 ‘과거에 대한 향수, 디지털 디톡스, 개인정보보호’ 등을 꼽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디지털 정보격차, 웹 접근성,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조사 참여자 중 74%가 우리 사회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영상 중에서도 숏폼(1분 이내 짧은 영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숏폼을 ‘디지털 마약’으로 부를 정도이다. 도파민 분비를 인위적으로 자극하는 숏폼 시청을 중단할 경우 금단증상이나 일상생활의 어려움, 충동 조절장애 등과 같은 중독 현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틱톡이 숏폼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자 유튜브는 쇼츠, 인스타그램은 릴스로 맞대응하며 짧은 동영상을 쏟아내고 있다. 숏폼에 접속하면 몇 시간 동안 계속 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팝콘이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처럼 즉각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 현상(뇌가 디지털 기기의 빠르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져 현실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몇 시간씩 이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도파민 자체는 나쁜 호르몬이 아니지만 노력 없이 인위적으로 얻는 도파민 분비가 증가할 경우 충동성, 집중력, 사회성에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웬만한 자극에는 내성이 생겨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면서 행복을 느끼는 역치가 점점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디지털 없는 휴가 즐기기

디지털 디톡스 바람이 불면서 전자기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관광지도 생겨났다. 핀란드 남동부 발트해에 있는 작은 무인도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폰 프리 존(Phone free zone)’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디톡스를 내걸고 휴대전화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호텔과 리조트 여행상품이 출시됐다. 

일본도 직장인을 중심으로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하면서 ‘출근 전 참선 프로그램’과 ‘신입사원 대상 디지털 디톡스 연수’ 등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휴가’가 여행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한 결과 초반에 불안과 좌절 등의 감정에 빠졌던 참가자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후련한 해방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2G폰 구입이 유행하고 있다. 한 달 가운데 1~2주는 2G폰을 사용해 스마트폰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일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내 손 안의 컴퓨터로 빠르고 편리해졌지만 현실 감각이 사라지고 깊은 우울감에서 헤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의 노예가 될 것인가, 디톡스를 실시해 잘 다스릴 것인가. 점점 더 자극이 심해지는 세상, 디지털 디톡스를 슬기롭게 실천하는 것이 디지털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는 길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