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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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09.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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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
며칠 전 강연 요청이 왔다. 무너져가는 가정 복원을 위해 ‘존경받는 어버이상’이라는 제목으로 얘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었던 일들을 몇 가지 소개했다.

10대 : ‘공부하는 법’

교보에 가서 중고 공부하는 법에 대한 책을 한 60권쯤 사다가 새 공부법을 하나 개발해서 아이들에게 일러줬다. 단시일에 책 한 권을 다섯 번 복습하는 기술이다.
① 매일 3쪽씩을 50분에 암기한다.
② 바로 앞 4일분(12쪽)을 10분에 복습한다.
이렇게 하면 90쪽 짜리 참고서를 1개월에 5번 복습하고 거의 암기하게 된다. 중고 공부는 70%가 암기이다.

20대 : ‘교양인 만들기’

국내 유명 연구단지 내 이혼율이 전국 최고였다. 머리 좋고 출세해도 사람이 되지 않으면 행복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대학 때 만난 몇 권 책이 내 인생을 잘 이끌어 주었다. 가와이 교수의 ‘학생들에게’, 괴테의 자서전 ‘시와 진실’, 혼다 교수의 ‘나의 처세의 비결’, 마쓰시타 회장의 경영철학서, 몽테뉴의 ‘수상록’ 등이다.
이 책들 외에 아이들에게 다음 책을 권했다. ‘도산 안창호’, ‘프랭클린 자서전’, ‘소설 십팔사략(十八史略)’, ‘소피의 세계’, ‘카네기 처세학’, ‘카를힐티 행복론’, ‘Word Power Made Easy’. 모두가 수신(修身)을 위한 책들이다.

30대 : ‘집안 다스리기’

아이들이 결혼할 때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둘이 함께 지킬 규칙을 하나 일러 주었다.
Speak ill of nobody. 상대방 단점을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라.
Speak well of everybody. 상대방 장점을 하나하나 찾아서 얘기해라.
성경이나 논어의 황금률이 모두 이 규칙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이들이 10대, 20대, 30대로 커갈 때 우리 내외는 40대, 50대, 60대로 나이 들어 갔다. 다음은 우리가 부모로서 모범을 보이고자 애썼던 일들이다.

40대 : ‘고민 벗어나기’

몽테뉴가 말했다. “나의 일생은 재앙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생 공연히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지레 걱정을 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고민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거나 아니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이다. 이런 일들은 우리가 고민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들을 조용히 받아들이면 우리 고민의 92%가 사라진다. 아이들에게도 고민 벗는 법을 일러 주었다.

50대 : ‘돈 걱정 벗어나기’

6·25 때 집이 날아가고 1·4 후퇴 때 가을 수확해 놓은 것이 다 없어졌다. 대학 때 혼다 교수의 ‘처세의 비결’ 얘기를 듣고 죽기살기로 거기 매달렸다. 첫 수입부터 4분의 1을 뚝 떼어 저금했다. 차를 사지 않고 카드를 쓰지 않았다. 아이들 결혼식도 간소히 치렀다. 사람들의 고민의 70%가 돈 걱정이라는데, 보통 사람이 일생 버는 돈의 양은 거의 비슷하다 하니, 돈 걱정 없이 살려면 아껴 쓰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아껴 쓰는 데는 ‘4분의 1 저축’이 제일이라는 것이 혼다 교수의 가르침이었다. 현재 아이들도 모두 ‘4분의1 저축’을 실천하고 있다.

20년 전 ‘4분의1 저축’을 기금으로 재단을 만들었다. 매일 아침 내외가 함께 출근해서 청소년들에게 책 보내는 일을 한다. 아이들 눈에 부모 하는 일이 좋아 보이는 듯하다. #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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