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가 최우선, 비판은 I don't care”
“대선 승리가 최우선, 비판은 I don't care”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2.06.08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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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조직해야 할 정도로 4·11 총선 전망이 어두웠다.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고, 19대 국회가 개원했다. 개원 전부터 종북세력의 국회 진입 건으로 시끄러워 새로운 국회의원들의 면면은 알 길이 없다. 대신 새누리당의 승리를 이끈 몇몇 주역들이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인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대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대학생들은 이념보다 부정부패를 싫어합니다. 오히려 나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학생들이 많아요”라고 답했다.

언론 노출이 많은 것에 대해서 이 교수는 “토론프로그램에 부를 우파인사가 많지 않아 계속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돈 교수는 시사인, 프레시안, 경향신문 등 소위 좌파로 분류되는 매체에서도 선호하는 뉴스메이커이다. 노무현 정부가 언론을 편파적으로 대하면서 매체의 성향에 따라 등장하는 인사도 양분됐다.

“나눠져 있는 게 잘못된 거 아니에요? 그쪽이 가독성이 높아요. 나눠져서 어느 쪽이 손해봤나요? 내가 시사인에 쓰면 많은 사람이 봐요. 볼 필요 없는 사람만 보는 매체가 문제지요.”

 

그는 또 보수와 극우는 다르고 극좌와 극우가 골치라고 말했다. 극우와 극좌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런 거 아닌가요? 안철수 씨가 나오는 건 양극이 지겹다는 거죠”라고 답했다.

“박근혜 대표가 매사에 진보니 보수니 하지 말자고 말했는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진영논리에 의해 참호전 합니까? 웃기는 거죠. 미국 남부의 민주당이 무너지면서 대립의 정치가 됐는데 반성의 목소리가 없어요.”

보수적인 가치를 폄하하거나 지향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하자 그는 대수롭지 않은 어투로 답했다.

“지향하라구요. 그런 아젠다를 갖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든가, 정당을 만들든가, 그런 건 개인의 자유지요. 정치인이 노골적으로 표방했을 때 다수의 호응을 받겠느냐는 문제가 있어요. 다수의 국민은 그걸 원하지 않아요.”

극좌와 극우를 제외한, 좌파와 우파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인가라고 하자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많은 면에서 다르죠. 조국 교수 같은 경우는 세금을 많이 거둬 정부가 일하자는 건데 나는 그렇게 하면 한계가 있다고 보는 거죠. 북한문제 보다 더 위험한 게 그런 거죠. 재벌 세금 문제 같은 거. 선거 때 다수가 결정하는 거고, 국민이 뽑는 대로 가는 겁니다.”

좌파가 집권하면 북한문제나 경제정책 등이 달라지니 다들 걱정을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걱정해야 제어가 되겠죠. 민노당과의 연합전선은 곤란하죠”라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는 보수진영에서 보면 오해할 소지가 있는 말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비대위원으로 활동할 때 4대강, 민간인 사찰 등을 비판하면서 보수측으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다.

나에 대한 평가 신경 안쓴다

“I don't care. 조선과 동아에서 기명 칼럼을 세 번 썼는데 두 번은 틀렸어요. 그러면 내가 타격을 당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고. 할 얘기 없어요. 나에 대한 평가에 신경 안 써요. 보수 이념도 변화하고 진화합니다.”

4대강을 반대한 이유는 이상돈 교수가 <인문학자, 과학기술을 탐하다>라는 책에 쓴 ‘법과 환경’이라는 글에 잘 나와 있다.

“사대강 사업을 처음부터 절대적으로 반대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런 사업을 다른 나라에서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던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는 없었던 환경 정책을 무리하게 수립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는 10여 년 전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를 역점 사업을 밀고 나갈 때도 전 세계적으로 그런 정책을 추진한 예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이상돈 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헌법과 행정법을 공부했다. 미국 튤레인 대학과 마이애미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국제환경법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에 귀국하여 중앙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해안지역 관리, 해양유류 오염, 원자력 법제, 석면질병 소송 등 환경 관련 논문을 연이어 발표했다.

요즘 이상돈 교수에게 언론이 주로 질문하는 것은 연말 대선에 관한 전망이다. 비대위원으로 중량감 있는 활동을 했고,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서 그는 반대 의견을 표했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이 흥행에 성공해서 새누리당이 위기감을 느낀다는 보도에 대해 코웃음을 쳤다.

“그쪽 대의원들끼리 한 건데… 기자들이 막 쓰는 겁니다. 거긴 특별한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거고. 오바마가 경선했나요? 부시도 두 번째 출마 때 안했어요. 너무 확실하니까 안하잖아요. 민주당이 10월에 대선후보를 정한다는데 그렇게 늦게 해서… 에너지 소비가 많고 내상이 많아요. 그렇게 해서 시너지가 나오겠어요? 경선이 치열해서 되는 거 봤어요?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경선 안했어요. 1997년에 한나라당은 후보 뽑는다고 바빴지만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일찌감치 후보로 정해져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속아요. 기자들이 ‘민주당 흥행 성공’ 같은 기사를 쓰는 건 자질이 없는 거죠.”

이상돈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은 조중동하고 싸우다 망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조중동 말 들어서 망했어요. 언론을 조심해야 해요”라며 웃었다.

새누리당은 현재 당헌당규대로 한다면 8월 20일 경에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100% 될 걸로 본다는 그는 그 이유를 “총선 때 입증된 거니까. 어느 누구도 야당후보를 이길 수 없으니까. 마지막 카드”라고 말했다.

정당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정치인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마지막 정치인입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이후 박근혜 대표 외에 더 이상은 없어요. 김종필 이회창 대표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텀 밖에 안 될 거라고 예전에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표는 한국에서 정당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정치인입니다.”

박근혜 대표를 신뢰하는 이유는 필요할 때 결단내리는 걸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맡은 게 결단한 거고 심사숙고 한 겁니다. 정치인은 다른 게 용기가 아닙니다. 총선이 무너지면 자기도 무너진다는 거 알면서 결정한 겁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있습니다. 수첩공주는 거짓말입니다.”

소통이 안 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겠죠”라며 “그런 부분 질문해봤자 구렁이 담 넘어 가듯 답변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대선 때 여러 가지 비판이 있을 텐데, 문제 될 사안이 없을까라고 묻자 “아버지에 대한 건은 이미 다 나왔어요. 정수장학회도 다 알려진 거고…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박지원 대표가 계속 공격하겠다는데 네거티브 심하게 하고 대통령된 예는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는 현재 새누리당 대선후보군에서 박근혜 대표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정몽준 의원이 박근혜 대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하는데 자기 아버지가 누구 때문에 재벌 됐습니까? 기가 막히는 소리죠. 김문수 지사도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생각할수록 위대하다’며 입바른 소리를 해놓고 갑자기 독재자라고 공격합니다. <미래한국> 같은 보수언론이 이런 걸 비판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재오 의원이 그랬다면 몰라도. 이재오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 칭찬하는 건 애초에 못 들어 봤으니까.”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도 그리 위협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독자적으로 나올 수는 있겠지만 우리 국민이 설마 무소속을 뽑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민주당과 연합한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합니다. 2002년 ‘노무현 정몽준 연합’이 떠오른다는데, 재탕은 감동이 없는 거 아닙니까?”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명분으로 “여권이 정권을 잡게 되면 사람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0년간 사람을 얼마나 키웠습니까. 이 정권의 장관이나 수석은 이마에 주홍글씨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이 없어요. 이번에 정권을 못 잡으면 새누리당은 지리멸렬해집니다. 정권을 잡아서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지난 해 지방선거 때 참패했는데 다음 지방선거 때 회복해야죠. 수원, 용인, 성남을 다 잃었어요. 성남시 세수가 강원도 세수보다 많아요. 세 개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보수측은 별로 생각 안 해요. 돌아가는 걸 잘 몰라요.”

정권 되찾아 사람을 키워야 한다

이상돈 교수는 새누리당에 대해 “병정은 많지만 화력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현재 종북 논란이 자칫 ‘한국판 매카시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과하면 또 다른 역풍이 불 수 있어요. 종북세력이 국회 들어오면 속수무책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검찰이나 국정원은 그동안 뭐한 겁니까. 정권 안보나 했지.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자격심사 해서 제명시키려고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는 않을 겁니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발표할 때 섬짓하지 않았나요? 그 전까지는 장애인이나 노동운동가 등 정체를 알 수 있는 후보들이었는데, 이번에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민노총에서 파견한 조준호 공동대표가 터트려서 밝혀졌어요. 안 그랬으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겠죠. 언론이 탐사해서 터진 게 아니에요. 언론이 잘난 체 할 거 없어요.”

그럼에도 언론을 중심으로 한 보수운동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권 때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권은 그래도 점잖았죠. 사찰하고 괴롭히진 않았잖아요. 이번 정권은 정당성이 취약하니 그런 거죠. 노무현 대통령 친인척들의 비리에 비하면 이명박 정권은 단위가 달라요. 이명박 대통령을 14범이라고들 하는데 다른 건 다 경미한 거지만 증인 도피 건은 굉장히 큰 거죠. 위증죄와 똑 같은데 판사가 집행유예를 내렸어요. 미국 같으면 실형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감정 제어를 못했고, 자체적 실패도 있지만 국가보안법 반대와 사학법 반대가 컸죠. 박근혜 대표가 정치적으로 큰 게 그 건 아닙니까. 2004년에 121석 얻어내고 모든 거 다 던져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학법 개정을 막아내면서 아이콘이 된 거죠.”

재벌들이 박근혜 대표가 될까봐 두려워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고개를 끄떡였다.

“공정거래법을 더 확실하게 할 거니까. 박근혜 대표가 개혁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있는 법을 엄중하게 제대로 시행할 겁니다. 재벌이 사람 패고 탈세하면 감옥에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8월에 박근혜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는 건 당내 대세라고 보지만 대선은 모르는 거라고 말을 아꼈다. 박 대표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자 “더 이상 확실한 대안 있나요. 다른 사람 있으면 내보내요”라고 말했다. 대선을 위한 전략에 대해서는 이런 견해를 밝혔다.

“지난 지방선거보다 이번 총선 때 서울과 수도권이 많이 회복됐지만 수도권 사람들이 교육수준도 높고 연령도 젊습니다. 그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부정부패니 부정부패 안할 정권이라는 거 인식시키는 것 밖에 뭐 할 얘기가 있겠습니까.”

이상돈 교수의 외할아버지는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화백(1886-1965)이다. 조선왕실의 프랑스어 통역관이었으나 조선이 망한 뒤 유학을 가서 화가가 됐다. 고 화백은 일제가 고위직을 제안했을 때 거절했고, 한국전쟁 때 가까스로 납북을 피할 수 있었다. 이상돈 교수는 박근혜 대표와 학번도 같고 서울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아 이른바 문화적 배경이 유사하다.

좌파 매체는 그를 ‘합리적 보수, 정신적 귀족주의자’로 우파 매체는 ‘개혁적 보수주의자’로 부른다. 외부 평가에 개의치 않는다는 이상돈 교수의 개인홈페이지 대문에 ‘나라와 사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인터뷰/김범수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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