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파워’에 대한 보수주의적 평가
‘스마트 파워’에 대한 보수주의적 평가
  • 미래한국
  • 승인 200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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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스마트 파워」 서울 : 리처드아미티지·조셉나이 저
▲ 양진석 박사
서평 「스마트 파워」 서울 : 리처드아미티지·조셉나이 저, (홍순식 역, 도서출판 삼인, 2009)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에서는 리처드 아미티지와 조지프 나이를 중심으로 스마트 파워 위원회를 구성하여 향후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끌 지침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2007년 작성하였다. 이는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정계에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본 서평에서 그 내용을 소개하고 이를 평가하고자 한다.

권력(power)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다. 국제무대에서는 국력의 차이를 보이는 다수의 국가가 존재한다. 일국가가 대외관계에서 타국에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국가권력을 하드 파워(hard power)와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구분할 수 있다.

하드 파워는 국가로 하여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군사력과 경제력에 기반한 당근과 채찍이다. 일국가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타국에 무력을 사용하거나 경제적 보상을 약속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반면 소프트 파워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을 내 편으로 끌어당기는 능력이다. 만약 상대방 국가나 그 국가의 국민들이 미국의 목표가 정당하다고 여긴다면 미국은 군사적 위협이나 경제적 보상을 활용하지 않고도 미국의 지휘를 따르도록 쉽게 설득할 수 있다.

테러전쟁에서 승리의 요건은 이라크 국민들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고,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도록 그들을 돕는 데 달려 있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민주주의에 끌리도록 하는 편이 더 쉽다. 테러리스트들이 대량살상무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그들의 도발에 과잉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관타나모 수용소는 폐쇄하여야 한다. 즉 소프트파워는 평화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 자원에는 헌법과 권리장전에 보장된 정치적 가치와 생각, 미국경제와 교육체계, 개인 간의 계약과 교환 그리고 세계 차원의 의제 형성을 돕는 기관에 참여하여 통솔하는 일을 포함한다. 기회, 관용, 상호존중과 공동책임이라는 미국의 시민의식과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개념은 소프트 파워의 중요 자원이다.

스마트 파워(smart power)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적절히 혼합하여 사용함으로써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력한 군대가 필요함을 강조할 뿐 아니라, 모든 수준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미국이 하는 일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동맹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국제제도에 투자하는 접근법이다.

지구온난화에 대처하여 쾌적한 환경의 지구를 유지하는 것과 같이 세계적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이나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미군의 구호활동이 그 예이다. 이는 미국의 압도적인 권력과 나머지 세계의 이익 및 가치가 합치되도록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세계적 공공재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국제연합,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과 같은 제도를 창설하고 국제안보와 세계경제질서를 성장시키는 규칙의 틀을 제공했다.

이러한 국제적 틀은 해양안보, 금융시장, 우주탐사, 마약밀매 방지, 인신매매금지의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소련 붕괴 이후에 미국은 세계적 공공재를 제공할 필요가 적어졌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9·11 테러 사건 이후 국제법이나 국제규범, 국제연합과 같은 국제제도는 미국의 안보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하드 파워에 더욱 의존하였다. 하지만 미국이 독단적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할 때, 미국의 행동이 정당한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나고 동맹국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미국은 동맹국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비전을 세계에 제공해야 한다. 즉 미국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세계적 공공재를 제공하기 위한 스마트 파워로 결합하여야 한다. 미국은 타국들이 원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할 수 없는 세계적 공공재의 창출을 위해 타국과 협력적인 방법을 통해 이를 실행해야 한다.

스마트 파워 전략으로서 국제연합에 대한 미국의 개입 일신, 동맹 재활성화, 국제법의 준수를 추구하여야 한다. G8 정상회담에서 세계적 공공제인 에너지와 기후, 비핵확산, 세계보건과 교육, 세계경제 문제 등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보다 많은 국가와 시민단체들이 이에 참여하여 다자주의적 협조를 통하여 구체적 해결책을 모색하여야 한다. 또한 유학생들의 상호교환, 비영리단체들의 민간외교 지원, 중동권 언어능력 배양, 미국 이민 1세대들의 활용 등을 통해 미국의 정책과 가치관에 대한 정보를 타국에 제공하여야 한다.

이상에서 소개한 스마트 파워 개념은 미국의 일방주의 강경정책에 대한 반성에 기초하여 새로운 외교노선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 파워 정책은 국제문제를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제법적 해결이 가능하고 이를 주도하기 위하여서는 미국 주장과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여 보다 많은 국가들의 자발적 협조를 유도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국의 가치관을 세계 각국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여러 국가들이 자국의 가치관이나 국익에 기반한 주장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존재인지는 의심스럽다. 냉전시대 사회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가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양 진영 간의 하드 파워의 균형이었다. 사회주의가 붕괴한 이유가 미국의 민주적 가치가 수용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생산성이 저하되는 사회주의 병리현상에 대하여 민주주의라는 대안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의 독재정치가 미국과의 전쟁 없이 스스로 민주주의 가치를 수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스마트 파워의 주창자들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결합을 주장하지만, 소프트 파워의 효과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리라는 기대는 너무 이상적이다.

미국의 가치관을 소프트 파워를 통하여 세계 각국이 수용하려면 타국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외교정책을 수행하여야 하는데 북한의 외교정책이 변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를 반증한다. #

양진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미 남가주대 정치학 박사, 미래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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