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을 하려면 돈 모으는 법부터 배워라!
사회운동을 하려면 돈 모으는 법부터 배워라!
  • 미래한국
  • 승인 2011.08.08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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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의 BOOk & World

 

황성준 편집위원·전 조선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벤자민 하트(Benjamin Hart)의 ‘당신의 大義을 다이렉트 메일로 펀딩하라’(Fund your cause with Direct Mail)를 읽고서…

“사회운동을 하려면 돈 모으는 법부터 배워야 합니다.” 몰튼 블랙웰 미국 리더십인스티튜트 의장(지난호에 소개)은 초면인 필자에게 2006년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황했다. 이념도 조직도 아닌 돈이라니! 보수주의 운동을 배우려고 먼 바다를 건너온 사람에게 돈 이야기보다 꺼내다니… 이러한 필자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블랙웰은 필자가 배워야 할 첫 과정으로 ‘어떻게 펀드레이징을 하는가’라는 강의를 소개했다. 이 강의의 교재가 벤자민 하트의 ‘당신의 大義을 다이렉트 메일로 펀딩하라’(2005)였다.

미국 보수주의 운동이 강한 이유는 다이렉트 메일을 통해 연간 수백만 달러 이상을 모금하고 있는 수많은 풀뿌리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보수주의 조직들의 영향력이 강한 것은 단순히 거액의 운동자금을 모금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지갑을 꺼내 기부하는 수많은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트는 조직이 돈을 못 모으는 것은 그 조직의 大義가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거나, 조직가의 무능력 탓이라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펀딩을 할 수 없는 조직이라면 존재할 필요가 없는 조직이라는 극언마저 서슴지 않는다.

미국 사회운동의 모금 방식 변천사

 

그럼 수많은 모금방식 가운데 왜 다이렉트 메일 방식을 미국 보수주의 운동가들은 선호했는가? 미국 보수주의자들도 처음부터 이 방식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1950년대와 60년대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기금 마련 방식은 현재 한국 보수주의 단체들의 방식과 유사했다. 뜻있는 사람, 특히 기업가나 기업인 단체가 목돈을 헌금하는 방식이 1차적으로 사용됐고, 신문 광고를 통해, 운동의 대의를 알리는 동시에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즉 신문광고를 통해 후원을 부탁하고, 이 후원금으로 다시 신문광고를 사는 방식으로 기금 마련과 선전전을 동시에 수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것으로 많은 한계를 노정시켰다.

그러다가 1970년대 미국 풀뿌리 보수주의 운동을 진전시킨 자금 모금 및 선전 수단으로 널리 활용된 방식이 다이렉트 메일이었다.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던 다이렉트 메일을 보수주의 운동의 무기로 만든 사람은 리차드 비규어리(Viguerie)였다. 1964년 대선 당시 골드워터 후원자 15만 명단을 가지고 다이렉트 메일 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왜 다이렉트 메일이 운동에 필요한가? 아니 다이렉트 메일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첫째, 다이렉트 메일은 조직가 역할을 수행한다. 다이렉트 메일을 통해, 잠재적 지지자들을 발굴하고, 묶어낼 수 있다.

둘째, 다이렉트 메일은 운동의 대의와 이슈를 대중에게 교육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처럼, 다이렉트 메일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수단이 아니다. 다이렉트 메일을 통해 선전과 교육이 수행된다.

셋째, 다이렉트 메일은 동원의 주요 수단이기도 하다. 흔히 우리 운동에 대해 대중매체가 무시한다고 푸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의 다이렉트 메일이 대안 매체인 동시에 동원망으로 활용될 수 있다.

넷째, 가격 대비 효과적인 선전매체이다. 신문이나 TV광고가 ‘무차별 융단폭격’이라면, 다이렉트 메일은 ‘정밀폭격’이다. 따라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다섯째, 스스로가 비용을 부담하는 선전매체이다. 다른 선전매체와 달리, 다이렉트 메일은 독자가 광고비를 내고 광고를 보는 셈이 된다. 직접 돈을 내고 보는 선전매체와 공짜 선전매체와는 효과 측면에서 비교될 수 없는 것이다.

여섯째, 자유와 독립성을 부여해 준다. 특정단체나 특정인의 후원에 매달린다면, 그 운동은 독자성을 유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천, 수만, 아니 수십만의 다이렉트 메일 독자에 의한 펀딩이라면 그런 우려는 있을 수 없다.  일곱째, 힘과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많은 기부자, 그리고 기부액 자체가 정치적 힘이다.

팻 로버트슨·랄프 리드의 기독교연합

이 책에서 소개된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기독교연합’(Christian Coalition)이다. 1989년 이 조직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 조직은 사무실도 없고, 조직원은 팻 로버트슨 목사와 랄프 리드라는 보수주의 조직가 2명뿐이었다. 단지 있었다면, 팻 로버트슨 목사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당시 로버트슨을 후원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바처럼, 이 조직은 불과 몇 년 만에 4천만장의 다이렉트 메일을 발송하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한다. 이 조직이 수면 위로 처음 올라왔을 때, 기성 언론매체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인 것이다. 그러나 물밑에서 다이렉트 메일을 중심으로 조직, 선전, 동원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조직이 발전하게 된 것을 단순히 다이렉트 메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랄프 리드와 같은 탁월한 조직가가 존재했으며, 이 조직을 받쳐주는 광범위한 지지층과 기반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과 선전, 그리고 기금마련의 주요 수단으로 다이렉트 메일이 사용됐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저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만과 관련된 재미 있는 일화가 있다. 한 기업인이 와서 컨설팅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에 프리드만 교수가 훌륭한 조언을 해 주었으며, 이 조언을 들은 그 기업인은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가려고 하는데, 프리드만이 돈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기업인은 놀라면서, “아니 교수님같이 훌륭하신 분이 하찮은 돈 따위를 요구하시다니…”라고 말했다. 이에 프리드만이 대답했다. “저는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명예와 존경 같은 고귀한 것을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신이 하찮게 여기는 돈이나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시는지…”

우리는 현 정국에 대해 분노한다. 그리고 MB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우리는 입으로만 분노하곤 한다. 이제 행동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행동은 지갑을 여는 데서 시작한다. 커피 값도 후원하지 않으면서 분노해 봐야 소용없다. 그리고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에는 다이렉트 메일 펀드레이징에 관한 많은 비법들이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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