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녹색성장
생활속의 녹색성장
  • 미래한국
  • 승인 200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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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칼럼_김기선 서울대 교수
▲ 수관이 큰 가로수
최근 우리 나라에서 녹색성장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녹색성장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얼마 전 농촌진흥청에서 주최한 전시회 이름도 ‘생활 속의 녹색성장’이었다.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절감기술, 자원의 순환기술 등 많은 것들이 일반인들에게 전시되고 있었다. 가축분뇨를 농업생산에 비료로 활용하는 기술은 워크숍까지 열렸다. 하지만 사회 전체를 보면 과연 무엇이 먼저 다루어져야 할 것인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가정에서 전기를 켜고 쓰레기를 버리고 하는 것들은 당연히 아끼고, 분리수거하여 버려야 한다. 가전제품도 가능하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들을 쓰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가로수를 보자.
선진국의 가로수를 보면 하늘이 가려질 정도로 수관이 크게 자라는 나무들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경관도 좋지만 여름철 강한 햇볕을 가려서 주위의 건물이나 자동차의 온도를 낮추어 에너지 관련 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또한 수관이 큰 가로수들은 도시안의 탄산가스를 더 많이 흡수하고, 공해까지 줄여서 도시의 온실효과 감소에도 이바지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줄기와 가지를 매년 너무 짧게 쳐서 큰 수관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물론 수관이 크면 낙엽이 많이 나와서 걱정인지, 아니면 가로수에 의해서 전선줄과 수많은 간판들이 가려서 그런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 지나가는 전깃줄도 없는데 가로수를 짧게 자르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설사 주위의 간판이나 낙엽처리 문제라도 녹색성장이라는 대명제 앞에서는 변명이 안 된다.

최근에 초중고교와 대학교 운동장까지 잔디운동장이 조성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은 주로 인조잔디(플라스틱 잔디)이다. 인조잔디는 여름철 운동장 주변의 온도를 높여 이용시간 제한은 물론 주위 교사의 냉방비 상승요인이 된다. 또한 제작과정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만약 천연잔디를 심으면 증산작용과 탄소동화작용으로 인해 주위의 온도를 떨어뜨리고, 탄산가스를 흡수하며, 산소를 배출한다. 그야말로 친환경 녹색성장과 잘 어울리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기관장들은 관리상의 문제로 가격도 비싸고 문제가 많은 인조잔디를 지원하고 있다.

▲ 천연잔디운동장

건물 안을 들여다보자. 실내에 식물이 심겨 있으면 각종 유해가스 및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여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최근 국가기관 사무실을 보면 전기를 아낀다고 복도를 비롯한 실내가 너무 어두워 식물의 생육이 나빠지고, 음지성 식물을 제외하고 바라던 효능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어두워서 능률이 저하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연구비 등을 다른 곳에서 엄청 쓰고, 실험과정에서 폐기물들을 그렇게 많이 배출하면서 눈에 보이는 전등만 몇 개 더 소등한다고 에너지 절감이 되는 게 아니다.

녹색성장이란 새로운 것도 아니고, 더욱이 첨단도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새로운 것인 양 모두 새것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가전제품은 최고급으로 쓰면서 쓰레기 종량봉투 값이 아까워서 쓰레기를 몰래 아무데나 버리거나, 자동차는 비싼 것을 운전하면서 주차비 아까워서 이상한 데 주차하는 것은 악습관은 버려야 한다.  #

김기선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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