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박찬욱?
굿바이, 박찬욱?
  • 미래한국
  • 승인 2009.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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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_박쥐
▲ 영화 <박쥐> 포스터
새로운 시도인가 무능함의 표시인가,
박찬욱 감독 신작 영화 <박쥐>

“박찬욱 감독님, 굿바이.”
지난 5월 2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영화 네티즌 리뷰·평점에는 위와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5월 11일 기준으로 이 글에 대한 추천 수는 539개를 넘어 1위를 차지했다. 이 글은 최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를 보고 난 후 감상을 올린 것으로, 관객 입장에서 <박쥐>가 주는 ‘불쾌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네이버에 올라온 네티즌 평점은 ‘보지 마라’ 수준인 5점대(10점 만점)로 떨어졌다. 이것이 4월 30일 개봉한 영화 <박쥐>의 현 주소다.

<박쥐>는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왔다.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메가폰을 잡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 인터내셔널 스튜디오, 포커스 피처스와 공동투자·제작·배급 계약을 체결한 영화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어 극중에서 신부로 등장하는 배우 송강호의 성기 노출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평가가 양극단으로 갈렸다. <박쥐>에 대해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혹평을, 매니아와 영화평론가들은 주로 호평을 하고 있다. 현재 <박쥐>는 개봉 5일 만 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개봉 1주차를 넘어서면서 주춤거리고 있는 상태다.

▲ 박찬욱 감독
<박쥐>에 대한 작품성 논란은 영화 내용 자체가 관념적이고 어렵기 때문이다. <박쥐>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이 욕망을 절제하며 살아온 태주(김옥빈)를 만나면서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얘기를 표현하고 있다. 신부 ‘상현’은 식물인간이 된 환자들을 돕기 위해 전염병 ‘이브’(EVE)를 예방하는 백신 개발 연구소에 실험대상을 자처한다. 이후 상현은 실험대상 중 유일하게 살아남지만, 남의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뱀파이어가 된다. 뱀파이어 상현은 성욕을 억제하기 위해 피리로 밤마다 자신의 허벅지를 때린다. 병약한 남편과 사이코 같은 시어머니 라 여사(김해숙)사이에서 기계처럼 살아가던 태주는 상현을 만나면서 사랑의 마음이 싹트고 자신도 뱀파이어가 된다.

“내가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 줄게요.” 욕망에 물들어가는 신부 상현은 태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도 죄를 지어가면서, 사랑하는 여인 태주를 지옥에서 꺼내주겠다는 얘기인 셈. 상현은 육정에 충실하면서도 나름 선량한 면모도 가지고 있다. 남을 죽이면서 피를 빨아먹는 태주와 달리, 상현은 남을 해치면서까지 뱀파이어에 충실하지 않다. 하지만 상현은 어린 여신도를 겁탈하는 모습이 그를 추앙하는 신도들에게 발각되면서, 그의 신부 인생도 종말을 고한다. 영화는 상현과 태주가 ‘자살’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처럼 ‘욕망’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치 ‘자기 구원’인 것 같은 내용을 묘사하기 위해 영화는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을 일반 관객들이 이해하기 힘든 ‘상징’으로 이끌어 간다. 특히 태주가 뱀파이어가 된 이후부터는 스토리 없이 피의 난투극이 장황하게 이어지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관객들도 속출했다.

물론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영화에 대해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시도’, ‘한국식 뱀파이어물의 탄생’이라는 등 호평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편에서는 “박쥐가 대중 영화라면 편집을 다시 해서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고, 예술 영화라면 촬영을 다시 해야 한다”고 비평하고 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더 치열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평론가들은 “박쥐가 새로운 시도라면 새로운 시도가 시도된 맥락이 영화 속에 드러나야 한다.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단지 시도에 그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개봉할 때마다 작품성을 두고 논란에 휩싸여 왔다. 2005년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도 개봉 첫 주에 전국 관객 160만 명이 관람했지만 이후에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박쥐>처럼 관객 수가 줄어들었다.

네이버의 영화 네티즌 리뷰·평점에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좋았던 게 아니라 그저 ‘올드보이’란 작품 하나가 좋았던 것뿐이다 싶네요. 그 기대를 너무 질질 끌고 왔어요(ID: cortez0)”, “(영화가 좋다/나쁘다 하는 것을) ‘수준’의 차이라 착각하는 부류가 있는 것 같네요. 이 영화를 안다/모른다, 이해했다/못했다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ID:anjou23)”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영화 ‘박쥐’를 보면서 ‘굿바이, 박찬욱’을 외치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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